김치 예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김치 예찬

0 개 1,126 조기조

김치 없이 살 수 있겠는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지만 김치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이쯤 되면 중독이라 해도 심한 중독이다. 나는 쌀밥에 젓갈과 김치면 진수성찬이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 김칫국을 마시지는 않지만 그냥 김칫국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다. 김칫국에 밥을 비벼먹기도 한다. 속도를 줄이며 플랫폼으로 들어서는 기차에서 내릴 짐을 챙기듯이 연말을 맞아 챙기는 일에 김장이 들어있다. 배추의 겉잎과 뿌리를 잘라내고 씻은 뒤 반으로 쪼개거나 밑동에 십자로 칼금을 넣어 소금물로 간이 되게 10시간 정도 두는 것이다. 질기고 큰 비닐자루가 있으면 딱이다. 몇 시간 마다 자루를 뒤집어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잘 절여지면 헹구어 물기를 빼고는 준비한 소를 넣고 버무리는 것이다. 고춧가루, 마늘, 젓국이나 다른 여러 가지 원하는 재료를 골라 넣을 수가 있다. 작은 생선이나 심지어 돼지고기를 넣기도 하니 입맛에 맞추어 다양하게 시도해 볼 일이다.


e13cad461d413231015613a6dbdcca77_1608602750_3295.png
 

초겨울 들면 큰 과제가 김장이었다. 연탄을 가득 들여놓고 김장을 끝내면 겨울나기가 든든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전제품이 널리 보급되기 전의 일이다. 김장은 ‘침장(沈藏)’에서 유래했다 하고, 김치도 침채(沈菜)에서 출발하여 딤채→김채→김치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무나 배추를 다듬어 씻고 절이기 위해 천일염을 큰 그릇에 저어 녹이고, 소의 주재료인 고추를 말려 고춧가루를 빻는 일 부터서가 예삿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많은 김장을 하지도 않거니와 절인 배추와 양념을 사다가 버무리면 되는, ‘식은 죽 먹기’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권오길 교수는 김치가 제 맛을 내려면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한다고 했다.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죽고, 통배추의 배가 갈라지면서, 짠 소금에 절여지면서,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되어서, 또 항아리에 처박혀 땅에 파묻혀 죽어야 비로소 김치로 태어난단다. 


김치는 배추나 무로 담지만 재료는 열무, 부추, 양배추, 갓, 파, 고들빼기, 씀바귀 등 70가지가 넘는단다. 나는 고들빼기김치를 좋아한다. 며칠을 물에 담가 쓴 맛을 우려내고 담그지만 감미료를 넣지 않으면 여전히 써서 입맛이 돌아온다, 잎에 털 가시가 보송보송한 진보라색 갓김치는 톡 쏘는 맛이 좋다. 김칫국물이 보라색으로 우러나 예술 같은 김치이지만 재래종 갓을 구하기 어려우니 귀하디귀한 몸이다. 여수 돌산 갓김치의 갓과는 다른 토종이다.


냄비에 김치를 적당히 썰어 넣고 콩나물을 한 움큼 얹어 끓여 김칫국을 만들어보자. 술 먹은 다음날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프라이팬에 김치를 썰어 넣은 뒤 고추장과 참기름을 약간 넣고 밥을 볶아보라. 쇠고기를 조금 넣으면 일품요리다. 김치를 썰어 밀가루와 버무려 식용유로 달군 프라이팬에 한 주걱 떠서 펴고 익히면 바로 김치전이다. 고추나 계란, 조개가 있어 넣으면 더할 나위없다. 김치와 콩나물을 넣어 끓인 국에 식은 밥을 넣고 더 끓이면 김치국밥이다. 어릴 때 즐겨 먹었다. 김치가 만능이다.



추운 겨울에 푸른 야채를 얻기 힘든 옛날, 오래두고 먹으려면 말리거나 얼리거나 절여두어야 했다. 쉬운 것이 말리고 절이는 것, 그래서 절여 만드는 김장이 생겨난 것이다. 2020년 11월 29일 중국은 ISO의 승인을 받아 중국의 김치 제조 방식을 ‘국제 표준’으로 삼았단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중국 김치가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되었다”며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고 자랑인지 조롱인지 지껄였다. 어이없다. 사실, 우리 김치의 식품 규격은 2001년 UN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회원국들이 이미 국제 표준으로 정하였다. BBC는 “중국이 한국의 신성한 음식인 김치와 관련해 국제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오보” 라고 하였다. 덧붙여 중국이 김치와 동일시하는 파오차이(pao cai)는 엄연히 김치와는 다른 음식이라고 지적했다. ISO는 이번 발표에서 ‘김치와 파오차이가 다른 음식이라서 이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참에 중국에서 김치를 김치라 부르지 않고 한국식 파오차이라고 하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유산균이 가득해 면역력을 높여주는 우리 김치는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라는 제하에 2013년,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가족이 함께 모여 김장을 마치면 쌀밥에 삶은 돼지수육을 김치 찢어 먹는다. 그 맛에 가족이다. 이웃과는 품앗이를 하거나 김장김치를 나누는 넉넉함이 있었다. 이웃사촌이 아니던가. 그래서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 김장을 설명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유효하다하고 또 건강식품이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목하고 있으니 적절한 스토리텔링으로 알려 세계인이 다 먹고 건강해지면 좋겠다. ‘대장금’이라도 활용했더라면 널리 뜨지 않았을까? BTS가 김치를 노래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인이 서른 번을 하면 할머니가 된다는 김장이라 하니 애잔해서 오늘 수라상(水刺床)은 쌀밥에 God kimchi로 해야겠다.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63 | 3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5 | 3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7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20 | 3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67 | 4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9 | 4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5 | 4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4 | 5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4 | 5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4 | 5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56 | 5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7 | 8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7 | 2024.11.13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7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70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8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5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6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6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8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4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41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5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7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2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