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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었던 경자년(庚子年)을 무사히 보내고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게 되니 예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신축년은 흰 소에 해당하는데 소는 재생(再生)과 풍요(豊饒)함을 상징하므로 금년에는 좋은 일들이 일어 날 거라고 기대해본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작년은 쥐의 해로 박쥐가 원인이 되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해 전 세계 인류에게 고통을 안겨준 일 년이 되었다. 그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금년에는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리라 믿는다. 지금부터 220여 년 전 영국의 제너는 소에서 채취한 백신으로 천연두를 퇴치하는 우두법(牛逗法)을 개발해 성공하였으므로 금년 흰 소의 해에 소의 은덕을 기대해 볼만하다.
이러한 희망찬 새해에 8학년으로 진급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다. 흔히 10대, 20대, … 90대의 연령대에 따라서 1학년, 2학년,… 9학년으로 인생 학년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작년 내 생일 때 만 79세를 채우고 80세에 진입했는데 금년 해가 바뀜에 따라 8학년으로 진급해서 9학년에 이르는 코스를 밟게 되었다. 그러므로 8학년이면 80세가 되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80대에 들어서 9번째 10년대(9th decade)를 살아가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지금이 2000년대인데 21세기로 부르는 것은 서력기원(西曆紀元) 후 2000년은 이미 지나갔고 2100년을 향하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새날이 시작되었을 때 세 번째 새로운 천 년 대 즉 제3 밀레니엄(The 3rd. Millenium)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같은 이치이다. 나이 표현이 한국식과 서구식이 다른데 한국식은 출생과 동시에 한 살이 되지만, 서구식은 태어나서 첫돌이 될 때까지 0 세로 취급되고 만 1년이 되어야 1 세로 계산되는데 이 나이 법도 모순이 있다. 뱃속의 생명도 생명으로 취급되므로 우리는 어머니 뱃속에서 이미 10개월을 살다가 태어났으니까 출생과 동시에 1 세를 부여 받는 게 이치에 맞다 는 설도 있다.
평균 수명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추세에서 나이에 따른 연대 구분도 달라지고 있다. 평균 수명이 50세에도 미치지 못했을 때의 구분을 100년을 바라보는 현대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실에 맞는 연령대 구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인생을 한번 공연으로 끝나는 연극으로 비유했을 때 5막으로 끝나는 종래의 연극을 다음과 같이 재 구성해본 것이다.
제1막: 성장기(成長期) (출생 - 20세)
제2막: 청년기(靑年期) (20세 - 40세)
제3막: 장년기(壯年期) (40세 - 60세)
제4막: 중년기(中年期) (60세 - 80세)
제5막: 꽃 중년 (80세 - 90세)
제6막: 신 노년(新 老年) (90세 - 100세)
제7막: 노년 (100 - )
뉴질랜드에서는 65세 이상을 시니어(Senior) 세대로 공식 인정하고 노후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나의 경우도 연금을 받기 시작한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중년세대로 자부하고 활동하면서 지내왔으나 이제 8학년이 되었으니 노인세대로 편입해야 되지 않겠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으로 취급당하는 것이 영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9학년으로 진급할 때까지 ‘꽃 중년’으로 살면서 중년을 연장해보고 싶었다. 9학년이 되어서도 그냥 노인이 아니라 ‘신 노년’으로 과거 노인 개념과는 사뭇 다른 노후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늙어서 한가로운 것은 가장 슬픈 일이다.” 나이 먹어가면서 한가롭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계속 무엇인가 배우는 활동을 하면 어디에선가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을 위해서나 타인들을 위해서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리 배움을 통해 준비해야 될 것이다. ‘꽃 중년’이라면 한국에서는 다분히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조건을 갖춘 40 - 50 대의 멋쟁이를 일컫는 면이 강하다. 그러나 뉴질랜드 기준으로 은퇴한 시니어들이 구태의연하지 않고 톡톡 튀는 감성을 가지고 신세대와도 뜻이 통하며 어울릴 수 있다. 문학이나 예술에 대해서도 10대들과도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는 식견이나 취미를 가지고 배움을 계속하는 중년으로서 인생의 연륜이 돋보이는 세대라고 정의하고 싶다.
“한가로운 두뇌는 악마의 일터가 된다”는 격언이 있다. 여기서 악마란 ‘치매를 의미한다. 꽃 중년의 삶을 위해서는 치매한테 일터를 제공하지 말아야 된다. 오늘날의 의술은 웬만한 신체적 질병은 치료가 가능하다. 운동으로 체력 단련을 통해서 몸은 멀쩡한데 두뇌 활용이 안 되어 사회생활을 접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 신체적 운동뿐만 아니라 두뇌운동도 중요한 것이다. 두뇌 운동은 음악이나 미술의 분야에서 한두 가지를 연마한다던지, 댄스를 즐긴다던지, 스포츠를 즐기는 등 체력단련과 두뇌단련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되겠다.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스코티쉬 댄스, 포크 댄스, 라인 댄스에 입문하고, 65세가 넘어 서예/문인화를 다시 시작하였으며 70이 다 되어 피아노에 입문하고 최근 들어 사물놀이도 배우며 참여하니 몸과 두뇌가 게으름을 피울 여가가 없어 다행이다. 골프를 즐길 수 있고, 배우고 익혀 경험한 것들을 다른 사람한테 강의할 기회도 주어지는 것에 감사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