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바다뱀(미국)
조상들이 살던 시절 독수리의 집이라고 불리는 마을에 아름다운 족장의 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는데 옷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묻은 조그만 먼지조차 더러움을 참지 못했다. 처녀는 거의 모든 시간을 바다뱀 콜로위시(Kolowissi)의 신성한 연못에서 매일 옷을 빨고 씻고 용변을 해결하면서 보냈다. 그러자 바다뱀은 연못을 더럽히는 데 화가 나서 처녀를 벌할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연못에 온 처녀는 물가에서 물을 튀기며 놀고 있는 귀여운 사내아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물론 그건 모습을 바꾼 바다뱀이었다. 처녀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기를 두고 간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자 아기를 죽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집으로 데려왔다. 처녀의 아버지는 그 연못이 신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떤 못된 엄마가 아기를 두고 갔을 거라는 딸들의 말에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밤이 되어 아기가 잠이 든 척을 했고, 처녀가 잠이 들자 아기는 몸을 점점 늘여 바다뱀이 되더니 처녀를 둥글게 만 다음 자기의 꼬리를 자기의 입에 가져갔다.
아침이 되어 여동생이 언니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고, 언니의 방문을 밀어 보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동생은 사람들을 불러 언니의 방문을 당겼고 바다뱀의 커다란 비늘이 보일 만큼 틈이 생기자 모두 겁에 질렸다.
아버지가 바다뱀에게 딸의 잘못에 대한 보상을 할 것이고 딸은 당신의 것이니 한 번만 자기에게 돌려달라고 말했다. 바다뱀이 똬리를 느슨하게 풀자 집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흔들렸다. 마침내 처녀가 도와달라고 하며 울었고 그제야 바다뱀이 그녀가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주었다.
족장은 바다뱀과의 약속대로 엄숙한 의식을 행하며 보물을 준비했고 딸을 불러 이 제물들을 가지고 바다뱀에게 가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딸에게 신성한 연못을 불경하게 이용하여 생긴 일이니 스스로 책임지라고 말했다.
처녀는 바다뱀과 함께 길을 떠났다. 두려움과 피곤함으로 쓰러지려고 할 때면 바다뱀은 천천히 그녀의 뒤를 밀어줘 길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들은 강 길을 따라갔고 붉은색 산을 넘었지만, 아직도 뱀의 몸은 처녀의 방에서 다 빠져나오지 못했다. 산을 훨씬 지나서야 비로소 뱀의 꼬리가 방 밖으로 나왔다.
길을 가던 바다뱀 콜로위시는 자신을 잘생긴 청년으로 변화시킨 후 처녀에게 힘드냐고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녀는 콜로위시가 아무리 부드럽게 물어도 뒤돌아보기가 무서웠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다보니 아주 잘생기고 근사하게 차린 청년이 서 있었다. 처녀가 무시무시한 괴물이 어디로 갔느냐고 묻자 청년은 계속 뒤를 따라온 것은 자기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뱀 껍질을 보여준 후 사랑을 고백하며 함께 있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길을 떠났고 처녀는 슬픔을 잊은 채 콜로위시를 따라 바다뱀의 거처로 들어가 영원히 그와 함께 살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