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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마스크문화가 정착화됐고, 재택근무가 뉴노멀로 자리잡았으며, 음식점 및 상점은 시간제 운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몇몇 학교는 졸업식에 부모님들 참석을 금지하는 사상초유의 비대면 영상졸업식을 실시했고, 졸업사진 속 모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도 힘들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것은 직장 풍경이나 학교 풍경만이 아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구정 풍경도 180도 달라졌다.
지난주는 구정이었다. 나도 이젠 한국에서 맞는 구정이 제법 익숙해졌다. 가족끼리 다 같이 모여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누고, 떡국과 잡채가 차려진 식탁에 둘러앉아 같이 식사를 하며 보낸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정부에서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어길 시, 적지 않은 과태료가 부과된다. 우리 가족만 해도 형부, 조카 등을 포함하면 5인이 넘기 때문에 올해는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것을 생략하고 여자들끼리만 잠깐 만났다. 물론 세배도 못드렸다. 그리고 이런 행정명령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속출했다. 먼저 이 소식에 가장 기뻐한 사람들은 전국의 며느리들이었다. 5명 이상은 모이지 못한다는 핑계로 시댁에 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하지만 기뻐하는 며느리들에 마치 맞불작전이라도 펼치듯 여러 시댁에서는 ‘며느리 순번제’를 도입해 며느리들에게 아들과는 따로 오라고 시간을 정해준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전국의 많은 며느리들은 며느리들끼리 연대를 맺기에 이른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서로 자신의 시댁을 고발해 달라는 글을 올리며 자신들이 시댁에 가는 시간까지 공유했다. 이 때문인지 한 기사에 따르면 올 구정 하루에만 거둬들인 과태료가 어마어마하다. 한국의 고부갈등 문화가 심각한 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고발하면서까지 시댁 가기를 기피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다들 즐거워야 할 한국의 고유 명절인 구정이 누군가에게는 신고하면서까지 피하고 싶은 날이라는 건 매우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득 ‘뉴질랜드에 살 때는 구정을 어찌 보냈지?’ 하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봤다. 특별한 건 없었던 거 같다. 뉴질랜드에 살 때는 구정이라고 부모님께 세배를 올리거나 떡국을 챙겨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미션베이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종종 가던 Omaha Beach에 가서 소라를 주워 삶아 먹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2020년이 가고, 2021년 신축년이 왔다.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나. 작년 한 해보다는 좀 더 능숙하고 노련하게 코로나19에 대처하며 더 나은 한 해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맘을 가져본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한국에도, 뉴질랜드에도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먼 땅 뉴질랜드에서 새해를 맞이했을 뉴질랜드에 계신 한국 교민분들도 올해에는 계획한 바를 모두 이루고 더욱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