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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안 상학
나는 요즘 주막이 그립다.
첫머리재, 한티재, 솔티재 혹은 보나루
그 어딘가에 있었던 주막이 그립다.
뒤란 구석진 곳에 소주고리 엎어놓고
장작불로 짜낸 홧홧한 안동소주
미추룸한 호리병에 묵 한 사발
소반 받쳐들고 나오는 주모가 그립다.
팔도 장돌뱅이와 어울려 투전판도 기웃거리다가
심심해지면 동네 청상과 보리밭으로 들어가
기약도 없는 긴 이별을 나누고 싶다.
까무룩 안동소주에 취한 두어 시간 잠에서 깨어나
머리 한 번 흔들고 짚세기 고쳐 매고
길 떠나는 등짐장수를 따라 나서고 싶다.
컹컹 짖어 개목다리 건너
말 몰았다 마뜰 지나 한 되 두 되 선어대
어덕더덕 대추벼리 해 돋았다 불거리
들락날락 내 앞을 돌아 침 뱉었다 가래재....
등짐장수의 노래가 멎는 주막에 들러
안동소주 한 두루미에 한 사흘쯤 취해
돌아갈 길 까마득히 잊고 마는
나는 요즘 그런 주막이 그립다.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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