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백일몽

0 개 1,295 수필기행

■ 반 숙자 


과수원 농지를 물색하러 다녔다. 지구는 오염돼 있고 인구 폭발로 마땅한 대지가 없어 고심하다가 너르디넓은 태평양 상공에 몇 필지를 구했다. 우선 여기서는 수경재배가 가능한 것이 이점이다. 아직 아무도 눈독을 들이지 않아 내 마음대로 좋은 필지를 구할 수 있었고 입적 신고도 간단히 마쳤다. 


농사를 짓자면 우선 거처할 곳이 필요했다. 미국 버몬트 주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지은 소로우처럼 나도 오두막 한 채를 짓기로 했다. 이 집은 꼭 풀집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시멘트니 합성목이니 한국에서 옮겨와 청정한 지역에 공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다. 우선 태평양 가에 내려가 우거진 갈대숲에서 갈대를 한 마차 싣고 왔다. 갈대로 지붕을 해 덮고 한 켠은 그대로 두었다 해가 뜨면 햇빛으로 지붕을 삼고 저녁이 오면 별빛이 지붕이 되었다. 


내가 여기서 과수원을 일구자 한 첫 번째 이유는 우주적 발상에서였다. 과학은 로켓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고 달나라에 아니 화성에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러 안간힘을 쓰니 나로서는 이 기회에 머리를 굴려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오래전에 태평양을 건너 미국 여행을 한 일이 있었다. 까무룩 잠에 들었다. 내다보면 망망한 구름밭이었다. 그 밭은 금방 경운기가 갈아엎고 지난 밭처럼 하얀 흙들이 부드럽게 일구어져 있어 씨만 뿌리면 금세 수확을 할 것 같았다. 나는 기창으로 밖을 내다보며 신음했다. 그 좁은 대한민국이라는 땅덩어리에서 복작댈 게 아니라 이 너른 땅에 정착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나 나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거라는 상상 아닌 상상을 했다. 


집을 짓기로 했다. 풀집이다. 풀집에 살자면 우선 몸이 가벼워야 한다. 잠자리만큼 가벼워져야 풀집이 태평양에 추락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그러자면 우선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 몸무게를 줄이려면 식탐을 줄이고 최소한의 식량으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갈대를 엮어 풀집을 지었다. 누워보니 천상맞춤이다. 이불도 필요 없고 전기난로는 더욱 필요 없다. 초가삼간보다 더 허름하나 마음은 이를 데 없이 편안하다. 


이제는 묘목을 구해야 한다. 전에는 왜성 대목이니 뭐니 해 가며 다수확 품종을 택했으나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 농산물은 문명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수사님이 에이즈에 걸린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프리카의 오지 우간다로 보낼 것이니 양보다 질을 우선해야 한다. 말로는 아기 사과나무가 좋다고 하니 우선 그것들을 천 주쯤 구입하기로 했다.


f7accf531a12b323faff01d9a90480d0_1615347952_705.png
 

택배가 도착했다. 비행기로 싣고 왔으니 빠르기는 최대한이다. 나는 이 사과나무를 순식간에 심었다. 대기에 맡겼다. 대기는 저들끼리 흐름이 있어 적당한 시간 적당한 때에 알맞게 불어와 알맞은 간격을 두고 식재를 했다.


그러고는 할 일이 없어 날마다 과수원에 나와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본다. 내가 태평양 상공을 제일 먼저 차지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우리 과수원 바로 옆에 먼저 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술꾼이다. 이름 끝에 무슨 스키라는 글자가 붙는, 러시아 어디쯤에 살았다는 그는 술이란 술은 다 마셔버려 위가 고장이 난 사람이다. 그런데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해 그는 날마다 태평양 물을 술로 빚을 생각에 골똘하다. 저 물에 얼마만큼 누룩을 섞어야 술이 되는지 얼굴이 노랗도록 연구를 한다. 그의 침소에 불이 꺼지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이다. 


또 왼쪽에는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다. 그는 파리 짱으로 첫사랑부터 마지막 사랑까지 경험한 사내로 이제는 기력마저 소진해 거무튀튀한 얼굴로 죽어도 좋을 단 한 번의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이웃들 틈에서 농사를 지어야 별다른 수확을 얻기는 힘들지 않을까 미리 걱정도 했으나 나무를 심었으니 꽃피기를 기다리는 일뿐이다. 다만 여기서는 철이 정해진 게 없어 농사가 자율에 맡겨진다는 게 다행이다.


사과나무가 꽃이 피고 싶으면 피는 거다. 내가 할 일은 오직 기다리는 일이다. 기다리는 동안 혼자서 노래를 불렀고 내 노래를 듣고 지나가던 기러기가 끼욱하고 답신을 준 일이 특기할 사항이다. 



꽃이 피고 나더니 열매가 맺혔다. 수경재배라서 태평양에서 올려 보내는 수증기로 나무가 자라는 것이다. 그 증기가 짭짤하다보니 따로 소독을 하지 않아도 병충해가 없고 꽃피는 기간은 배로 늘어 봄날이 일 년이다. 팔자 좋다.


그동안 지상에서는 일본 땅에 지진이 나서 야단법석이 있었고 이집트나 시리아니 쿵쾅쿵쾅 바람 잘 날 없다. 풀집에 앉아서 내려다보면 지상에는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는 성싶다.


창공을 지나는 비행기들이 뿌리고 지나간 소식은 가을이 왔다는 것이다. 여행객이 부쩍 늘어 비행기가 바빠졌다지만 내가 사는 여기는 그런 일에 상관없이 마냥 한가롭기만 하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슬슬 사과 수확을 해볼까나.


첨언하자면, 우리집 과수원 필지가 도로 신설로 반이나 잘려 나간다고 말뚝을 박았다. 맑은 하늘에 벼락을 맞고 나는 이런 꿈을 꾸었다.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63 | 3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5 | 3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7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20 | 3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67 | 4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9 | 4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5 | 4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4 | 5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4 | 5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4 | 5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56 | 5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7 | 8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7 | 2024.11.13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7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70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8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5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6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6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8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4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41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5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7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2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