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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1,390 이정현

내가 만일 또다시 한국을 떠나 살게 된다면 나는 한국의 무엇을 그리워할까? 


친하게 지내는 직장동료 한 명이 올 8월 남편과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됐다. 내가 그렇게 뉴질랜드가 더 좋다고 옆에서 바람을 넣었는데도 결국 캐나다로 결정을 하고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해외 생활 경험이 있는 나에게 이 친구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한국을 떠나기 전 반드시 해야할 것이 있는냐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너무 어릴 적에 뉴질랜드에 끌려(?)간 것이므로 특별히 준비한 건 없었다. 하지만 친구에게 우선 아픈 곳이 있으면 한국에서 모든 검진과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외국은 병원비가 엄청 비싸지 않은가. 특히 영주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니 치과, 내과 등 평소 불편한 곳이 있다면 일단 병원 순례를 시작하라고 했다. 



두 번째 질문은 역시나 영주권, 시민권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난 캐나다 이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캐나다도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IELTS 시험을 통해 영주권을 따는 제도가 있다는 것뿐이다. 그 친구의 남편은 캐나다 소대 대학에 학생신분으로 입학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 남편은 학생으로, 그리고 친구는 가서 일자리를 구해 천천히 자리를 잡을 생각이다. 


마지막 세 번째 질문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내가 만일 또다시 한국을 떠나 살게 된다면 한국의 무엇을 가장 그리워할 거냐는 것이었다. 앞의 두 개의 질문과 달리,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말로는 늘 언젠간 한국을 떠날 거라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한국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나중에 한국을 떠날 그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구상이 머릿속에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생각해 본다고 말한 후 시간을 벌었다. 만일 뉴질랜드를 떠나 온 지금, 뉴질랜드의 무엇이 가장 그립냐는 질문을 받았더라면 한 시간 내내 나 혼자 떠들 수 있었을 텐데. 뉴질랜드의 여유로운 분위기, 복잡하지 않은 한산함, 한국에는 없는 죠지파이와 thick shake, 뉴질랜드에서 파는 인도카레(한국에서 파는 인도카레는 도무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라운드어바웃, 선데이마켓, 히긴스쿠키 굽는 냄새, 그리고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동네에 들르는 아이스크림차 등 너무도 그리운 것 투성이다. 


반대로 난 과연 한국의 무엇을 가장 그리워할까? 외국으로 떠난 다른 사람들이 말하듯 나도 한국의 음식을 그리워할까? 사실 그럴 거 같진 않다. 난 한식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요즘은 외국에서도 한국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친구는 한국의 놀거리가 가장 그리울 거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가기 전 같이 놀이동산을 다녀달라고 부탁을 해, 이 나이 먹고 요즘 팔자에도 없는 놀이동산 다녀주느라 골병이 들고 있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난 한국을 떠나도 한국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는 분명 그리워하진 않을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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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마도 한국의 곳곳을 누비는 각종 트럭이 그립지 않을까? 순대가 먹고 싶다 싶으면 때마침 동네에 순대 트럭이 오고, 곱창이 먹고 싶을 땐 어떻게 알고 곱창 트럭이 온다. 여름엔 수박 트럭 등 과일 트럭이 오고, 가을에는 밤을 실은 밤 트럭이 동네를 누빈다. 새우튀김 트럭이 올 때도 있고, 통닭구이를 실은 트럭도 온다. 그리고 바로 오늘, 금요일은 칼을 갈아주는 칼가리 트럭이 오는 날이다. 이제 곧 확성기를 타고 “칼 갈아 드립니다~” 라고 외치는 친근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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