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0 개 512 강승민

기존 두 칼럼에 걸쳐서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즉 뉴질랜드 재산분할법 상으로 언제 어떻게 ‘부부관계’(사실혼 포함)가 정의되고 기본적인 재산분할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다루어보았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contracting out agreement, 즉 혼전 및 혼중 계약서에 대해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Contracting out agreement 은 뉴질랜드 재산분할법 21조에서 인정하는 절차입니다. 즉 양측이 ‘재산분할법이 적용되게 하지 말고 우리가 따로 합의하자’라고 하는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셨다면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 소위 ‘pre-nup’ (pre-nuptual agreement) 혹은 ‘post-nup’ 과 원리는 같습니다


결혼/사실혼 시작 전에 (혼전) 작성하던, 관계 중에 (혼중) 작성하던 법률 상으로는 똑같이 contracting out agreement으로 불리고 차이가 없습니다. 21A조에 의거하여 별거 후에 작성하는 separation agreement 만 표현을 살짝 달리합니다.


양쪽 부부가 거의 비슷한 재산으로 시작을 한다면 계약서 작성은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나눌때에도 똑같이 반반 나눠가져가면 깔끔할테니깐요. 다만 특정 재산은 특정인이 가져간다라고 하는 부분을 미리 동의해 놓는 등의 경우에 쓰임새가 있을 수 있을겁니다.


위와 달리 양쪽의 재산 차이가 클 때에는 재산이 많은 쪽에서 보통 계약서 작성을 요청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을겁니다. 안그러면 무조건 반반 가져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불합리해지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혼전/혼중 계약서가 유효하려면 아래와 같은 조건들을 맞춰야 합니다.


첫째, 서면으로 (in writing) 작성되어야 하고, 양측이 모두 서명을 해야 합니다.


둘째, 양측이 모두 독립적인 법적 자문을 받아야 합니다. 한 변호사가 양측에 동시에 조언을 줄 수 없습니다. 예를들어 부부가 공동으로 집을 사려고 할 때 conveyancing을 맡아주신 변호사님께서 혼중계약서 쓰라고 추천을 해주실 수는 있지만, 그 변호사님께서는 양쪽이나 어느 한 쪽에도 재산분할에 관한 조언을 주시면 안되고, 두 부부에게 각각 다른 변호사를 쓰라고 추천을 해 주셔야 합니다.


셋째, 양측의 서명이 각각 변호사에 의해서 목격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각각 자기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그 앞에서 사인을 하는게 일반적이고, 판례로 확실히 정해진 건 아직은 없지만 요새같은 전자시대에는 비디오톡 등을 이용하여 얼굴을 본 후 전자사인을 넣는 것도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절차나 합의내용 자체가 합리적이라면).


넷째, 각각 변호사도 “자기 고객에게 계약서의 효력과 영향에 대해서 설명했다”라고 인증하며 사인을 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조건들 때문에, 그리고 특히 회사나 Family Trust를 소유했다거나 다른 이유로 재산이 복잡한 경우에는, 당사자끼리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보다는 변호사를 찾아가서 작성부터 부탁하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계약서 해석이나 효력에 의문이 생기거나 적용되는 범위에 구멍이 나있거나 (소위 loophole) 한다면 가정법원 판사들은 빈틈에 대해서 가차없이 법을 적용시키기 때문에, 변호사를 통해서 빈틈없이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A가 집도 해오고 기여한 재산도 많은데 B는 재산 한 푼도 안가져왔으니까 나갈 때에도 한 푼도 못가져간다’라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B의 변호사라면 위 ‘둘째’ 조건에 의해서 사인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을 무효화시키겠지만, 만약에 B가 A의 협박이던 기타 이유로 또 다른 변호사를 찾아갔더니 사인과 인증까지 해버렸다면?


그 경우에도 21J조에 의거하여  B는 나중에 (보통은 별거 후에 하지만 관계중이라도) 가정법원에 혼전/혼중계약서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가정법원 판사는 아래 여러가지 요인들을 고려하여 serious injustice, 즉 계약서가 심각하게 부정, 부당, 불공평하다고 판단하면 계약서를 통채로 취소시키고, 법이 통채로 적용되도록 만들겁니다:


• 계약서 조항들(과 그 안에 작성된 문구들)이 어떠한지

• 계약서 작성으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많이 흘렀으면 흘렀을수록 취소시키기가 어려워지긴 합니다) 

• 계약 당시에도 불공정/불합리 했는지

• 계약 이후 상황이 변해서 불공정/불합리하게 변했는지

• 당시에 양측 당사자들이 계약을 함으로써 확실성을 원했다는 점

• 기타 법원에서 관련된다고 판단한 요인들



2000년대까지는 사실혼이 적용된지 오래되지도 않았고, 가정법원이 21J조에 의거하여 쉽게 계약서들을 취소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계약서들도 많이 작성들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 계약서를 연달아 취소시키기 시작한 판례들이 나오면서 얘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에 B라는 분이 A와 함께 오랜생활 가정에 충실하며 생활비를 벌어들이고 같이 썼다면, 혹은 집안일과 자녀양육에 집중하면서 A가 ‘바깥일’에 집중할 수 있게 조력했다면, 혹은 A가 가져온 집이나 다른 재산을 개선시켰다면, ‘한 푼도 못가져간다’라는 부분은 심각하게 불공평하다고 고려되어 계약서가 통채로 취소되고 법이 적용되어 반반 가져가게 되는 확률이 꽤 높아보입니다.


그럼 이렇게 취소될 수도 있는 혼전/혼중계약서는 애초에 작성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앉아있냐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취소될 수도 있다’는 거지, 모든 경우 취소된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재산분할법 상으로 인정한 절차 자체를 무효화 시키는거나 다름없으니깐요. 오히려 저는 계약서 작성을 추천드립니다. 합리적으로 동의된 계약서는 긴 소송과 변호사비용을 아낄 수 있게 해줄테니깐요.


법이랑 똑같은 내용으로 작성할게 아니라면 (그럴거면 만드는 의미도 크게 없겠죠..) ‘100% 취소안되는 계약서다’라고 하는건 없을테니, 대략 (1) 한푼도 못 가져가는 것과 (2) 반반 가져가는 것의 중간 어디쯤으로 합의를 하면 적절하지 싶습니다. 예를들어 혼전에 발생한 재산들은 혼전가치를 따져서 한쪽의 재산으로 정해두고, 그 이후에 증가된 재산들은 전부 반반으로 나눈다 이런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A의 집이 결혼당시 순 가치 (value 에서 mortgage 금액 뺀 것)가 90만불이었다, 그러면 90만불만큼은 별거 이후에 A의 소유로 해두고, 그 이후의 증가분은 전부 반반 나누는 것으로 한다던지요. 그 정도도 재산을 나누고 싶지 않다면 아예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게 제일 깔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법률적인 자문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중제 스님의 시간은 오늘도 발효 중

댓글 0 | 조회 163 | 4일전
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에서 듣는 중제 스님의 사찰음식 이야기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온기와 습기의 공간.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미생물들이 한 공간에서 숨을 쉰다.… 더보기

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댓글 0 | 조회 120 | 4일전
▲ 첫 소설집 ‘통영’을 낸 반수연 작가가 2021년 7월13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작가 반수연의 … 더보기

한의학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하기

댓글 0 | 조회 194 | 4일전
다시 또 알레르기가 시작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콧물과 재채기, 그리고 코 막힘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야기한다. 하… 더보기

new NCEA 분석과 대책

댓글 0 | 조회 511 | 4일전
뉴질랜드 고등학교 학력제도인 현 NCEA (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는 2002년 NCEA Level… 더보기

부부 공동재산과 별도재산

댓글 0 | 조회 853 | 5일전
한국은 부부별산제, 즉 부부가 별도로 각자의 재산을 가지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고 합니다.반대로 뉴질랜드는 다른 영미권과 마찬가지로 공동재산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 더보기

추석 도시락

댓글 0 | 조회 386 | 5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추석날 아내가 싸준노란 도시락 반찬계란말이에 목이 멘다가난한 목사의 아내는아들 학교 도시락에계란부침 하나얼마나 넣어 주고 싶었을까어머니의 가… 더보기

30.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이유와 그 해결책

댓글 0 | 조회 521 | 5일전
먼저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이유부터 알아 본다. 당뇨는 현대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흔한 병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의 왕들의 질병에 관한… 더보기

영원한 사랑의 메신저

댓글 0 | 조회 130 | 5일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리 집으로 오라는 전갈이었다.공항에서 집으로 달려갈 동안 언니는 지하철 타고 버스 갈아타며 벌써부터 와서 기다리고… 더보기

병을 받아들이고 친구처럼 지내라

댓글 0 | 조회 153 | 5일전
지금 여러분의 몸은 어떠십니까? 살 만 하신가요? 어디가 안 좋으신가요? 어딘가 아프다면 그것 때문에 어떤 불편을 겪고 계신가요? 무얼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4)

댓글 0 | 조회 316 | 6일전
독립계약자와 피고용인의 차이점은 피고용인은 법적인 보호장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작년 칼럼에서는 고용법원 다음의 상위 법원인 항소법원이 차량 공유… 더보기

사라진 동화마을

댓글 0 | 조회 121 | 6일전
시인 반 칠환더 이상 불순한 상상을 금하겠다달에는 이제 토끼가 살지 않는다 알겠느냐물 없는 계곡에 눈먼 선녀가 목욕을 해도지게꾼에게 옷을 물어다 줄 사슴은 없느니… 더보기

딥 페이크와 텔레그램

댓글 0 | 조회 155 | 6일전
1997년 말 IMF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외환유동성 위기 이후에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라는 것이 파괴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래서 전자상거래에 관… 더보기

콜레스테롤의 날

댓글 0 | 조회 376 | 9일전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대표적인 스테롤(스테로이드와 알코올의 조합)의 하나로서 모든 동물 세포의 세포막(細胞膜)에서 발견되는 지질(脂質)이며 혈액을 … 더보기

29. 키토 다이어트, 간혈적 단식, 모방 금식법, 쥬스 다이어트, 오토파지 다이…

댓글 0 | 조회 450 | 9일전
요즘은 다이어트 시대같다. 이런 저런 다이어트 방식들이 많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성장 과정, 영양 상태, 건강상태, 장환경, 장내 … 더보기

몸이 아플 때 이용 가능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

댓글 0 | 조회 963 | 2024.09.17
What Happens if you get Māuiui (Sick)?몸이 아플 경우 여러분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료 서비스가 있습니다.일반적인 건강 정보… 더보기

28.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할 때나 먹고 싶지 않을 때의 비책

댓글 0 | 조회 526 | 2024.09.17
항생제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것은 맞다. 반면에,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궁지로 내몰아진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항생제는 … 더보기

김민기의 우리말 사랑

댓글 0 | 조회 377 | 2024.09.11
▲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며 사석에서도 노래하지 않았던 김민기가 ‘겨레의 노래’에서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프로그램 갈무리지… 더보기

봄은 언제 오는가

댓글 0 | 조회 364 | 2024.09.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새 교과서를 받아달력 종이로 책 겉장을 싸면서봄은 어린 가슴에 왔다새 담임선생님이 누구인지아이들의 눈이 교실 문을 바라볼 때무섭다고 여긴 선… 더보기

뉴질랜드 아리랑

댓글 0 | 조회 530 | 2024.09.11
한민족에게는 ‘아리랑’이 있고 뉴질랜드인에게는 ‘포카레카레 아나’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한민족의 정서 속에 녹아내려 민중… 더보기

27. 부작용 없는 만능 소화제를 체험하자

댓글 0 | 조회 776 | 2024.09.11
가장 탁월한 소화제는 각자에게 이미 존재한다. 각자 이런 소화제를 사용할 결심을 하고 실행만 하면 된다. 다만 이런 놀라운 약과 방법을 간과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더보기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

댓글 0 | 조회 343 | 2024.09.11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입니다. 착 가라앉아서 몸이 피곤하고 손가락 까딱하기 싫은데, 알고 보면 마음이 까딱하기 싫은 겁니다.마음이 왜 까딱하기 싫은가… 더보기

현재 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댓글 0 | 조회 513 | 2024.09.10
기존 두 칼럼에 걸쳐서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즉 뉴질랜드 재산분할법 상으로 언제 어떻게 ‘부부관계’(사실혼 포함)가 정의… 더보기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

댓글 0 | 조회 182 | 2024.09.10
뉴질랜드의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은 매년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됩니다.… 더보기

나는 무엇에 쓰일 것인가?

댓글 0 | 조회 198 | 2024.09.10
공주 학림사‘이뭣고’화두 참선공주시 계룡산 자락에 핀연꽃 같은 명당에 자리 잡은학림사는 백일 용맹정진의 오등선원과시민선원이 있는 수행도량이다.템플스테이 참가자가 … 더보기

사랑한다 말 못하고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0 | 조회 244 | 2024.09.10
시인 나 태주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꽃이 예쁘다느니 하늘이 파랗다느니그리고 오늘은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이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