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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주님!
올해 겪은 놀란 일을
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당신 손 놓치지 않을
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
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기차역에서 걷는
집 먼 저녁 길
어디쯤 왔을까
아내가 궁금해하는
그 거리만큼에
지금 걷고 있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찬송, 동요, 가곡, 유행가 섞어가며
흥얼거리는 걸음에
노랫말마다
뭉클케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먹이 찾는 새 옆을
조심히 걷지 않아
놀란 새들의 날개짓에
미안한 마음 들게 하시고
책 읽다가 줄 긋는 구절에
내 마음이 그 마음이라며
한참 음미하게 하옵소서
아내가 커피 한 잔 건넬 때
쓴맛이 먼저 떠 오르기 보단
따스히 같이 앉겠다는 마음을
읽을 줄 알게 하옵소서
거미줄에 걸려있는
나비를 보고
떼어 놓아 살려 주어야 할지
거미가 먹고 살게 해야 할지
고민거리에 해답을 주옵소서
잘 가꾼 정원 있는 집을 보며
단정한 주인을 칭찬하게 하시고
풀이 넉넉히 웃자란 집 주인에게서는
나른한 여유를
부러워하게 하옵소서
꼭 일 년 전 그 달
다시 맞은 십일월에는
모든 게 어색해
사는 게 신기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