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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바꾸면 학교에 잘 다닐까 싶어 이곳에 왔는데, 학교에 가지 않고 방 안에만 있으니 답답합니다.” “오늘은 배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기 힘들겠다고 하네요. 요즘은 여기저기가 아프다며 학교를 빠지는 날이 많아지고 있어요.” “어제 저녁에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고 나갔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흘째 학교에 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갈 줄 알았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학교 갈 기분이 아니라며 가지 않더군요.” “시험이 다가오면 신경이 아주 날카로워져서 무슨 말을 하기도 어려워요.” “늦은 새벽까지 친구들과 톡하고 게임을 하니 아침에 일어나질 못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해보셨거나 지금 겪고 계신 부모님들이 계신가요? 처음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부모님들은 당혹스럽고 화가 나실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런 시간이 지속된다면 진급은 할 수 있을지, 유학을 오셨다면 내년 비자는 잘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되실 겁니다.
말로만 들었던 이러한 시간이 막상 나에게 닥치니,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하고, 유튜브에서 얻은 많은 정보를 실제로 적용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민을 하셨거나 유학을 오신 분들은 이러한 아이들과의 갈등이 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현지 교육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불안감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민자와 유학생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에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문화적 차이, 영어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아이들과의 언어적 장벽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자녀들의 정체성 혼란, 부모님들의 기대,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느끼는 자녀들의 죄책감 등이 그 예입니다.
저는 그 힘든 시간을 겪어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부모님들과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부모님께 정말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부모님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감정적인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며 그리면서 갈등이 골이 깊어졌다고 이야기 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영어가 잘 안 돼 속상한 아이에게 “그러게, 한국에 있을 때 영어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잖아?”, “다 그런 시간이 있는 거야. 너만 그런 거 아니고 다른 친구들도 다 똑같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야.”라고 말할 때, 아이는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대학교 때 절친들을 만났어. 언젠간 너도 만나게 될 거야.”, “원래 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 미리 배운다고 생각해.”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이가 스쿠터를 타다가 다쳤을 때, “더 큰 사고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그러게 앞을 잘 보고 조심해서 타라고 했잖아”라는 말도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해 주지 못하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존중받고,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적극적 경청’과 ‘공감 표현’을 통해 가능합니다. 대화 중 자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고, 중간중간 공감을 표현하며 감정을 인정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네가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많이 힘들었겠네.”, “많이 아팠겠구나.”와 같은 공감의 표현은 자녀가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많이 다치지 않았어?”, “괜찮아?”, “정말 다행이다. 네가 다치지 않아서.”와 같은 말은 자녀에게 부모님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말보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될 때도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개인 상담을 받거나 부모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패런팅 모임에 참여해 보세요. 이러한 모임에서는 역할극을 통해 배운 내용을 실천해 보고, 다른 부모들이 사용했던 유용한 방법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물론 뉴질랜드 한인 사회처럼 작은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개인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 상담이나 심리 상담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으며, 외부인의 객관적인 시선이 문제의 본질을 더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자녀와의 갈등이 어렵고 힘든 시간일 수 있지만, 이 시간을 통해 부모와 자녀 모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