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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 정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 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전에는 결코 잊지 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