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0 개 652 명사칼럼

지난 2월 14일 수요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판결을 받은 날이면서, 교회성당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사순절, 즉 40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죽음 이전 기간을 가리킨다. 예수 고난과 죽음뿐 아니라 나 자신의 죽음도 묵상하는 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창세기 3,19b). 흙에서 나온 인간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라틴어 humus는 ‘흙’, humanus는 ‘인간의’ ‘인간적인’이란 뜻이다. 인간과 흙은 존재뿐 아니라 단어로도 연결되어 있다.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에 교회성당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내 탓이오”다.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 때마다 자기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입니다” 고백한다.


2009년 한국 가톨릭에서 ‘내 탓이오 운동’이 벌어졌다.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자주 강조해온 사랑과 화해와 용서의 삶을 압축했던 한마디이기도 하다. 죄 많이 지은 사람들이 뻔뻔하게 버티는 세상에서, 자기 잘못을 정직하게 고백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런데, 이 “내 탓이오” 용어는 자칫하면 본래 의도와 다르게 잘못 이용될 소지도 있다. 사람을 정신적으로 억압하는 통제 장치중 하나로 악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다. “왜 꼭 내 탓이지?”


내 죄를 만드는 세상의 악


죄와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죄가 개인이 저지른 잘못을 가리킨다면, 악은 개인의 죄가 구조화된 커다란 힘에 비유할까. 세상에는 내 죄나 남의 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먹 만한 내 죄와 티끌 만한 남의 죄가 모이고 커져서 마침내 눈덩이처럼 커다란 세력이 된다. 내 죄는 내가 뉘우치고 회개하여 어느 정도 고칠 수 있다고 하지만, 악은 내 회개와 반성에 관계없이 독자적인 힘으로 우리를 억누른다.


이 설명은 달걀과 닭 중에 무엇이 먼저냐 가리키는 논쟁은 아니다. 내 죄와 세상의 악을 자세히 비교해보자. 인간에게 더 많은 해악을 끼치는 것은 내 죄인가, 세상의 악인가. 무엇부터 먼저 없애야 하는가- 내 죄인가, 세상의 악인가. 내 죄를 묵상하는 데 몰두하다가, 내가 세상의 악을 모른 체해도 좋다는 말인가. 아무리 큰 내 죄도, 세상의 악에 비하면, 사소할 뿐이다. “사람을 죄짓게 하는 이 세상은 참으로 불행합니다“(마태 18,7a).


“내 탓이요” 단어에서 내 잘못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아도 세상의 악을 연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내 탓이오” 고백한다 해도, 모든 사람이 세상의 악을 정직하게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생각하는 주제를 확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내 탓이오” 그만 하고 “저들 탓이오!” 외치자는 말이다. “내 탓이요” 그만 하고 “예 할 것은 예,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마태 5,37) 하자는 말이다.


6020d935ddd1975213b10bda8cea1e77_1710290488_0867.png
▲ 광야에서 유혹당하는 예수. 위키백과


세상의 악에 저항했던 예수의 40일


예수 죽음뿐 아니라 내 죽음도 묵상하는 사순절이란 단어는 과연 적절한가. 성탄절, 부활절 단어는 내용을 가리키지만, 사순절 단어는 기간을 가리킨다. 내 생각에, 그 의미로 보나 정확성으로 보나, 사순절 단어보다 저항절 단어가 더 낫다. 사순절 단어는 예수의 수동적 고난을 가리키지만, 저항절 단어는 예수의 고난뿐 아니라 적극적 저항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예수가 고난 받았다는 사실뿐 아니라 예수가 고난받은 이유를 또한 알아야 한다. 예수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예수는 고난 받지 않았을 것이고, 처형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수는 수동적으로 고난 받은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예수는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였기 때문에 고통 받았고, 정치범으로 십자가에서 처형되었다.


사순절 단어는 예수의 저항을 설명하기에 많이 부족한 단어다. 내 생각에, 사순절, 즉, 저항절은 예수 고난보다 예수 저항을 좀더 생각하는 시기다. 내 죄보다 세상의 악을 먼저 더 성찰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28살 체 게바라는 어머니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저는 예수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는 힘이 닿는 한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싸울 겁니다. 저들이 나를 십자가에 매달아두게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리는 억울한 희생자가 없게 하자는 말이다. 세상에서 어떤 악이 자행되고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똑바로 보자는 뜻이다. 세상의 악을 없애기 위해 싸우던 예수를 따르자는 말이다. 체 게바라는 예수의 저항을 잘 이해하였다.


6020d935ddd1975213b10bda8cea1e77_1710290519_2609.png
▲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관객 60만명을 돌파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전날까지 62만6천763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건국전쟁’ 포스터가 나오고 있다. 2024.2.18. 연합뉴스


학살 독재자 이승만 칭송? 사순절에 개신교가 할 짓인가


세상의 악에 목숨걸고 저항했던 예수의 삶과 정반대되는 해괴한 짓이 최근 한국 개신교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영화 <건국전쟁>을 통해 독재자 이승만을 부활시키려는 해괴한 움직임 말이다.


강인철 교수의 『종속과 자율-대한민국의 형성과 종교정치』에 따르면, 해방 직후 미군정은 일제의 종교 부동산과 재산(적산)을 대부분 개신교에 몰아주었다. 영락교회, 경동교회 등이 적산의 특혜 배분으로 자리 잡았다.


이승만은 영락교회에서 출범한 서북청년단을 앞장세워 제주 4.3 학살을 자행하지 않았는가. 이승만은 아름다운 제주 섬을 거대한 공동묘지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것 뿐인가. 이승만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또 얼마나 많은가. 이승만의 죄악을 낱낱이 종이에 쓴다면, 대한민국 모든 종이를 모아도 부족할 것이다.


독일에서 독재자 히틀러를 찬양하는 사람은 즉시 감옥형에 처해진다. 대한민국에서 독재자 이승만을 칭송하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개신교 형제자매들께 정중하게 묻고 싶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6020d935ddd1975213b10bda8cea1e77_1710290408_0482.png
 
■ 김 근수 
역사연구가. 가톨릭 프레스 편집인. 해방신학연구소 소장.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광주 가톨릭대학 2학년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나 마인츠 대학교 가톨릭 신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로메로Romero 대주교의 땅 엘살바도르로 떠나 UCA 대학교에서 소브리노J. Sobrino에게 해방신학을 배웠다.
독일에서 배운 성서신학의 학문적 연구성과와 남미 해방신학에서 배운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을 존중한다. 그러한 바탕에서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소브리노의 유일한 아시아인 제자다. 해방신학의 눈으로 역사의 예수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슬픈 예수』 『행동하는 예수』 『교황과 나』, 공저로 『교황과 98시간』, 옮긴 책으로 『해방자 예수』가 있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696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437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2.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468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

유년의 부활절

댓글 0 | 조회 292 | 2024.04.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부활절 아침에어머니가 흰 봉투에 넣어준부활절 헌금은 십원짜리지폐 한 장이었습니다교회선생님이 출석부 이름을 부르면나는 자랑스럽게 선생님께 드렸… 더보기

잇몸의 날

댓글 0 | 조회 576 | 2024.04.06
‘잇몸병’은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국민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엔 감기 환자(약 1200만명)보다 잇몸병 … 더보기

독감 및 최근 COVID-19 개량 백신 접종

댓글 0 | 조회 1,328 | 2024.04.05
4월 1일부터 독감 접종 시작합니다여러분과 사랑하는 이들을 독감으로부터 보호하세요.독감(인플루엔자)은 일반적인 감기와는 다릅니다. 독감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며, … 더보기

2024학년도 한국대학 입시 분석 결과 리뷰

댓글 0 | 조회 991 | 2024.03.28
2024학번 수험생들은 2020년부터 약 3년 여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판데믹을 거치며 고등학교 3년 대부분을 보냈던 코로나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극단적으… 더보기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 비자

댓글 0 | 조회 831 | 2024.03.27
뉴질랜드의 투자 기회를 높이는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 (Active Investor Plus Visa) 비자 소개중요한 발전으로,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 비자가 … 더보기

매일 아침 10분 모닝 요가

댓글 0 | 조회 619 | 2024.03.27
아침마다 침대에서 나오기 힘드신 분들, 특히 눈은 떠져도 몸이 말을 듣질 않아 한참을 이불 안에서 뭉그적거리게 되는 분들을 위한 영상입니다. 굳이 매트를 찾아 깔… 더보기

1. 장 건강의 중요성

댓글 0 | 조회 814 | 2024.03.27
저는 한의사도 아니고 기능의학자도 아니며 자연치료사도 아니다. 다만 자연치료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저는 그들이 지향하는 치료 방향에 공감을 하며 그들… 더보기

가을논에서

댓글 0 | 조회 469 | 2024.03.27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한적한 양구 벼 베낸 논에공 하나 들고 들어가논물 막았던 돌멩이로 골대 만들고혼자 이리저리 차며 논다지나던 논 주인일까뭐하슈어릴 적 생각이 … 더보기

참으로 좋은 삶, 늦복에 있네

댓글 0 | 조회 606 | 2024.03.26
처음 영정사진을 찍었을 때가 육십대 후반 칠순을 목전에 두었을 즈음이다.친구들이 앞다투어 몰려가는데 나는 사실 가고싶지 않았다. 마음은 아직도 새파란 청춘인데 영… 더보기

우화루에 꽃비 내리는 날

댓글 0 | 조회 316 | 2024.03.26
완주 화암사와 파주 보광사의 목어“이곳에도 부처님이 오실까요?” 가까스로 길을 물어 절에 다다랐을 때 누구에게랄 것 없이 무심코 새어나온 물음. 완주 불명산 시루… 더보기

왕초보를 위한 워크비자 입문서

댓글 0 | 조회 1,238 | 2024.03.26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노동을 하기 위한 최적의 비자는 단연코 워크비자(work visa)입니다. 워크비자가 아니더라도 세금(PAYE)을 납부하면서 당당하게 근무하… 더보기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댓글 0 | 조회 500 | 2024.03.26
시인 이 해인먼 하늘노을지는 그 위에다가그간 안녕이라는 말보다보고 싶다는 말을 먼저 하자그대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아련한 노을 함께 보기에 고맙다바람보다, 구름… 더보기

호흡이 안 되는 이유

댓글 0 | 조회 693 | 2024.03.26
호흡이 안 되는 것은 대개 불안해서입니다. 초조하고 근심걱정이 많으면 가슴 부위에 기운이 뭉칩니다. 잡념이 많으면 호흡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지요. 숨 쉴 때만이라… 더보기

직원의 번아웃

댓글 0 | 조회 1,130 | 2024.03.26
번아웃이란 과도한 업무량, 충분하지 않은 보상, 붕괴된 일과 사생활의 균형,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하는 육체와 정신의 붕괴 현상을 말합니다. 피고용인이 번아웃에 빠… 더보기

체질이 궁금하세요?

댓글 0 | 조회 529 | 2024.03.26
서양의학의 발전에 가려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던 한의학이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이것은 서양의학이 환자 자신이 느끼는 증세보… 더보기

뉴욕의 말똥 걱정, 그리고 파괴적 혁신기술

댓글 0 | 조회 488 | 2024.03.26
아내가 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일 때에 누가 자기 혈액의 백혈구(NK세포)를 추출해 증식시켜 도로 주입하면 치유와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해서 그걸 해 보았다. … 더보기

품위 있는 죽음(Well-dying)

댓글 0 | 조회 1,227 | 2024.03.22
지난주 아내와 함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1층 소재 메가박스에서 영화 <소풍>(러닝타임 114분)을 관람했다. 지난 2월 7일 개봉한 <소풍>…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573 | 2024.03.13
리커넥트는 다가오는 4월을 시작으로, 정신건강이라는 주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웰빙을 향상하는 목표로 Henderson High School에서 “Care to… 더보기

건양하면 다경하다고?

댓글 0 | 조회 520 | 2024.03.13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두니 한 절기는 반 달(15일) 만에 돌아온다. 절기의 시작은 입춘(立春)이고 올해는 2월 4일이다. 입춘이 지나고 15일(… 더보기
Now

현재 ‘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댓글 0 | 조회 653 | 2024.03.13
지난 2월 14일 수요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판결을 받은 날이면서, 교회성당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사순절, 즉 40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죽음 이… 더보기

한 사람을 사랑했네

댓글 0 | 조회 747 | 2024.03.13
시인 이 정하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슬픔과 그리움은내 인생 전체를 … 더보기

우선순위가 있는 삶

댓글 0 | 조회 666 | 2024.03.13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갈등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의 우선 순위를 생각해보면서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