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말똥 걱정, 그리고 파괴적 혁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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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말똥 걱정, 그리고 파괴적 혁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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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일 때에 누가 자기 혈액의 백혈구(NK세포)를 추출해 증식시켜 도로 주입하면 치유와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해서 그걸 해 보았다. 국내에서는 허가가 안 나 일본으로 가야 했으니 의료보험이 안 되는 것은 당연지사.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그때 평생 당뇨로 고생하던 사람이 그런 치료를 받고 정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이런 기술이 엄청 발전했을 것이다. 줄기세포나 제대혈을 이용하는 치료도 나온 지 오래 되었다. 의생명공학, 나노(nano)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보아 머지않아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암은 심하면 방사선을 쪼여 크기를 줄이고 수술해서 덩어리를 떼어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먹는 항암제로 암 세포만 찾아 죽이는 표적치료제가 나왔지만 그게 안 듣거나 수술하기가 어려운 부위이면 방법이 없단다. 아내는 임파선에 전이가 되어 재발을 했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중요한 것이다. 이제 경천동지할 일이 생겼다. 작년 4월, 세브란스 병원이 ‘중입자 치료기’를 가동했는데 눈 깜짝할 새에 거의 햇빛 정도(70%)로 가속된 탄소의 핵 입자가 정상 피부를 무해하게 통과해서 암세포만 골라 파괴한다는 것이다. 환자는 아무 자각 없이 몇 분 만에 치료가 끝나는데 이걸 열 번 정도 하면 감쪽같이 낫는다는 것이다. 서울대학병원은 이런 중입자 치료센터를 건설 중이란다. 어느 병원이 이걸 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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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인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은 기존의 틀을 깨는 기술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주산을 많이들 배웠다. 주산으로 급수를 따고 유단자가 되고 입신의 경지인 9단을 따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머릿속으로 셈하는 암산의 신도 많았다. 그런데 그 주산이 손바닥만 한 전자계산기가 나오고는 사라져버렸다. 이제는 주판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날로그를 뒤엎은 디지털의 파괴적인 기술이다.


80년대 초,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이 득세하고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 나올 것이라고 들었다. 전문가가 되는데 드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활용할 시간이 적어, 척 보면 아는 전문가의 지식을 컴퓨터에 담아 그 컴퓨터를 전문가처럼 활용하자는 것이다. 근래에 로톡(law-talk)이라는 것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는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다툼 같았다. 로톡은 법률과 판례를 저장하고 있어서 이용자(주로 법조인)가 검색조건을 주면 거기에 맞는 조문이나 판례를 찾아주는 엄청나게 편리한 전문가 시스템이다. IBM이 만든 왓슨(watson)이 의사처럼 진단과 처방을 돕고 있다. 2016년에 길병원이 암진단을 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했고 지금은 7개 병원이 쓰고 있다. 암 관련 진단과 치료 사례가 늘어나면 정확성이 더 높아질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전문가 시스템과 중입자 치료기, 표적치료제 등으로 암이 정복될 날은 머지않았다.


어떤 신입사원이 “첫 달은 월급을 1원만 주시고 다음 달은 2원, 이렇게 달마다 배로 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하고 제안을 했단다. 월급을 1원, 2원으로 달라하니 쾌히 승낙했다면 월급이 1000만 원이 되는 달은 3년째 드는 25개월째이며 금액은 1677만7216원이다. 1원은 2의 0제곱이고 2원은 2의 1제곱이며 1677만7216원은 2의 24제곱이다. 31개월째는 2의 30제곱으로 10억7374만1824원이다. 연봉이 아닌 월급이 10억 원을 넘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의 발전은 이렇게 중력가속도가 붙어 돌진한다. 2016년에 ‘알파고’가 바둑의 신, 이세돌 9단을 이기고 이어 2022년에 챗GPT가 나왔다. 그 사이 의료기기는 포터블(휴대)에서 웨어러블(장착)로 발전했고 곧 필요한 곳(몸)에 심게 될 것이다.



의사가 지금 부족한 것은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틀림없다. 그런데 10년, 20년 후는 어떨까? 서로 버티다가 판이 커졌다. 호미는커녕 가래로도 막기 어렵겠다. 궁금하여 인공지능,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의사의 수는 몇 명이며 의·정 갈등은 어떻게 풉니까?” 답: “말해도 소용없어요. 귀를 막고 제 말만하니 어찌 풀리겠습니까?” 한동안 새우들만 등이 휘고 터질 것이다. 늘어나는 교통량을 보며 뉴욕이 마차와 말똥으로 덮일 것이라고 떠들썩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동차를 보지 못한 것이다. 머지않아 의료의 틀이 확 바뀔 것이다. 마차에서 자동차를 넘어 파괴적으로!


출처 :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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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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