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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학의 발전에 가려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던 한의학이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이것은 서양의학이 환자 자신이 느끼는 증세보다 병원의 검사 결과에 의존하여 건강 상태를 판정하고, 건강을 판정하는 기준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려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상의학에 대한 관심과 의문은 가히 폭발적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한의사라면 누구나 체질의학의 대가이고, 따라서 어느 한의원에 가더라도 자신의 체질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체질의학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의견이 나오면서, 체질 의학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사상체질은 우리가 잘 아는 것과 같이 사람의 체질을 태음인, 태양인, 소음인, 소양인 등으로 나누는 것으로, 그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태음인은 간대폐소(肝大肺小)라고 하여 간의 기능이나 형태적인 크기가 발달했다고 보며, 예의가 바르고 행동 거지가 무게 있고 신중한 편이다.
태양인은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형태적으로 분류하기가 쉽지 않지만, 흔히 눈에 특징이 있고 이마가 잘 생긴 사람이 많다고 한다. 성격은 직선적인 편이다.
소음인은 매사에 치밀하고 꼼꼼하며 성실한 편이다. 비위가 약해서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소양인은 활달하고 쾌활하며 비위 기능이 왕성해서 소화력이 아주 좋은 편이다.
이와 같이 구분할 수 있지만, 전문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다시 한증과 열증으로 나누는 방법이 있으므로 위의 설명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체질을 분류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한의학계에 새로운 학파를 형성한 지산 박인규 선생의 이론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사람의 생긴 모습을 동물에 비유하여 주류(走類), 조류(鳥類), 어류(魚類), 갑류(甲類)로 나누기도 하고, 얼굴의 모양에 따라 혈과(血科), 정과(精科), 기과(氣科), 신과(神科) 등으로도 분류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육경형이라고 해서 눈과 코의 성쇠를 보아 양명형, 궐음형, 태양형, 태음형, 소음형, 소양형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주류는 얼굴이 길고 푸르며, 코가 길고 눈꼬리가 올라가며, 옷을 때 코에 주름이 잡히는 것이 특징이다.
조류는 머리와 몸통이 작고, 눈이 동그랗고 입술이 얇고 튀어나와 있으며 잘 웃고, 어린이들은 변비로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류는 입술이 두툼하고 엉덩이가 크며, 몸통에 비해서는 팔다리가 짧고 음식의 맛을 잘 알고 잘 먹는다. 욕심이 많고 말을 잘 못하는 편이며, 겁이 많고 소심한 편이다.
갑류는 목이 짧고 어깨가 넓은 편이며, 얼굴이 대체로 둥글고 넓적하다. 성격상 의리가 있고 추진력이 있지만, 고집이 센 편이다.
혈과에 해당하는 사람은 얼굴이 물방울 모양이며, 여성스러운 성격이 많다.
정과는 얼굴이 전체적으로 둥글고, 성정은 고집이 세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원만하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비위가 좋아 잘 먹고 넉살이 좋으며 움직이기를 싫어한다.
기과는 얼굴이 각이지고 살이 없고, 광대뼈가 발달해 있으며 얼굴이 검은 편이다. 마음씨는 고우면서도 자존심이 강하고 예민하며 열심히 일하는 편이다.
신과는 얼굴이 역 삼각형이고 이목구비가 큰 편이며, 일반적으로 머리 회전이 빠르고 신경성 질환을 앓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이 밖에도 체질을 보는 각도가 다양하게 존재하므로 어느 학설이 정설이고 어느 학설이 틀렸다는 식의 구별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각자 주장하는 이론이 일리가 있고 임상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게 쓰이고 있으므로,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인체를 관찰하는 좋은 방법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황제내경』 에서는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의 오장에는 혼(魂), 신(神), 의(意), 백(魄), 지(志) 라는 정신작용이 있으며, 산(酸), 고(苦), 감(甘), 신(辛), 함(鹹) 이라는 다섯 가지 맛이 각각 오 장을 자양하기 때문에 이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음식을 골고루 먹어서 오장과 정신작용을 조화롭게 잘 길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 건강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가지다 보니 체질에 따른 식사를 해야 한다는 이론을 실천한답시고 극단적으로 음식을 가려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결과적으로는 오장이 고루 길러 지지 않고 그 때문에 정신 작용도 편벽하게 되어 원만하지 못하고 삐뚤어진 성격을 가지게 되며, 육체적인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의 머리보다는 몸이 훨씬 정직하다. 남들이 뭐라고 그래도 내가 먹어서 몸과 마음이 편하면 그것은 나에게 좋은 음식이고, 아무리 남이 먹어서 좋다고 해도 기분이 나쁘거나 몸에서 부작용이 생기면 그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이다. 그러니 체질에 따른 음식에 너무 구애 받을 것이 아니라 평소 골고루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