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삼릉 ~ 금오봉 순례
경주 남산이 불국토(佛國土)인 것은,
경주가 불국토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신라의 왕들은 남산에 묻히기를 원했을지 모릅니다.
신라 제 8대 아달라왕(阿達羅王),
제53대 신덕왕(神德王),
제54대 경명왕(景明王)
세 왕의 무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삼릉(三陵).
나무들이 춤을 추며 숲을 이룬 모습이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음을 나누며 쉬는 모습은
절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현장입니다.
불국토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숲을 지나 계곡으로 오르니,
그 숲과는 조금 다른 모습들이 보입니다.
삼릉 계곡 제1사지에 여기저기 흩어진
탑재와 석재를 모아 한 자리에 두었습니다.
어떤 탑의 일부분이었을, 어떤 성보의 일부분이었을
조각들을 보니 마음 또한 부서집니다.
자리를 옮겨 마주한 부처님의 모습은 더 가슴 아픕니다.
삼릉 계곡 제2사지 석조여래좌상은 머리가 없습니다.
시대를 거치며 갖은 고초를 겪었을 부처님을 생각하니
머리가 절로 숙여집니다.
삼릉 계곡을 오르며 계속 나타나는 부처님의 흔적,
절의 흔적, 석탑의 흔적은
부처님 법을 더 온전하게 보전하고 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내게 합니다.
거대한 바위 2개에 선으로 그려진 마애불은 그래도 순례객의 마음을 붙잡습니다.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선각육존불은 훼불의 역사를 이겨낸 듯 합니다.
탄압의 역사를 버텨낸 듯 합니다.
본격적으로 땀방울이 맺힐 때쯤 만난 석조여래좌상은
몸과 마음에 시원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곳곳에 ‘보수’의 흔적이 있긴 하지만 그 흔적 그 모습 그대로가 바로 역사일 것입니다.
온전하게 서 계시는 부처님 모습만으로도 발심(發心)의 인연은 만들어질 것입니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숨이 턱에 차오를 때쯤 스님의 기도 소리가 들립니다.
청아하고 맑은 스님의 기도 소리에 마음이 놓입니다.
좀 더 오르자 작은 연등도 보입니다.
토굴만큼 작은, 상선암입니다.
상선암에서의 간절한 기도는 아마 삼릉 계곡의 찬란하지만 아픈 불교 역사를 치유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상선암을 지나 금오봉쪽으로 가다 보니 거대한 마애석가여래좌상도 보입니다. 2시간여의 산행 끝에 금오봉에 도착했습니다.
산의 역사, 계곡의 역사와 달리 산 아래의 모든 생명들은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올해 초 43일간의 인도순례에 동참했던 참가자의 이야기가 가슴을 칩니다.
“인도에서 보았던 역사로서의 불교가 삼릉 계곡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유물불교가 아닌 대중들과 함께 하는 불교, 모든 생명들의 평화와 중생들의 안락을 위한 불교가 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강조하셨던 모든 중생의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부처님법 열심히 전하겠습니다!”
■ 출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매거진(vol.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