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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90개국 이상의 기업에 컨설팅을 하는 가트너(Gartner)사는 85개의 지점에 거의 2만명 가까운 직원을 두고 있다. 직원의 대부분이 똑똑이들이라 브레인풀이며 공장을 돌리는 대신 머리를 굴려 지갑을 터는 일을 40년이나 하고 있다. 이 가트너사는 매년 한 해를 예측하며 10가지 기술추세를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11월13일자 ‘2024년의 세계를 내다보며’ 편에서 편집인 톰 스탠디지가 2024년에 주목해야할 10가지 트렌드를 제시했다. 해가 다르게 급속히 발전하고 바뀌는 세상에서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 큰맘 먹고 조찬특강을 들었다.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챗GPT를 이용해 성공한 사업가가 그 활용법을 이야기 한다기에 벼르고 별러서 들은 것이다. 내가 AI라는 말을 처음 접한 지가 1980년대 초 대학원생이었을 때이니 40년이 넘었다. 그간에 느리고 더디어 이거 언제 써먹겠나 싶었는데 ‘알파고’가 입신의 9단을 이기는 것을 보고는 때가 됐구나 싶었다. 나는 구글이 처음 나왔던 1990년대 말부터 야후 대신에 그걸 써왔고 지금도 쓰고 있다. 번역 앱을 가장 많이 쓰지만 수십 가지나 되는 구글의 앱은 정말로 고맙다. 이제 AI 프로그램 바드(bard)에게 복합적인 질문을 하고 있고 단순한 질문은 스마트폰의 빅스비에게도 물어본다. 구글은 검색이 AI로 넘어갈 것을 예견하고 생성형 AI 프로그램인 바드를 출시했다. 물론 챗GPT보다는 늦었다. 질문이나 명령문에 해당하는 프롬프트를 잘 적으면 보다 정교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기사나 조사보고서도 그럴듯하게 써 준다.
전문가의 특강은 실시간으로 주식의 시황을 분석해 최적의 투자안을 추천받는 것이었는데 내가 주식으로 돈을 못 버는 이유를 알았다. 또 주식을 안 하는 것이 버는 것임을 알 수 있겠다. AI는 많은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을 했고 나는 주먹구구였으니 일찍 일어난 새 몇 마리가 모이를 다 먹고 난 뒤라 이삭줍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트너는 10가지 기술동향이 적어도 향후 36개월까지는 비즈니스 및 기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였다. 우선 AI가 널리 쓰이게 됨에 따라 AI 사용 정책을 정의하고, AI 모델에 대한 접근을 체계적으로 기록, 승인하고 실제 사용을 인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이런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가트너가 제시하는 대부분의 기술이 AI와 관련이 되어 있고 이를 활용하는 기업과 개발자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아서 그것은 빼고 다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내용이 기계고객(machine customer)이다. 기계고객이라니요? 기계고객이 2028년까지 사람이 하는 디지털 매장의 20%를 빼앗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 비율은 점점 더 커질 테고.
가트너는 2028년까지 고객처럼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연결된 장치(기계고객)가 150억 개에 달할 것이며 그 후로도 엄청나게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새로운 기계 고객은 2030년까지 수조 달러의 구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디지털 상거래의 출현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장비의 모니터링, 감시 카메라, 컨넥티드 카, 스마트 조명, 태블릿, 스마트 워치, 스마트 스피커 및 컨넥티드 프린터를 포함해 설치된 97억 개 이상의 사물인터넷(IoT) 장치가 기계고객이며 2027년까지 선진국 인구의 50%가 매일 AI 개인 비서를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 나 대신에 냉장고가 떨어져 가는 식재료를 주문하고 프린터가 잉크를 알아서 주문하는 기계고객인 것이다. 점점 더 똑똑해진 기계가 충동구매 없이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구매한다니 놀랍다. 그러면 기업은 기계고객에게 무슨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은 AI를 활용해 인재를 유치하고 개발 및 유지해야 하는 동시에 지친 인력들을 재교육하고 재편해 내부 역량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의 심화, 인건비 등 비용 상승의 통제, 위험한 기술의 생산성과 수익 측정 등 태산 같은 할 일이 있다. 인공지능과 기계고객이 점점 더 발전한다 하니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그러면 가트너 그룹의 2만 명 가까운 전문가들은 그들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할까? 우리의 역할이 기계고객이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에게 빼앗긴다면 우리는 무얼 하고 살지?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