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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 호승
너희는 너희에게 상처 준 자를 용서하라.
한 송이 눈송이 타는 가슴으로
마른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으로
너희는 너희를 미워하는 자에게 감사하라.
감사가 없는 곳에 사랑이 없고
용서가 없는 곳에 평화가 없나니
너희는 평화가 너희를 다스리게 하라.
정직한 자가 이 땅 위에 꽃을 피우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너희는 사랑하라.
굶주린 자의 밥그릇을 빼앗지 말고
목마른 자의 물대접을 차버리지 말고
오직 너희가 너희를 불쌍히 여기라.
눈 내리는 새해 아침에는
절망으로 흩어진 사람들이 모여 앉아
눈물의 굳은 빵을 나눠 먹는 일은 행복하다.
날마다 사랑의 나라를 그리워하면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다.
너희는 바람이 불 때마다
언제나 괴로워하지 않았느냐.
사랑과 믿음의 어둠은 깊어가서
바람에 풀잎들이 짓밟히지 않았느냐.
아직도 가난할 자유밖에 없는
아직도 사랑할 자유밖에 없는
너희는 날마다 해 뜨는 곳에
그리움과 기다림의 씨를 뿌려라.
평화를 위하여 기도했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눈길 위를 걸으며 너희는 기도하고
언제나 새벽에 깨어나 목말라 하라.
오늘도 어둠 속에 함박눈은 내리나니
거룩한 사람 하나 눈길 위를 걸어오나니
너희는 새해에 그 눈길 위에 엎드려
너희에게 상처 준 자를 용서하라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