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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벌써 2월이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지 않은가! 기대 되는 2월이지만, 2월 또한 빨리 뛰어갈 것이며, 한 해 또한 초스피드로 날아갈 것이다. 이러다 어느 날 한 줌의 재로 변한 나 자신을 바라볼 날이 올 것이다.
일주일 전에 우리 집에 귀한 손님이 오셨다. 17년 전에 파미에서 1년 동안 어학연수를 하고 돌아간 학생의 가족이 우리 집에 찾아온 것이다. 학생의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한 기념 여행으로 뉴질랜드를 선택한 것이다. 아들의 효도여행이기도 했다. 그 덕분에 빨간 인주가 생겼다.
그 다음 날은 가든파티에 초대 받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저 가든파티로만 알았었는데, 가서 보니 70세 생일파티였다.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훨씬 큰 파티였고, 낯익은 얼굴들도 좀 있었다.
양 한 마리를 잡아 통구이를 했고, 소고기 스테이크, 화덕 피자구이...막내는 양고기에 꽂혀서 몇 번을 가져다 먹었는지 모른다.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고, 그야말로 컨트리풍의 커다란 가든파티를 경험한 특별한 날이었다.
그날 나는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 요가 선생님, 젊은 일본 부부... 그 중 가장 감사했던 일은 요가 선생님을 소개 받은 거였다, 그분은 아주 다정하고 귀여운 여자 분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 했었던 체어요가를 가르친다고 했다.
그녀와 잠시 얘기를 나누면서 내 마음이 얼마나 즐겁고 편했는지 모른다. 상대를 배려하는 게 완전히 몸에 밴 천사였다. 그녀는 나에게 수요일에 에스프레네드 공원에서 걷는 모임이 있는데, 함께 하겠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OK.
파티는 저녁 늦게까지 할 거 같아 보였으나, 5시쯤에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많이 먹어서 더 이상 들어갈 배도 없었다. 라이브 음악과 더불어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들리지도 않는 영어도 열심히 듣고...그만큼 수확도 컸다. 하하.
그 다음 날은 오클랜드에서 온 비앤비 손님 덕분에 엄청 신이 났었다. 한국사람 들이었는데, 40세 엄마와 15세 아들이었다. 아들의 이름은 권지성. 코리아 포스트에서 인터뷰를 한 싸이클링 선수였다.
파미에서 열린 ‘전국 크리테리움 챔피언쉽’ 에 출전한 권지성은 1등의 명예를 얻었다. 그들 덕분에 크리테리움이란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일종의 트랙경기로, 따로 만들어진 경기장 대신 일반 도로를 통제한 구간에서 진행하는 도로경기의 성격을 띤 경기이다.
권지성 선수가 작년에도 우리 집에 와서 숙박을 했다고 하던데, 그때는 내가 집에 없었던 시기였다. 두 모자와의 인연은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힘이 되었다. 긍정의 힘이 온 몸에서 철철 넘쳐흘렀다. 백만 불짜리 미소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가고 난 그 다음날은 가든파티에서 만난 피셔맨(은퇴 후 하우스 허즈밴드를 하면서 취미로 바다낚시를 함)이 생선 필렛을 집으로 가져왔다. 회를 떠서 초고추장을 만들어 깻잎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드디어 수요일이 되었다. 그날은 새로운 키위 친구들을 네 명이나 더 사귀었다. 그들 덕분에 새로운 워킹코스를 알게 되었다. 좁은 파미에 살면서도 모르는 곳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즐거운 수다와 함께 새로운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첫 출발한 장소로 돌아왔다. 5Km를 한순간 걸은 것이다. 우리는 에스페레네드 카페에 도착하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크로켓 고수와 합류했다.
중년의 남자분인데, 그들과 아주 친한 사이인 것 같았다. 크로켓 게임장소가 카페와 아주 가까웠다. 카페 바로 뒤 주차장에 붙어있었다. 장미공원도 바로 곁이고.
중년 남자와 요가선생님 그리고 내가 함께 게임을 했다. 크로켓에 대해선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나였지만, 게임이 아주 재미있었다. 잘 다듬어진 잔디 위를 걸으면서, 잔디 위의 작은 공을 망치로 칠 때의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나처럼 제대로 못 치면 그 소리가 나지 않지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생각이 났다. 목이 긴 새가 크로켓 망치가 되고, 고슴도치가 공이 되어 굴러가는 그 부분이 떠오른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 본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기억의 저 편에 서 있는 앨리스. 시간을 내서 다시 보면 예전과 다른 느낌이 다가올 거 같다. 지금 내가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은 순간이니까.
그 다음 날은 막내 베스트 프렌드의 집에 가게 되었다. 중국계인데 키위와 결혼한 친구이다. 우리 집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서 딸들과 함께 천천히 걸어서 갔다. 아기를 보러 간 건데, 마침 그날이 태어난 지 딱 3개월째 된 날이었다.
건축한지 얼마 안 되는 집은 모든 것이 단정하고 깨끗했다. 정원 또한 잘 정리 되어 있었으며, 잔디 또한 고르게 잘 깎여있었다. 남편의 솜씨라고 했다. 실내 장식도 실내의 화초들도 가든 이상으로 손길이 많이 간 걸 한 눈에도 알 수 있었다.
딸 바보인 남편은 이번 기회에 아예 하우스 허즈번드가 되어버렸다. 덴티스트인 막내 친구는 2월부터 병원에 나가서 일을 할 것이고, 남편이 육아와 요리 집안 청소 가드닝..을 맡아서 하게 될 것이란다. 남편의 집 가꾸는 솜씨를 보니, 안심하고 맡겨도 될 거 같다.
아기가 아빠를 더 편하게 여기고, 울다가도 아빠가 안으면 뚝 그치고, 잠재우는 것도 모두 다 아빠 몫. 그저 아기 젖 먹이는 일만 엄마가 한다. 결혼 전부터 두 마리의 개와 한 마리 고양이에 더하여 수족관 속의 열대어 무리들까지 보살폈으니, 아기 한 명 더 키우는 것은 일도 아닌가 보다.
어제 오랜 친구를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 그 친구와 나는 작년 비슷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녀나 나나 한국에 다녀온 소감은 많이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그곳에서의 체험은 많이 달랐지만, 한국에 대한 느낌은 비슷했다.
그녀는 나에게 동생들 때문에 할 수 없이 필러를 맞고는 후회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냥 자연스럽게 해달라고 했단다. 시술 후 거울을 보면서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서 거울을 보니까 어느새 원래로 되돌아갔다고.
인간의 수명이 많이 길어진 요즘, 나이에 비해 몸도 마음도 다 젊어지고 있기에, 어느 날 갑자기 늙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보면 속상할 수도 있겠다. 나라고 별 수 있겠는가?
내 하얀 머리를 멋있다고 말하면서도 머리염색을 열심히 하는 걸 보면 자신의 늙은 모습 보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난 이미 4년 전에 병원 생활을 하면서 머리 염색은 포기해 버렸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다.
무엇인가 하나를 포기한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그때 나는 깨달았다. 포기란 것이 한계를 벗어나는 한 방법이기도 했다. 내가 머리염색하기를 포기하자마자 보다 자유로운 삶이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옷 색깔 선택에 있어서도 무척 자유로워졌다. 옛날 같으면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핑크색 옷들도 소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다 화려한 색상에 마음이 열리게 된 것이다. 화려한 세계에 대한 선입견도 사라지고, 매사에 선입견을 갖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되었다.
이번 일주일은 나에게 있어서 매일 색다르고 재미있는 체험들이었다. 내가 그동안 꼭 해보고 싶었던 크로켓 게임도 할 수 있었고, 앞으로 계속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체어요가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 끌어당김에 대한 확신도 서게 되었으며,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한 기대와 흥미가 한결 높아졌다. 아직은 사업에 있어서의 끌어당김을 제대로 잘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언젠가는 사업에 있어서도 제대로 끌어당김을 잘 할 날이 올 것이다.
내가 만약 가든파티 장에서 소극적으로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면 배만 채우고 돌아왔을 것이다. 박지성 엄마한테 헤모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를 회원으로 가입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오픈마인드의 사람들이 제법 많을 거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일주일 내내 내 앞에 나타났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가 없는 카이로스. 발에 날개가 달려서 뒤돌아서는 순간 날아가 버리는 카이로스를 이번엔 놓치지 않고 잘 잡았나 보다.
어쨌건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2024년 내내 내 앞에서 알짱거릴 것이다. 카이로스가 뒤돌아서 달아나기 전에 청룡의 기상으로 그의 앞머리를 확 잡을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아자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