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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교류행사 참관기
인도는 한국에게 멀지만 가까운 나라다. 비행기로만 6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한국인에게 인도는 부처님이 탄생하시고 정각을 증득해 전법을 펼치시다 완전한 열반에 이르신 나라다.
인도에서 발원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동진(東進)해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해졌고, 1,7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상, 철학, 문화 등의 열매를 맺어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금관가야를 건국한 김수로의 부인인 아요디야의 공주 허황옥은 한반도에 정착했고, 훗날 김해(양천) 허씨의 시조가 됐다.
근현대에 들어서는 한국전쟁에서 한국의 우방으로서 함께 했고, 외교적으로는 50년 동안 수교 관계를 맺은 친우(親友)의 국가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과 인도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불자에게는 마음의 고향과 같은 인도. 인도에 한국의 불교문화를 전하는 다양한 문화교류행사가 펼쳐졌다.
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주인도 한국대사관(대사 장재복)은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3월 21일부터 3월 25일까지 인도 델리에서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기념 문화교류행사’를 개최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주관단체로 참여했다.
특히 이번 교류행사는 부처님이 걸으셨던 길을 도보로 순례한 ‘상월결사 인도순례’의 회향과도 연계돼 그 의미를 더 했다.
“불교, 한국과 인도의 연결고리”
한국-인도 문화교류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조계종과 주인도 한국대사관이 공동으로 인도 뉴델리 인도국립현대미술관(NGMA)에서 개최한 ‘부처님의 땅! 인도에서 한국문화를 만나다’ 특별전이었다. 3월 22일 인도 현지서 열린 개막식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사회부장 범종 스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덕운 스님, 장재복 주인도대사,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조명희·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김영배·김병주·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했다.
개막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사회부장 범종 스님이 대독한 개회사를 통해 한국 불교문화의 진수를 체험하길 권했다.
진우 스님은 공동개회사에서 “한국불교 1,700년 역사에는 인도로부터 전해진 부처님의 자비와 평화의 가르침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한국과 인도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불교 문화가 인도 국민들에게 생동감 있게 전해질 수 있도록 문화교류행사 전시회를 준비했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마음을 밝히고 세상을 밝히는 부처님의 자비로움과 그 가르침을 이어 온 한국의 전통문화를 만끽하시길 기원한다. 나아가 한국불교의 멋과 맛을 음미해 보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재복 주인도대사도 공동개회사를 통해 “4세기 한반도에 전래된 불교는 한국인의 생활방식, 사상과 예술, 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불교를 언급하지 않고서 한국의 예술과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상찬하며 “불교는 한국과 인도의 영원한 연결고리로 두 나라의 파트너십의 기반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한국과 인도가 긴밀한 우정을 쌓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템수나라 트라파티 인도국립현대미술관장은 환영사에서 “불교는 인도와 한국에서 문화 형성의 중요한 원천이었다.”면서 “이번 전시는 한국불교와 인도불교의 문화적 유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축사를 통해 지속적인 우호를 기원했다. 주경 스님은 “전 세계 불교도에 있어 인도는 진리의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지이며 마음의 고향”이라며 “오늘의 우호행사를 계기로 인도와 한국불교계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연대와 협력의 토대를 쌓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계종 어산종장 동환 스님의 화청도 인도 현지인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한국과 인도의 우호 증진을 발원한 동환 스님의 화청에 사부대중은 합장하고 경청했다.
“문화교류 공덕으로 한국과 인도가 부강하고 국민들은 안락하며 정치경제, 사회문화 무궁하게 발전해 세계를 이끌어가고 불교인이 날로 늘어 부처님처럼 모두 자비로운 사람들 되어 날마다 평화롭고 행복하길 발원합니다.”
한국 불교문화 면면 알리다
4월 30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연등회의 전통등과 한국 불교의례의 상징인 괘불을 매개로 한 미디어아트가 소개됐다. 전통등은 연꽃등과 전통 법구인 사물을 현대적으로 형상화 한 장엄등이 전시됐으며, 미디어아트는 부석사와 화엄사, 은해사의 괘불을 소재로 한 작품 3점을 선보였다.
불교 전문 사진작가인 하지권 작가의 작품도 인도인을 만났다.‘한국불교, 인도를 걷다’를 소주제로 열린 사진전은 석불과 수행자의 삶, 사찰음식, 템플스테이, 유네스코 등재 불교문화재 등 85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하지권 작가는 전시 초입에는 연꽃 봉우리를, 마지막에는 만개한 연꽃을 배치해 한국 불교 문화유산, 승가, 사찰음식 등이 ‘불교’라는 한 뿌리에 담겨져 형성됐음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덕운 스님은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특별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며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번 특별전에는 등간, 대형 장엄등과 연꽃등, 연등회 참가단체가 직접 만든 행렬등과 연등행렬을 재현한 닥종이 인형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진전에서는 한국불교 수행자의 삶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전통불교문화체험으로서의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석불, 유네스코 등재 산지승원 (Sansa) 등의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땅 인도에서 한국전통불교문화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고 기대합니다.”
인도 MZ들 “K-불교 알게 됐어요!”
한국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시회는 개막부터 현지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K-컬쳐’에 매료된 젊은 인도 현지 학생들이 많았다. 실제 인도 한국문화원은 특별전 개막에 맞춰 인스타그램을 통해 개막전 초청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결국에는 추첨을 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한시라도 먼저 ‘K-불교’를 만나기 위한 인도 MZ들의 행렬은 개막식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인도 한국문화원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는 야시타 씨는 “역사학을 전공한 학생으로 델리대에서 현재 불교를 연구 중이다. 특히 다양한 나라의 불화를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불교는 인도에서 한국으로 전해졌는데, 불교가 한국에 전해져서 어떻게 변화되고 정착됐는지를 알 수 있는 전시였다. 개인적으로 올해 열리는 전시 중 단연 최고”라고 밝혔다.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전시를 찾은 학생들도 많았다. 델리대 자율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안젤리와 하위카 씨는 “평소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불교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불교 경전을 인쇄해 보는 경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부남후알·기타·만디·심른·아디쉬리·애리시타 씨는 한국불교 전통등에 매료됐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 음악을 좋아해서 한국문화를 자주 접했지만, 템플스테이나 연등회는 알지 못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불교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연등회의 전통등이 매우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사찰음식, 인도 미래 셰프들을 사로잡다
한국불교의 멋이 특별전을 통해 인도인에게 다가갔다면, 미각은 사찰음식이 사로잡았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힌두교를 믿는 대다수의 인도인들은 채식주의를 고집한다. 실제 30~40%의 인도인들은 종교적 이유로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다. 인도 인구가 13억 명임을 감안하면 약 4억 명 이상이 채식을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니 인도 체류 기간 동안 호텔 조식 뷔페에서 닭고기 등 육식 재료가 들어간 카레에는 ‘Non-Vegetable’를 명시해 놓은 것도 이해가 갔다. 이처럼 ‘채식 러버’인 그들에게 한국불교의 사찰음식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을 초청해 인도 현지 조리학교인 찬디왈라 조리대학(BCIHMCT, 3월 23일), GD고엔카 대학교-르 꼬르동 블루 인디아(3월 24일), 주인도 한국문화원(3월 25일)에서 한국전통불교문화체험 및 사찰음식 시연회를 진행했다.
정관 스님은 찬디왈라 조리대학에서 진행된 사찰음식 강연 및 시연회에서 미래 호텔 셰프들에게 한국불교 사찰음식의 정의와 음식관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정관 스님은 “사찰음식은 수행자들을 위한 음식”이라고 정의하며 “수행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깨달음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수자타의 유미죽 공양으로 수행하고 정각(正覺)에 이르렀음을 상기했다.
“유미죽을 공양 받은 붓다께서는 49일 정진해 새벽별을 보고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정각 이후 붓다께서는 ‘고행이 전부가 아니다. 잠자고 먹고 수행하자’고 했습니다. 정신과 육체적 에너지를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음식입니다. 음식은 곧 에너지죠.”
정관 스님은 “사찰음식이 곧 수행”임을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음식을 요리한다는 것은 곧 식재료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식재료가 어떻게 나왔고, 어떻게 길러졌는지 등을 바로 알아야 그 재료를 어떻게 조리할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식재료를 알아가는 것과 나 자신을 알아가는 수행은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사찰음식은 깨달음으로 이르는 수행입니다. 붓다께서는 수행에 집중하기 위해 일종식, 탁발공양을 권했습니다. 한국불교의 발우공양은 붓다의 수행에 대한 철학과 지혜가 있습니다. 내가 먹을 만큼 음식을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는 것입니다. 발우공양에는 붓다의 자연보호·생명존중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정관 스님은 사찰음식에 대한 개론 강의 이후에는 스님의 시그니처 메뉴인 표고버섯조청조림과 두부장채소겉절이를 시연했다.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 강의에 현지 학생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수잔 싱(호텔조리학부 2학년) 씨는 “한국의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서 강의 전 관심이 많았다.”면서 “향후 제 요리 레퍼토리가 더 다양해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국과 인도와의 인연은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이어져 왔다. 그 뿌리에는 바로 ‘불교’가 있다. 동진해 해동에서 꽃을 피워낸 ‘K-불교’를 알리는 교류행사가 지금의 인도에도 불교 중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