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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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의 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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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920 한일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각종 파티가 연달아 개최되고 있다. 이민 초기부터 키위성당 모임을 통해서 친분을 쌓게 된 키위 한분은 데어리 플랫(Dairy Flat) 지역의 토지 면적이 약1헥타르(3천평, 100mx100m)인 농장주택에 살고 있는데, 은퇴한 부부는 정원 가꾸기에 매진하는 분위기이다. 더욱이 크리스마스 철이면 온 정원을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무드로 꾸미고 각종 장식을 배치해 일상 가정집이 아니라 현실 속의 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크리스마스 가든파티를 개최하고 지인과 그 가족, 친지들을 초청하고 있다. 초대된 밴드와 피아니스트들은 크리스마스 캐롤송을 리드하고 참석자들은 각자 돗 자리 매트를 깔고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가족과 함께 저녁한 때를 즐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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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2일 저녁에 개최된 파티에는 아들 식구들을 초청해 모처럼 우리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크리스마스를 영접하는 기회를 가져봤다. 그런데 도착 하자마자 손녀와 손자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3년 6개월 차 손녀와 1년 9개월 차 손자인데 파티 장 곳곳을 저희들 세상인 듯 누비고 다니며 흥분되어 있었다. 특히 손자는 그 나이에 수줍음도 없는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다른 가족 자리에 앉아 아양을 떨기도 하고 흥에 겨워 장난감 악기를 휘둘러보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동화책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세계를 간접적으로 접해봤지만 현실 세계에서 직접 체험해보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동화책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에서 접해보는 광경이 실제 일어난 일인지 가상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작품으로 구성한 것으로 알고 즐기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갈 차례인데 손자 녀석은 요지부동이다. 완강히 귀가를 거부하면서 발버둥 치는데 강제로라도 끌고 가려고 하니 잔디밭에 들어 누어버리고 반항하면서 철야 농성으로 들어갈 태세이다.    


“저렇게 즐거운 일이라면 애들이 성장한 후에도 오늘 체험한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상적인 일이라면 그냥 지나쳐버리겠지만 특별한 기억은 오래 간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별히 아름다운 추억이나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성장한 후에도 뇌 속에 보관되어 있다면 본인의 자아형성이나 행복 창조에 긍정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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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기억력은 어떻게 향상될까? 생후 15-18개월경에는 단기 기억일망정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기억한다고 한다. ‘나’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자신이 독립된 존재임을 알게 되는 시기는 3년경이 되는데 이때는 ‘싫어’, ‘안 해’ 같은 말을 하면서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즉 6-12세 때는 뇌의 신경세포나 신경회로를 성장기에 필요한 양보다 50% 정도 더 만들어 내고 13세-17세의 청소년 시기가 되면 필요 없는 것들을 솎아낸다. 이 때 6-12세 때의 경험을 통한 적절한 자극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므로 단순한 학습보다는 직접 만지고 느끼며 사고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암기가 우선이고 시험 성적 올리기에만 몰두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뉴질랜드에서는 실무 위주로 초등학교 때부터 실습, 실기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대조된다. 유치원 때부터 부엌일은 물론 요리 실습, 재봉 실습 등을 놀이를 통해서 즐겁게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등 5감(五感)을 통한 체험학습을 위주로 하고 있다. 발표의 기회가 다양하게 주어지고 상급학년에 올라가면 토론 문화가 정착되어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고 평가를 통해 서로의 의견이 교환되면서 성장하게 된다. 한국도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겠지만 19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학급당 60명이상 되는 교실에서 교사 혼자 실습, 발표, 토론식의 교육을 수행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개선이 어려운 일이겠지만 ‘떠들지 말라, 뛰지 말라, 돌아다니지 말라, 손대지 말라,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라는 부정적인 훈육, ‘얌전히 있어라, 공부해라’ 등 타율적인 훈육에 길들여져 있는 한국의 교육현실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재미를 느끼고 두뇌활동을 향상 시키며 사회성을 키워나간다. 예를 들어 어렸을 적 숨바꼭질은 아이들끼리는 물론 어른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보물찾기도 마찬가지이다. 온 가족이 모여 술래와 보물을 정한 다음 다른 가족들은 눈을 감고 보지 않는 동안    술래는 집안 곳곳에 보물을 숨긴다. 아이는 보물을 숨겨놓은 곳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은 보물을 숨긴 곳을 추측해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두뇌 활동을 촉진하고 관찰력과 집중력도 기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족 간의 단란한 한 때를 창출할 수 있고 아이들도 부모와 형제들과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으며 타율적인 훈육으로부터 해방감을 향유할 수 있다. 유아들한테 책을 읽어줄 때도 엄마가 일방적으로 책을 읽어주기보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아이가 그림책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앞쪽 뇌가 뒤쪽 뇌에 저장된 정보를  끌어내 사고를 하므로 뇌 전체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 즉 유년기에 형성되는 기억은 인생의 기초를 만들어 주는 토대가 된다. 추억은 아이의 정체성과 아이가 하는 선택 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억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은 경험에 대해서 다시 얘기해보고 일기장에 기록을 하거나 녹음을 해보는 것도 좋다. 어린 아이에게 경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어린 시절은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말을 거꾸로 타고 가면서 바라보는 것과 같다. 아름다움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 ,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1813년-1855년)’가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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