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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 승하
- 아내에게
또 머리카락들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군
저절로 태어나는 것은 이 우주에 없지
살비듬 하나가 방바닥에 떨어져 먼지가 되기까지
새 살이 죽은 살을 밀어내는
짧지 않은 과정이 있었던 것
먼 조상의 유전적 정보까지 지녔을까 살비듬들
방을 닦는다 이 작은 살비듬이
우주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강이 있어서 바다가 있듯이
부부는 둘이고 부부는 하나
한 사람이 죽을 때 한 사람이 지켜보리
하나의 별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별 하나가 죽어 하늘 한쪽이 텅 비는
아픈 시간들의 무덤 만들기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것이겠지
별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밤의 하늘이 깊다
하나 속에 전체 있고 전체 속에 하나 있다
내가 죽은 빈자리는 또 누군가 메우게 마련
그대와 나 사후에 어둠 된다면
같이 떠돌 수 있으면 좋으련만
누군가의 걸레에 의해 닦여질 테지
이 많은 미세먼지의 화엄세계에서
■ 오클랜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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