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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노벨위원회(Novel Committee)는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커털린 커리코(64•Katalin Kariko, 헝가리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특임교수 겸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64•Drew Weissman, 미국인)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를 선정했다. 이들은 mRNA(전령 리보핵산, messenger RiboNucleic Acid) 백신을 개발해 신종감염병인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에서 인류를 구했다.
▲ 2023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와이스먼과 커리코
노벨위원회는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에 의한 발견은 2020년 초 시작된 팬데믹 기간에 효과적인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데 매우 중요 했다”면서 “mRNA가 면역체계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현대 인류 건강이 위협에 처했을 때 전례 없는 백신 개발을 가능케 하는 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mRNA 기반 코로나19(COVID-19) 백신에는 ‘초고속 개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개발에 착수한지 불과 11개월 만에 사용 승인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 역사상 전례 없는 빠른 속도다. 하지만 초고속 개발은 긴 시간 축적된 기초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76년 헝가리의 한 박사과정 학생이 mRNA를 바이러스 퇴치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인물이 바로 커털린 커리코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주역이다.
노벨 생리학•의학상(生理學•醫學賞,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은 생리학 또는 의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사람에게 수여하는 노벨상이며, ‘노벨 생리의학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에서 주관한다. 노벨(Alfred Nobel, 1833-1896)이 생리학과 의학을 따로 구분한 것은 노벨이 살던 시대는 생리학이 오늘날의 여러 생물학 분야를 지칭했던 용어였기 때문이다.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은 이번 팬데믹 사태를 퇴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전 백신 개발 역사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첨단기술이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mRNA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빠르게 개발해내어 인류가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mRNA 백신이란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사람 몸에 주입하여 체내에서 항원이 만들어 지도록 해 면역체계가 항체(抗體)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유전물질은 세포분열 전에 DNA 자기복제(replication)에 의해서 복제되는데, 이때 두 가닥 사슬이 분리되어 그 각각의 가닥이 주형(鑄型)으로 작용하여 주형과 상보적인 새로운 가닥이 만들어진다. DNA(deoxyribonucleic acid, 디옥시리보핵산)는 모든 세포, 생물 및 바이러스에서 유전물질을 가진 핵산(核酸)이다. 유전정보는 DNA 주형으로부터 RNA가 전사(轉寫, transcription)되는 데 사용되며, mRNA 주형으로부터 단백질이 생성 또는 번역된다.
화이자(Pfizer)와 함께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성공한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지난 10월 23일 암(癌)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처음 소개했다. 2008년에 설립된 바이오엔테크를 공동창업한 터키 출신 독일 이민자인 우구르 사힌과 외즐렘 튀레지 부부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 기반의 암 백신 CARVac에 대한 첫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했다. 바이오엔테크는 오는 2030년까지 암 환자 1만명을 치료할 예정이다. mRNA가 21세기 만병통치(萬病通治)를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mRNA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화이자와 모더나가 mRNA를 활용한 코로나 백신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한 이후 다수의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관련 시장에 뛰어 들었다. 현재 K-mRNA 컨소시엄, 아이진, 큐라티스 등 3곳이 mRNA 기반 백신 개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감염병 대응 혁신기술지원 연구사업으로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핵심기술인 지질나노입자 전달체 제조 기술을 국내 백신 개발사인 SML바이오팜에 지난 10월 20일 기술 이전을 했다. 지질나노입자 전달체는 mRNA 백신을 인체로 전달하는 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LNP)의 핵심 구성성분 중 하나인 이온화지질(ionizable lipid)이다.
1955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커털린 커리코(Katalin Kariko)는 20년 이상 mRNA 연구에 매진한 집념의 과학자이다. 커리코는 연구 환경이 열악한 헝가리를 떠나 남편, 두 살배기 딸과 단돈 1천 달러를 들고 미국행을 감행했지만, 연구논문도 제대로 없는 연구자를 아무도 반기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의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mRNA 백신 연구에 전념했지만 불안정한 RNA를 활용하는 그의 연구는 번번이 벽에 부딪혔고, 그리고 1995년에는 암에 걸리는 시련을 맞았다.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하던 그의 연구는 1998년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와 만나며 실마리를 찾았다. 와이스먼 교수는 1987년 보스턴대학교에서 면역학(immunology)과 미생물학(microbiology)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커리코 박사는 “실험은 실수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의 기대가 실수한다.”는 말을 하면서 실험에 매달렸고, 그 결과가 바로 인류를 구원한 mRNA이다. 두 사람은 모두 지독한 일벌레였다.
공동연구를 통해 2005년 mRNA 치료제의 염증 반응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고, 2008년에 연기 수정 방식의 mRNA 처리 기술을 공개했으며, 2011년 바이오엔테크가 그의 기술을 도입했다. 카리코 박사가 기반을 놓은 mRNA 기술은 이후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pandemic)이 인류를 덮쳤을 때 빠르게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기초 기술이 되었다. 이는 미증유의 위기에 대한 대책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온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코로나19(COVID-19) 백신 개발 레이스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가 백신을 1년도 안 돼 개발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두 회사가 활용한 메신저리보핵산(mRNA)이라는 기술이 백신으로 쓰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백신 개발은 mRNA를 바라보는 세계 글로벌제약사들의 관점을 완전히 뒤바꿨다.
mRNA가 처음 발견된 건 1961년이다. m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단백질을 만드는 생체공장인 리보솜(ribosome)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론적으로는 mRNA를 이용해 생명체에 필요한 모든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기술의 한계로 오랜 기간 의약품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1980년대 유전자증폭기술(PCR)이 개발되면서 DNA 서열로부터 mRNA를 합성할 수 있게 됐고, mRNA를 이용해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mRNA가 세포 안까지 들어가는 효율이 굉장히 낮고 세포에 들어가더라도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여 그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에 들어 mRNA를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전달해주는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기술이 나오고,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변형 mRNA가 개발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양한 기술 혁신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자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던 mRNA 기술이 코로나 백신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mR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신속성과 유연성이다. 즉 기존 백신처럼 바이러스 항원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대신 몸 안에서 항원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mRNA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를 대량 배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제조 기간이 짧아 단기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만 알면 빠르게 설계할 수 있어 초기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도 쉽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월 10일 중국에서 코로나 유전자 정보가 공개되자 모더나는 48시간 만에 백신을 설계했고, 25일 만에 1상(相) 임상시험(臨床試驗)에 필요한 백신을 만들었다. 임상시험(clinical trial)은 크게 3단계로 구분하며, 1상에서는 약물의 흡수•분포•대사•배설 과정을 살펴본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mRNA 백신의 다음 타깃으로 계절성 독감(毒感)을 꼽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매년 변이를 일으킨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각 지역의 바이러스 유행 정보를 종합해 그해 겨울에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 성분에 포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백신 제조업체는 WHO 권고를 바탕으로 6개월간 유정란(有精卵)이나 동물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해 백신을 생산한다.
그러나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예측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기 때문에 WHO의 예측과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백신을 접종해도 독감(influenza)에 걸리게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09-2020년 독감 백신의 평균 예방 효과는 43%였다. 2014-2015년에는 예방 효과가 19%에 그쳤다.
반면 mRNA 백신은 생산 기간이 짧아 유행철에 맞춰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이에 갑작스럽게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해도 바로 대응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mRNA는 여름에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독감 백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남반구(南半球) 겨울에 실제로 유행한 바이러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단순히 추측을 기반으로 한 백신과 다르다. 모더나는 코로나와 독감을 동시에 예방하는 백신도 개발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mRNA 백신은 주로 암(癌) 치료용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정상 단백질과는 다른 돌연변이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면역 세포가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면, 암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암을 치료하는 mRNA 백신의 원리는 먼저 암환자의 종양 세포조직을 잘라내 돌연변이를 분석하고, 어떤 특정한 단백질이 가장 강한 면역반응을 이끌어낼지 예측해 개인 맞춤형 mRNA 백신을 설계한다. 백신이 환자에게 주입되면 mRNA는 종양 세포의 돌연변이를 이물질로 인식하도록 면역체계를 훈련시키는 단백질을 생산하고 지시한다. 훈련된 면역체계는 몸 전반에 있는 비슷한 종양 세포를 인식하고 파괴한다.
지난 40여년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 실패한 에이즈(AIDS) 바이러스(HIV)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모더나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최근 원숭이를 이용한 HIV mRNA 백신 기초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mRNA 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백신은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11개월 만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지만, 다른 백신이나 치료제는 임상시험부터 승인까지 몇 년이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3상 임상시험까지 가더라도 60%는 시장에 출시되지 못했다. mRNA가 전염병을 넘어 사용될 가능성은 많지만, 큰 도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