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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염은 크게 화농성과 삼출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은 병의 진행기간으로 보아 다시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설명할 화농성 중이염은 쉽게 말해서 고막 안에 염증이 생기는 증세를 말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코와 귀를 연결하는 통로인 이관의 기능장애로 코 안의 염증이 귀로 전파되는 것이다.
나이 어린 소아일수록 중이염에 잘 걸린다. 소아의 이관은 성인의 이관에 비해 길이가 짧고 넓으며 직선으로 곧게 되어 있어 염증이 잘 퍼진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감기의 합병증으로 중이염이 더 잘 걸린다.
그 증세를 보면 감기를 앓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고열이 나면서 귀가 아프고 먹먹하여 잘 안 들린다고 호소하거나, 고열이 난 후 귀에서 물 또는 고름이 나오면서 통증과 열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급성 화농성 중이염이라고 하는데, 고막 안쪽에 생긴 염증 물질이 밖으로 밀어내는 압력 때문에 고막에 구멍이 생기고 이 구멍으로 염증 물질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귀에서 물이나 고름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환자가 매우 걱정하는데, 오히려 고름과 물이 나온 후에는 통증과 열이 가라앉아서 증세가 가벼워진다. 게다가 급성으로 생긴 염증이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바로 치료하면 짧은 시간에 후유증 없이 나을 수 있다.
또한 임상에서는 이관의 기능장애로 인한 중이염 외에 별다른 원인 없이 오는 중이염도 흔히 볼 수 있다. 주로 잘못된 식습관, 즉 기름진 음식.육류.술 등을 많이 먹은 것이 원인이다. 그 결과로 간의 기운이 흐려져서 나쁜 물질이 많이 쌓이고, 이런 것들이 귀를 통해 염증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또한 갑자기 놀란 일이 있거나 화를 많이 내는 경우에도 기운이 위로 치솟아 귀 안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염증이란 체내의 노폐물이나 열기를 배출하는 수단이다. 우리 몸에서 습담이나 어혈 같은 노폐물들이 밖으로 잘 배출되지 못하면 인체는 여러 통로를 통해서 그것을 밖으로 배출하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을 비롯한 각종 피부 질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약을 써서 일시적으로 염증을 안으로 몰아넣으면 그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배출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우리 몸의 생리기전을 거스르게 된다. 진통제와 항생제로는 치료가 되지 않아 결국 침과 약으로 기운을 밖으로 빼내어 준 후에 나은 환자를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잘못된 치료법을 쓴 것은 바로 인체의 기본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농성 중이염의 치료는 일반적으로 진통제와 항생제를 많이 쓰는데, 통증을 줄이고 염증을 빨리 아물게 하는 데는 침과 약이 가장 빠른 효과를 발휘하며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여기서 알아 두어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염증이 있을 때는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그것이다. 의사는 습담이나 어혈을 밖으로 밀어내는 약을 쓰는데, 환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를 섭취한다면 치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옛 어른들은 염증이 나면 돼지고기를 절대 먹지 못하게 했는데, 이 또한 선현들의 놀라운 지혜하고 할 만하다.
한편 급성 중이염은 만성 중이염이 되는 것을 막고 내이나 뇌에 생기는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