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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몰래
처음 가 본 다방에서
가져다 주는 커피에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설탕만 많이 넣어 마셨다
만나자 소심하게 말하고는
다방 구석에서
오지 않는 재수학원
같은 반 그녀를
출입문 등지고 앉아
초라하게 기다려도 보았다
군인들 살뜰히 챙겨주던
서울서 공부하고 내려온
강원도 양구다방 주인집
딸 미숙이도
이제는 손주를 보았을 거다
오늘 오일장이 서는
길가의 서석 다방은
푹 꺼진 의자에 노인 두 사람이
낡은 문틀 맞지 않아
장날 소란함이 새어 들어와도
한가롭게 잠이 들어있고
시골동네 낮선 손님인 내게
어색해하며 주문하는
시골다방 아주머니에게는
누이의 포근한 음성이 묻어 있다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쌍화차를
대접해 주고 싶다
이제는 지나다가
다방 간판만 보아도
가슴이 시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