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0 개 651 명사칼럼

오늘은 한글날이다.


솔직하게 말해,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산 적이 별로 없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 한국역사와 문화를 자주 생각해 보았지만, 외국인들에게 딱히 자랑할 만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나로 하여금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해 무한 긍지를 가져다주는 게 있다. 바로 한글이다.


인류역사상,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쉽게 자신의 언어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를, 인위적으로 만든 예가 한글 외에 또 어디에 있을까. 그 목적성과 그 과학적 수준을 어느 문자 체계가 따라올 수 있을까. 우리가 한글날을 자랑스러운 날로 대대손손 경축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한글날, 이 특별한 날을 맞이해, 글쓰기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몇 차례 이 공간에서 한 말이지만 다시 한 번 반복해도 좋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글 쓰는 게 주업이 되었다. 하루 종일 글 쓰는 게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메일을 열어보고 답장을 쓰고, 학교에 가면 논문을 쓴다. 지난 몇 년간은 이 공간에서 대중적인 글을 써왔다. 말도 그렇지만 글도 쓰면 쓸수록 는다. 내 글도 과거에 쓴 글과 요즘 쓰는 글을 비교하면 적잖은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알게 모르게 변했고 발전했다. 과거 글 보다 오늘 쓰는 이 글이 훨씬 읽기 편하다.



오랜 세월 글을 써오면서 나는 몇 가지 글쓰기 원칙을 터득했다. 여기서 그것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그것이 나와 같이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나는 독자 입장에서 내 글이 어떻게 이해될 지 고민하면서 쓴다.


글을 많이 쓰면서도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글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나서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보아야 한다. 과연 그 글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 이 부분은 도저히 독자가 이해를 못할 것 같다, 어떻게 고치면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이 글쓰기의 황금률이다. 이것만 제대로 익히면 글은 반드시 쉬워진다.


2. 나는 명료하게 쓰는 것을 글쓰기의 제1 원칙으로 삼는다.


글의 생명은 전달력에 달려 있다. 그것이 불분명하면서도 온갖 수사를 늘어놓는 글은, 적어도 내게는, 자기기만이며 반지성적 행위다. 신문 칼럼을 읽다보면, 세상의 유식한 이론을 다 동원하고, 사전을 찾아봐야 알 수 있을 법한 고급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뜻이 분명치 않은 글이 많다. 나는 그런 글을 경계한다. 그런 글은 읽을 가치가 없다.

명료한 글을 쓰기 위해선 우선 한 문단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문장은 가급적 단문으로 작성하고, 불가피하게 문장이 길어지면 적당한 장소에 쉼표를 쳐야 한다. 나아가 문장과 문장이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지 항상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나는 글을 쓰고 나서 읽어 보면서 고친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일단 글을 쓰고, 그것을 소리를 내 읽어보는 것이 좋다. 그런대로 만족한 글을 썼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 다음 읽어보면 고칠 부분이 생긴다. 어떤 때는 문장이 너무 길고, 어떤 때는 단어가 적절하지 못하고, 또 어떤 때는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런 것을 발견해 고치면 고칠수록 글의 완성도는 점점 올라간다. 그것을 위한 좋은 방법이 쓴 글을 소리 내 읽어보는 것이다. 그럼 어색한 부분이 발견된다. 글을 쓸 때도 (속으로) 읽으면서 쓰는 게 좋다.


4. 나는 글재주보다 장인정신을 믿는다.


독자중심의 명료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도공이 최상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장인정신을 발휘하듯 글쓰기도 그런 정신이 있어야 한다. 도공은 추호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고 자기를 빚고 굽지 않는가. 글도 그런 것이다.


최상의 글은 단지 글재주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선, 머리를 맑게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적 수단을 동원해, 정성을 기울여 한자 한자 써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경우엔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내가 쓸 수 있는 최상의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 출처 : 박찬운 칼럼 ‘박찬운의 아브라카다브라’


5805d9bce7e060b02ca7f6e0fda8b352_1698184840_4724.jpg
 

■ 박 찬운


현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 교수이자 변호사. 20대에 법률가가 되어(1984년 사법시험 합격)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변호사로 일하면서 양심범, 사형수, 난민, 한센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과 상임위원(차관급, 군인권보호관 겸직)을 역임하면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차별금지법,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인정 등 인권위의 대표적 인권정책 권고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고, 특히 2020년부터 3년간은 수천 건의 진정 사건을 맡아 그중 500여 건을 인권침해로 인정해 관련기관에 피해자 구제를 권고했다. 바쁘게 살면서도 배우고 익히는 것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 미국, 일본, 유럽을 오 가며 전공인 인권법을 연구했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 보편적 인간이 되고자 노력했다. 2006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인권연구와 함께 대중적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사회변혁을 꿈꾸고 있다. 『인권법』 등 여러 권의 전공서와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를 비롯해 다수의 인문 교양서를 출간했다.

21세기 만병통치 노리는 mRNA

댓글 0 | 조회 1,061 | 2023.11.10
스웨덴 노벨위원회(Novel Committee)는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커털린 커리코(64•Katalin Kariko, 헝가리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더보기

커뮤니티 및 사회 지원 서비스

댓글 0 | 조회 1,527 | 2023.10.27

대학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댓글 0 | 조회 2,107 | 2023.10.26
꽤 유명했던 가전제품 광고카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가 생각난다이 광고가 나오던 1970~80년대는 한국전 후 산업화가 되면서 섬유업 다음으로 전기… 더보기

비목(碑木)을 노래하며, 2023년.

댓글 0 | 조회 725 | 2023.10.25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녁에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먼~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궁노루 … 더보기

저절로 태어난 것은 이 우주에 없다

댓글 0 | 조회 679 | 2023.10.25
시인 이 승하- 아내에게또 머리카락들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군저절로 태어나는 것은 이 우주에 없지살비듬 하나가 방바닥에 떨어져 먼지가 되기까지새 살이 죽은 살을 밀… 더보기

키친탭(수전)

댓글 0 | 조회 800 | 2023.10.25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이번에는 주방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키친탭(수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많은 분들이 키친 … 더보기

고용계약서 서명 전 고용주가 해야 하는 4가지

댓글 0 | 조회 1,263 | 2023.10.25
드물지 않게 고용주가 까다로운 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뽑은 뒤의 채용 절차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관계법은 지원자를 뽑은 뒤 고용계약서에… 더보기
Now

현재 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댓글 0 | 조회 652 | 2023.10.25
오늘은 한글날이다.솔직하게 말해,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산 적이 별로 없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 한국역사와 문… 더보기

유격훈련 - 기출문제 풀이

댓글 0 | 조회 648 | 2023.10.25
2023학년도의 대미를 장식하는 학년말 시험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캠브리지과정의 학생들은 이미 시험기간의 중반부를 달리고 있고 IB과정은 시험기간의 시작을 코 앞에… 더보기

허리통증 잡아주고 뱃살 빼주는 7분 운동 루틴

댓글 0 | 조회 735 | 2023.10.25
허리가 자주 아픈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코어 근력, 몸의 중심부를 잡아주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아시나요?또 초보자들이나 허리가 약한 분들이 코어운동을 잘… 더보기

National당 정부가 정권을 잡은후 세금은 어떻게 영향을 받을까요?

댓글 0 | 조회 1,609 | 2023.10.24
우리는 아직 National당 주도 연립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National당이 권력을 얻게 된다면 세금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더보기

우주기와 연결된 단전호흡

댓글 0 | 조회 615 | 2023.10.24
명상을 하는 우리는 웰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웰빙(well-being)은 ‘잘 있다’는 뜻입니다. 잘 있다…….어떻게 잘 있느냐? 마음이 편해야 하고, 몸이 건… 더보기

부처님의 마음을 담는 요리 시간

댓글 0 | 조회 658 | 2023.10.24
성화 스님과 함께 만드는 봄맞이 사찰음식 이야기경복궁 처마 밑에도, 삼청동 돌담길과 광화문의 길고 긴 가로수 길에도 봄볕이 반들반들 반짝이는 계절. 연중 관광객들… 더보기

귀에 쏙 들어오는 가디언 비자

댓글 0 | 조회 1,688 | 2023.10.24
자녀를 뉴질랜드에서 유학시키고자 하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체류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비자가 바로 가디언 비자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 가디언 비자… 더보기

열무 보리비빔밥

댓글 0 | 조회 918 | 2023.10.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비벼준 열무 보리비빔밥에울컥 내 눈꺼풀이 흔들린 것을아내는 모릅니다오뉴월 뙤약볕에김 매던 어머니의 뒷모습이오늘은 까끌한 보리밥 되어목… 더보기

재채기ᆞ콧물ᆞ코막힘이 심한가요?

댓글 0 | 조회 1,074 | 2023.10.24
알레르기성 비염은 재채기.콧물.코막힘의 세 가지 주된 증세를 특징으로 하는 만성 질환이다. 끊임없이 나오는 재채기와 코 밑이 헐 정도로 계속 닦아내야 하는 콧물,… 더보기

코로나(COVID-19) 그리고 패혈증(敗血症)

댓글 0 | 조회 1,337 | 2023.10.20
지난(10월 10일) 박종환(朴鍾煥) 축구감독이 체육인들의 천국환송을 받으며 하늘나라로 떠났다. 멕시코 4강 신화를 이끈 박종환 감독이 지난 10월 7일 향년 8… 더보기

2028 대입개편 시안은 해외고 출신에게 유리할까?

댓글 0 | 조회 1,519 | 2023.10.11
2023년 10월 10일 교육부에서는 대입제도는 미래인재 양성에 기인하면서, 학생-학부모-고교-대학모두 예측 가능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더보기

사회에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리커넥트 - 9월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1,029 | 2023.10.11
1.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지난 9월 13일, 리커넥트는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으로 엡섬에 있는 Elizabeth … 더보기

배가 차가운 거 같아요!

댓글 0 | 조회 1,202 | 2023.10.11
예전에는 나이 든 어른이나 ‘무릎이 시리다’, ‘등에서 찬바람이 난다’, ‘배가 차다’고 했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과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배가 차다고 호소하는 경… 더보기

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1,015 | 2023.10.11
봉화 축서사 참선 템플스테이깨달은 뒤에 어떻게 살 것인가.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축서사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궁금하지 않은가?우선 마음의 … 더보기

사회적 타살의 일상성

댓글 0 | 조회 747 | 2023.10.11
현실 사회주의를 비판하려는 이들이 늘 집중 공격하는 것은 농업 집단화나 숙청 때와 같은 대규모 국가폭력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스탈린주의를 변호할 수는 없다. 혁… 더보기

시골다방

댓글 0 | 조회 780 | 2023.10.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몰래처음 가 본 다방에서가져다 주는 커피에눈도 마주치지 못하고설탕만 많이 넣어 마셨다만나자 소심하게 말하고는다방 구석에… 더보기

뱃살이 고민이신가요?

댓글 0 | 조회 787 | 2023.10.11
왠만하면 잘 빠지지 않는 아랫배 쏙 들어가는 초보자 5분 복근운동. 선선해진 날씨 탓인지 요즘 들어 식욕이 더 좋아져 먹는 양을 조절하기가 힘들다는 분들이 많은데… 더보기

한민족의 미래

댓글 0 | 조회 817 | 2023.10.10
한민족은 한반도와 해외 여러 지역에 살면서 한인(Korean)으로서의 공통적 혈통과 문화를 공유(共有)하거나 공유한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계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