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碑木)을 노래하며, 2023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비목(碑木)을 노래하며, 2023년.

misoonz1
0 개 727 오소영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녁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되어 쌓였네>

 

이 노래를 듣거나 부를때면 늘 가슴이 짠해진다.


벌써 칠십여년 훌쩍지난 오래전의 옛 일이건만 마치 어제일인듯 한결같은 아픔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한참 예민했을 사춘기 때의 일이라 머리속에 깊이 각인되어있어 더 그러할 것이다.


5805d9bce7e060b02ca7f6e0fda8b352_1698202143_2591.jpg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전선에서 싸우다 낙엽처럼 흩어져 간 희생양들. 새파랗게 어린 넋들이 묻혀잠든 슬픔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아무도 찾는이 없는 이름모를 깊은 계곡에 쓸쓸히 버려진 영혼들.


같은 민족이라는 말로는 너무 멀다. 그들은 모두 내 오라비 삼촌 들이었다.


전쟁이 무엇인지? 미쳐 깨닫기도 전에 씩씩하게 청춘을 맞았던 미래의 꿈나무가 그들이었다. 느닷없는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려 죽음을 당했던 불쌍한 영혼들. 꽃도 피워보기 전에 봉오리로 스러져간 젊은이들 이었다.


6.25란 전쟁 포화속에서 함께 치르고 살아남은 내 부모님 세대의 사랑하는 아들들.



이웃 소꼽동무 기순이의 오빠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전사자 통고를 받았다.


그는 집 안에 대를 이어갈 삼대독자 외아들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몸부림을 치던 그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내 아들은 살아 돌아올 것이라며 미친듯이 길을 헤집고 다니던 여인.


박수 무당집을 찾아다니며 혼백의 넋두리 라도 들어야 한다며 광기를 부렸다. 그녀의 아픔이 어디 그 혼자만의 것이겠는가.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들려도 맨발로 뛰쳐나갔다. 아들이 돌아온다고 좋아하는 여인을 식구들이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밤마다 마루에 나앉아 무심한 달 을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목으로 차오르는 슬픔을 참지못해 꺽꺽 숨죽여 울었다.


춥고 배고픈 세월, 배부르게 못먹인 후회로 가슴이 아렸다. 명절날 아들 젯상에 고봉밥 올려놓고 망연자실 또 울었다.


어찌 죽었을까? 어디에 묻혔을까? 죽은 모습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무당을 불러다가 제를 지냈다. 혼을 달래고 좋은데 가라는 천도제라고 했다. 아들 영혼이 들어와 무당 입을 통해 넋두리를 들었다. 혼이 정말 있을까? 엄마를 부르는 아들의 애절한 소리에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엄마 내가왔어 보고싶어서 왔어” 하면서 어머니의 손을 덥썩 잡았다.


 “너 어디있니 거기가 어디야?”   어머니가 다급하게 물었다.


“엄마 나도몰라 깜깜해, 답답해서 나가고 싶어...”


가족들은 오열했다. 무당을 아들인듯 정신없이 끌어안았다. 구경꾼들도 모두 울었다. 구구절절 기순의 오빠가 하는 말들이어서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그 밤에 무서워서 나는 잠을 설쳤다.


기순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아들의 결혼이었다. 총각을 그냥 보낼수 없으니 영혼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처녀 혼을 불러다가 혼례 예식을 치르게하는 의식이었다. 그래야 뒷탈이 없어 안심을 한다고 했다.


전쟁 후의 혼란스럽던 시대에는 독버섯처럼 무당들이 활개를 쳤다. 여기저기 넋거지를 한다며 굿판을 벌였다.


장구 피리소리에 신명이들은 무당은 춤을 추고 아이들은 울고 웃으며 따라다녔다. 상에 차려진 떡 이며 과일들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가끔씩 나눠주는 음식들 받아먹는 재미가 좋기도 했던 그 때.


어른들은 어쩔수 없지 않은가. 그렇게라도 위로가 된다면 기댈수 밖에 없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에 . . .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까지 아리송하게 의문으로 남아있는 옛날 이야기다.



사실 그 때는 그 절절한 아픔을 깊이 깨닫지 못했다. 어른되어 자식 낳아보니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게 어떤 슬픔일지 알것 같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되는 내 자식. 금쪽같은 자식이란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다. 새 싹으로 한참 싱그럽던 자식을 나라에 바치고 남은건 오직 슬픔뿐. 가슴에 묻은채 평생을 살았을 부모 마음을 . . .

          

부모님들 가슴속에 응어리를 남기고 산화해버린 그들은 시대를 잘못만난 죄밖에 없는 젊은이들이었다.


지금까지 그 찾을길 없이 묻혀버린 영혼들 숫자가 십 이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낯선 나라에 파병되어 죽음으로 묻힌 외국 군인들은 또 어떤가. 이국땅에 뼈를 묻고 잠들지 못하는 영령들. . . .


무심한 세월은 흘러 금년 정전 70주년을 맞게 되었다. 감회가 더욱 새롭다.


참전했던 나라 중  22개국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했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동안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다.


지금 젊은 세대는 비목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낯선 단어일 것이다.


전투중 죽어간 사람들에게 묘지인들 있을까?. 방금 옆에서 함께있던 전우다. 피흘리며 숨진 그를 차마 그냥 돌아설수없어 나무막대기 하나 꽂아놓고 표식을 했을 것이다. 차라리 버젓한 비목이라도 있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애달픈 영혼을 달래며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쳤을 그들. 긴세월 비바람에 지금은 그 흔적조차 사라졌을 비목들이다.


노래가 말한다. 이끼되고 돌이되어 켜켜이 쌓였을 것이라고 . . . 


그 어떤 노래도 나름의 의미가 담겨있어 사람들 심금을 울린다.


갖가지 사랑의 애절함을 호소하는 노래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깔려있지만 가슴속까지 파고들지 않는다. 이미 열정의 시대를 다 살아왔으니 마냥 무디어진 감정 탓일까? 그럼에도 비목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아리다. 


그 절절한 가사에 절로 숙연해진다. 목이 메어오고 가슴이 아프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앞으로 앞으로. . . . 우리는 전진한다.

. . . 달빛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먹던 

화랑담배 연기속에 사라진 전우야.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 가거라.

힘차게 전진하다가 옆에서 소리없이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며 소리쳤을 그들. . . .


오직 나라를 지킨다는 일념만으로 몸을 맡겼을 그 시대 젊은이들 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 였다. 


오늘의 번영을 선물로 안겨준 희생양들. 후손들은 그 뜻을 헤아려 알아야 마땅하다.


21세기 만병통치 노리는 mRNA

댓글 0 | 조회 1,066 | 2023.11.10
스웨덴 노벨위원회(Novel Committee)는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커털린 커리코(64•Katalin Kariko, 헝가리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더보기

커뮤니티 및 사회 지원 서비스

댓글 0 | 조회 1,533 | 2023.10.27

대학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댓글 0 | 조회 2,114 | 2023.10.26
꽤 유명했던 가전제품 광고카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가 생각난다이 광고가 나오던 1970~80년대는 한국전 후 산업화가 되면서 섬유업 다음으로 전기… 더보기
Now

현재 비목(碑木)을 노래하며, 2023년.

댓글 0 | 조회 728 | 2023.10.25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녁에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먼~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궁노루 … 더보기

저절로 태어난 것은 이 우주에 없다

댓글 0 | 조회 684 | 2023.10.25
시인 이 승하- 아내에게또 머리카락들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군저절로 태어나는 것은 이 우주에 없지살비듬 하나가 방바닥에 떨어져 먼지가 되기까지새 살이 죽은 살을 밀… 더보기

키친탭(수전)

댓글 0 | 조회 807 | 2023.10.25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이번에는 주방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키친탭(수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많은 분들이 키친 … 더보기

고용계약서 서명 전 고용주가 해야 하는 4가지

댓글 0 | 조회 1,268 | 2023.10.25
드물지 않게 고용주가 까다로운 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뽑은 뒤의 채용 절차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관계법은 지원자를 뽑은 뒤 고용계약서에… 더보기

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댓글 0 | 조회 657 | 2023.10.25
오늘은 한글날이다.솔직하게 말해,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산 적이 별로 없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 한국역사와 문… 더보기

유격훈련 - 기출문제 풀이

댓글 0 | 조회 656 | 2023.10.25
2023학년도의 대미를 장식하는 학년말 시험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캠브리지과정의 학생들은 이미 시험기간의 중반부를 달리고 있고 IB과정은 시험기간의 시작을 코 앞에… 더보기

허리통증 잡아주고 뱃살 빼주는 7분 운동 루틴

댓글 0 | 조회 739 | 2023.10.25
허리가 자주 아픈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코어 근력, 몸의 중심부를 잡아주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아시나요?또 초보자들이나 허리가 약한 분들이 코어운동을 잘… 더보기

National당 정부가 정권을 잡은후 세금은 어떻게 영향을 받을까요?

댓글 0 | 조회 1,612 | 2023.10.24
우리는 아직 National당 주도 연립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National당이 권력을 얻게 된다면 세금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더보기

우주기와 연결된 단전호흡

댓글 0 | 조회 615 | 2023.10.24
명상을 하는 우리는 웰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웰빙(well-being)은 ‘잘 있다’는 뜻입니다. 잘 있다…….어떻게 잘 있느냐? 마음이 편해야 하고, 몸이 건… 더보기

부처님의 마음을 담는 요리 시간

댓글 0 | 조회 659 | 2023.10.24
성화 스님과 함께 만드는 봄맞이 사찰음식 이야기경복궁 처마 밑에도, 삼청동 돌담길과 광화문의 길고 긴 가로수 길에도 봄볕이 반들반들 반짝이는 계절. 연중 관광객들… 더보기

귀에 쏙 들어오는 가디언 비자

댓글 0 | 조회 1,692 | 2023.10.24
자녀를 뉴질랜드에서 유학시키고자 하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체류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비자가 바로 가디언 비자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 가디언 비자… 더보기

열무 보리비빔밥

댓글 0 | 조회 926 | 2023.10.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비벼준 열무 보리비빔밥에울컥 내 눈꺼풀이 흔들린 것을아내는 모릅니다오뉴월 뙤약볕에김 매던 어머니의 뒷모습이오늘은 까끌한 보리밥 되어목… 더보기

재채기ᆞ콧물ᆞ코막힘이 심한가요?

댓글 0 | 조회 1,081 | 2023.10.24
알레르기성 비염은 재채기.콧물.코막힘의 세 가지 주된 증세를 특징으로 하는 만성 질환이다. 끊임없이 나오는 재채기와 코 밑이 헐 정도로 계속 닦아내야 하는 콧물,… 더보기

코로나(COVID-19) 그리고 패혈증(敗血症)

댓글 0 | 조회 1,340 | 2023.10.20
지난(10월 10일) 박종환(朴鍾煥) 축구감독이 체육인들의 천국환송을 받으며 하늘나라로 떠났다. 멕시코 4강 신화를 이끈 박종환 감독이 지난 10월 7일 향년 8… 더보기

2028 대입개편 시안은 해외고 출신에게 유리할까?

댓글 0 | 조회 1,527 | 2023.10.11
2023년 10월 10일 교육부에서는 대입제도는 미래인재 양성에 기인하면서, 학생-학부모-고교-대학모두 예측 가능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더보기

사회에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리커넥트 - 9월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1,031 | 2023.10.11
1.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지난 9월 13일, 리커넥트는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으로 엡섬에 있는 Elizabeth … 더보기

배가 차가운 거 같아요!

댓글 0 | 조회 1,209 | 2023.10.11
예전에는 나이 든 어른이나 ‘무릎이 시리다’, ‘등에서 찬바람이 난다’, ‘배가 차다’고 했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과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배가 차다고 호소하는 경… 더보기

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1,021 | 2023.10.11
봉화 축서사 참선 템플스테이깨달은 뒤에 어떻게 살 것인가.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축서사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궁금하지 않은가?우선 마음의 … 더보기

사회적 타살의 일상성

댓글 0 | 조회 753 | 2023.10.11
현실 사회주의를 비판하려는 이들이 늘 집중 공격하는 것은 농업 집단화나 숙청 때와 같은 대규모 국가폭력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스탈린주의를 변호할 수는 없다. 혁… 더보기

시골다방

댓글 0 | 조회 785 | 2023.10.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몰래처음 가 본 다방에서가져다 주는 커피에눈도 마주치지 못하고설탕만 많이 넣어 마셨다만나자 소심하게 말하고는다방 구석에… 더보기

뱃살이 고민이신가요?

댓글 0 | 조회 792 | 2023.10.11
왠만하면 잘 빠지지 않는 아랫배 쏙 들어가는 초보자 5분 복근운동. 선선해진 날씨 탓인지 요즘 들어 식욕이 더 좋아져 먹는 양을 조절하기가 힘들다는 분들이 많은데… 더보기

한민족의 미래

댓글 0 | 조회 822 | 2023.10.10
한민족은 한반도와 해외 여러 지역에 살면서 한인(Korean)으로서의 공통적 혈통과 문화를 공유(共有)하거나 공유한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계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