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 신선한 열정,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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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신선한 열정, 멋지다

0 개 813 오소영

봄이 문 앞에서 서성대며 보챈다. 어서 반갑게 맞이해 달라고 . . .


오늘아침 단장님 굿모닝 톡에도 봄소식이 묻어왔다. 고목에 새 순이 돋아나니 우리도 힘내자는 말씀이었다.


밖에 나가보면 젊은이들은 벌써부터 반팔 차림으로 첩첩이 껴입은 나를 비웃는 것 같다. 맥빠지고 기분 잡쳐도 도리가 없다. 누가 먹으라는 나이 먹은 것도 아니니 그냥 무신경으로 맞설수 밖에 . . .


이제 인생의 쓰고 매운맛 다 경험하고 가장 소중한게 뭔가? 깊이 깨달아가는 때를 살고 있는 지금이다.


청춘이라는 육십 나이를 이렇게 오래 살줄 모르고 떡 벌어지게 환갑잔치를 치뤘다. 어찌 칠십 황금기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오직 나 혼자만의 자유로움.


등산 다니고 골프치고 친구들과 수시로 어울려 맘껏 수다떨며 하하호호 많이도 웃었다. 여기저기 드라이브 하다가 자리펴고 주저앉아 들밥지어 고기 구워먹는 재미. 새파란 하늘 산들바람 아름다운 자연과 벗하며 한가롭게 쉼표를 찍을때의 행복감. 드넓은 태평양 타스만의 물살을 가르는 크루즈 여행도 좋았다. 지구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날아가 북유럽 러시아 땅도 밟아봤으니 과연 인생 칠십은 황금기였다. 내 스스로 열심히 움직여서 맛볼수 있었던 행복이었다.


그 순간순간들이 자양분으로 멋진 작품 소재가 되기도 했다. 틈틈이 써 모은 글들이 한권의 책 이 되어 황금기 끝자락에서 팔순을 기념하는 자축 선물이 되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몸이 먼저 세월을 알려주고 있었다. 원치 않았어도 80이란 고지에서 오는 어쩔수 없는 변화였다. 바쁘게 내리막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간 세월들이 추억되어 아스름해져 간다. 늙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했던가. 지나간 황금기에 축적된 아름다운 그림들을 생각하는 것도 꽤 괜찮은 위안이 되었다. 


이제 장수시대에 동참해야 할 자격이 충분한 나이까지 왔다. 노인들을 위한 정보에 어두우면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공부하고 노력하며 살아야 마지막 남은 생에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무개념의 장수는 생명 보존의 의미일뿐. 별 뜻이 없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 후세들에게 귀감이 되는 어른으로 오래 살아야 보람도 누릴수 있지 않겠는가.


행복한 노후를 위하여 초.중.고등학생처럼 정규 노인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건강관리며 시대에 맞는 자녀관계 재산문제 등 교육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모두 행복한 노후를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려면 강한 정신력과 건강이 우선. 모든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자기에게 맞는 뭔가를 찾는것 부터가 잘 늙어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어가 되고 싶은 것이다.  ‘청어’ 가 뭐냐구요?


금방 바다에서 건져올린 싱싱하게 푸르름이 느껴지는 청어. 그 청어가 아니다.


‘활기차게 늙어가는 어른들을 청춘 어르신’ 이라고 부른다. 어르신 호칭만 들어도 존칭인데 청춘 어르신 이라니 어른위에 어르신을 이르는 최고의 줄임말 호칭이다.


훌륭한 청어로 이미 세상에 알려진 대단한 분들도 많이 계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그런데 젊은이 못잖은 열정으로 사회 일선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니 존경받아 마땅하다. 청춘에 노인같이 사는 젊은이도 있어 안타까운데 노인이 청춘같은 삶을 산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 멋진 인생이다.


백살 나이는 어디에 감췄는지 마당에 나앉아 천연스럽게 콩을 터는 할머니. 청어의 얼굴엔 패인 주름살만 세월의 무게를 알려줄 뿐이다. 


아무리 장수시대라 해도 80을 넘기는 고령자가 15% 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 중에 병고없이 살고있다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렇다면 한번 밖에 기회가 없는 삶. 기왕이면 소소한 일상을 살더라도 청어 흉내라도 내야 진짜 사는게 아닐는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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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침은 항상 감사기도로 시작 한다. 또 하루를 선물로 받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 “감사합니다”


이처럼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젊었을 때는 단 한번도 깨달아 본 적이 없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요즈음 머리속에 입력해야 할 숙제들이 참으로 많다. 녹슬어 낡아빠진 두뇌가 놀라지 않을까 걱정된다. 마치 퍼즐이라도 맞히려는 듯 정신집중에 여념이 없다. 어김없이 닥쳐오는 정기 공연이 임박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시니어 합창단 ‘무지개’ 에 일찌감치 입단한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었다.


우리 고유의 한복을 차려입고 우리말 노래를 부르는 노년의 삶이 너무 곱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은연중 고국의 문화를 알리는 작지만 외교사절 역할도 되니 또한 자랑스럽기도 하다. 십 수 년을 넘긴 지금도 그 생각은 조금도 변함없이 여전하다. 얼굴에 주름살은 늘어도 품격있게 늙어가는 단원들의 한결같은 모습에서 그걸 느낀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당당함이 자랑스럽다. 청어로 대접받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뭘로 했는지 잊어버리기 십상인 뇌에 십여곡이나 되는 노래 가사 외우기가 쉽지 않다.


수십번 아마 수백번쯤 반복을 해야만 드디어 저장이 되는것 같다. 뇌에 녹이슬 염려는 없으니 치매걸릴 확률은 영%로 안심이 된다.


노래 하기만도 벅찬데 라인댄스 까지 . . .


몸치인 내가 라인댄스를 배우면서 별스런 후회도 다 해봤다. 젊었을 때 사교댄스라도 좀 배웠으면 좋았을걸 . . .


젊어서 못배운 한을 지금 다 푸는건 아닌지 연습을 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도 해 본다. 느린 발동작이 그게 될까 싶었는데 역시 열심한 연습이 답이었다. 노력하면 안되는게 없다는 사실에 청춘을 겁없이 흉내내는 것이다.


공감하는 같은 세대 단장님이 일체감으로 리더가 되어주시니 어떤 것이든 도전하는데 두려움이 없다.


시작할 때는 어렵고 힘들었어도 십 수년을 그렇게 잘 버텨왔다. 매년 멋진 작품으로 공연무대에 섰다는게 대단한 자부심이다. 


하면 된다라는 믿음. 열심히 노력하며 따랐기에 맛볼수 있는 결실이었다. 80십대 노후의 아름다운 삶. 무대를 두려워않는 우리들은 청어중에도 멋진 청어라고 말하고 싶다.


바다에서 방금 건져올린 새파란 청어처럼 단장님의 번뜩이는 예지가 늘 놀랍다. 천천히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며 공감하는 리더였기에 함께 하는 동행이 늘 즐겁고 행복하다.

  

지금까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결국은 청어로 살기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잘 써서 쓰는게 아니다. 작품 질이 좀 떨어지는게 안타깝지만 개의치 않는다. 독자분들에겐 미안한 일이어도 그 욕심만은 버릴 수가 없다. 뇌운동 차원에서 게으르면 불안하기 때문에 힘드는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20년 맡아온 지면을 책임으로 알고 어김없이 지켜나가려고 애쓴다.


요즘은 정말 컴퓨터 앞에 앉기가 겁이난다. 눈이 제일 불편하고 허리도 오래 버티질 못한다. 일상 쓰던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몇 날을 고심하기도 한다. 전 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한편의 작품이 마무리 되었을 때의 쾌감 때문에 그 모든 고행을 감내할 수가 있다. 목적있는 삶은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는가보다.


그 어떤 일이라도 시작이 있으면 끝을 볼 때의 기쁨은 반드시 있는 법이기에 끝까지 가는게 중요한것 같다.


청어로 산다는게 결국은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뜻 이리라.


얼마전 서울의 친구가 증손을 봤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줌마로 시작한 우정이 어느덧 증조 할머니가 되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학생이었던 딸들이 시집을 가더니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다. 딸의 손주가 엄마를 증조 할머니로 승격 시켜준 것이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니 그동안 긴 세월이 눈깜작 할 사이인 것같이 느껴졌다. 기가막혀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토록 끈질기게 이어온 긴세월 우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 만나지 못하고 살아 아쉽기 그지없다.


이번 추석에 증손 보러 시골에 내려간다는 친구를 위하여 온종일 쪼구려 앉아 그림을 그렸다. 화가도 아닌 주제에 아기에게 보여줄 동화를 그리며 내가 애가되어 더 행복했다. 그 그림을 보내며 증조할머니 친구가 그린 선물 이라고 꼭 말해 주라고 했다. “증조 할머니 친구 . . . 참 멋지네요”


친구가 깔깔 웃는데 그 웃음소리에 짙은 노년의 목소리가 실려왔다. 나도 같이 따라 웃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떨려왔다. 


그도 평범한 할머니가 아니었다. 인고의 세월 끌어안고 누구보다 훌륭한 삶을 살아온 청어였다. 평생 밥짓고 살림만 하는 전업주부 였지만 책을 두권이나 펴낸 작가였다.


우리 만날 때까지 오래오래 건강하자는 말. 귓전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래야지 그렇게 살아야지..)


인생은 참으로 멋진 것이다. 한번뿐 이기에 더 멋진게 아닐까?청어의 삶은 그래서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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