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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코로나19(COVID-19) 오미크론(Omicron)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바이러스인 EG.5를 스파이크(spike, 돌기) 한 개 변이를 관측대상 변이에서 관심 변이로 격상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해 영국,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EG.5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스파이크에 두 번째 변이가 추가된 EG.5.1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EG.5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주종으로 부상하면서 감염, 입원율이 모두 올라가고 있다. EG.5는 신규 확진의 약 17%를 차지해 2위 변이인 XBB.1.16의 16%를 웃돌고 있다. EG.5는 오미크론 계열의 XBB에서 떨어져 나온 변종이다. 원형인 오미크론을 건너 뛰는 두드러진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은 아니고 일부 특성이 변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새 변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G.5처럼 465번째 염기서열에 변이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에 보고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시퀀스(sequence) 가운데 약 35%가 465번째 염기서열에 변이를 보이고 있다. 컬럼비아대학 데이비드 호 교수(면역학)는 EG.5와 EG.5.1은 항체에 내성이 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독감(毒感)과 동일한 4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Korean Medical Association) 이필수 회장은 지난 8월 3일 질병관리청을 방문해 최근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 등급 조정과 방역조치 완화는 감염병 진료 위축과 코로나19 검사 기피를 초래해 방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필수 회장은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점차 일상생활로 회복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증가세에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과 우리나라 의료현실 등을 감안한다면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 시기를 보다 적절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8월 여름 휴가철, 9-10월 추석 연휴로 인한 이동량 증가와 맞물려 10월 이후 본격적인 겨울 대유행이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등급 하향에 따른 수가지원 체계 개편이 최일선에서 코로나19 유행을 막아온 일선 의료기관의 감염병 진료 차질과 환자들의 소극적 진단과 검사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7개월 만에 6만명을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월 들어 일주일(1-7일) 일평균 코로나 확진자는 5만38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7월 25-31일) 평균 4만5529명에 비해 10.7% 늘어났으며 6주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8월 2일 신규 확진자가 6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10일(6만19명)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지난 6월 말부터 매주 증가하고 있다. 7월 첫 주(4-10일) 하루 평균 2만2815명으로 2만명대로 올라선 이후, 7월 11-17일 하루 2만7955명, 18-24일 하루 3만880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방역당국은 8월 중순엔 확진자가 하루 평균 6만명, 하루 최대 7만6000명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1.19로 5주째 1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 이상이면 감염병 확산을 의미한다. 확산 추세는 연령에 따라 달리 나타났다. 10대의 경우 방학 등의 영향으로 일평균 발생률은 전주보다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확진자 비율은 29.8%로 일주일 전보다 3.1%포인트 늘었다.
7월 마지막 주 코로나19로 인한 하루 평균 사망자는 13명으로 일주일 만에 72.5% 증가했다. 위중증 환자도 170명으로 전주 대비 19.7% 늘었다. 코로나 환자 중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은 0.02-0.04% 정도로 작년 12월의 절반 수준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확진자가 증가하는 지금 다중 이용 시설과 대중교통 등 다수가 밀집한 공간에서는 다시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착용해 줄 것을 권고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를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8월 9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하기로 했다.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6주 연속 증가해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초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낮추면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에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4급이 되면 확진자 전수조사(全數調査, complete enumeration)에서 표본조사(標本調査, sample survey)로 바뀐다. 의료계에서는 확진자 전체 규모를 정확하게 모르면 대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등급 조정과 관련해 국내외 유행과 방역 상황 등 종합적인 여건을 면밀히 고려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신중히 결정할 예정이다.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IQVIA), 세계고령화연대(GCOA)와 코로나19 백신과 다섯 가지 주요 성인(成人)백신 접종률을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활발했던 2022년 인플루엔자(influenza, 毒感),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TDaP), B형 간염, 대상포진, 폐렴(肺炎) 등 주요 성인 백신 5종의 전체 접종량은 351억회로,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되기 전인 2020년(400억회)보다 약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코로나19 백신은 100명당 132회 접종된 반면, 그 외 접종된 성인 백신은 100명당 16.2회에 그쳤다. 이에 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 성인의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외 다른 질병에서 보호하는 데엔 부족했다는 것이다.
올해 국내에서는 독감(毒感) 유행이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6일 발령된 유행 주의보 후 현재까지, 10개월 넘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8주차인 지난 7월 9-15일 전국 표본 감시 의료 기관 196곳을 찾은 외래 환자 중 독감 증상을 보인 의사환자(suspected case)는 1000명당 16.9명이었다. 이번 절기의 독감 유행 기준인 1000명당 4.9명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6년 만에 가장 독한 여름감기와 독감에 시달리고 있다. 8월 13일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일부 감기는 코로나19보다 감염자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여름감기와 독감 입원 환자 수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을과 겨울에 기승을 부리고 여름엔 수그러드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유행해 질병관리청이 환자 수를 매주 조사하는 급성호흡기감염증(감기, 독감 등)은 7가지다. 리노(rhino)바이러스, 메타뉴모(metapneumo)바이러스, 보카(boca)바이러스, 아데노(adeno)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parainfluenza)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 등이다.
질병관리청이 7월 23-29일 전국 220개 병•의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서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와 파라인풀루엔자바이러스의 검출률은 각각 21.2%와 12.4%였다.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12.1%)보다 최고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7월 기준 아데노바이러스 검출률은 올해가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고열과 인후통(咽喉痛)을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는 수영장 물로도 감염될 만큼 전염성이 높다. 환자 대부분은 1-6세 유아였다. 또 올 8월 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환자 수는 1000명당 14.1명으로 같은 기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침, 발열을 일으키는 메타뉴모바이러스 검출률(7월 기준)도 코로나 전인 2019년보다 높았다.
올여름 감기의 독성은 입원 환자 수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증세가 심해 입원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감기•독감 입원 환자 수는 6965명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감기와 독감이 대폭 줄었던 2021년 7월 환자 수(934명)보다 7배 많다. 코로나 전인 2018년(4722명)에 비해서도 1.5배 많은 수치다.
올해 여름 감기와 독감의 추이도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감기 입원 환자가 많았던 2019년엔 7월 첫째 주 환자 수가 1689명이었다가 넷째 주엔 1432명으로 줄어 감소세가 뚜렷했다. 반면 올해는 7월 첫째 주 환자 수(1683명)보다 넷째 주 환자 수(1780명)가 더 많다. 그만큼 올여름 감기가 더 질기고 독하다는 뜻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 감기의 폭증을 ‘면역 빚(면역 부채)’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즉,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병균을 주고받으며 면역력을 키우는 게 정상인데 코로나19로 2년 넘게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개인의 면역력이 떨어졌고, 방역이 해제되고 처음 맞은 올여름에 그 대가(빚)을 치르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독성은 떨어지면서 코로나19 감염 때보다 이번 감기와 독감이 더 아프다는 환자들도 있다. 엄격한 코로나 방역으로 감기와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최근 사회생활은 늘어났으니 더 쉽게 전파되고 더 크게 유행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바이러스 공백기가 감기와 독감 등에 걸릴 수 있는 감염병 감수성을 높인 것이다.
8월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8월 둘째 주(8월 6-12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4만9279명으로, 하루 평균 4만9897명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주보다 0.8% 증가한 수치로 이전 3주간 전주 대비 증가율이 35.8%, 23.7%, 10.5%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됐다. 반면 이 기간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증가하여 일평균 위중증 환자는 215명으로 직전주(177명)보다 21.5% 늘었다. 1주간 사망자 수는 136명으로 직전주(97명)보다 40.2%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관심 변이로 지정하여 감시하는 새 변이 바이러스 EG.5의 검출률도 늘었다. 지난주 검출률은 직전 주 16.8%보다 3.5%포인트 높아졌다. 3주 전인 7월 3주의 11.8%보다는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방대본은 EG.5 변이와 관련해 추가 공중보건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위험도에 따라서 개별 방역을 실시하고, 백신 추가 접종과 항바이러스 처방 등 예방과 치료에 대해서는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특히 60세 이상 면역저하자, 기저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스크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비말(飛沫) 전파를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된 것이 아니고, 코로나에 걸렸지만 병원에 가지 않으면 확진자 집계에 빠지므로 실제 감염자는 방역당국이 발표하는 확진자 수의 2배이상 많을 수 있다. 요즘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의무가 풀린 데다 지난해 말 접종한 백신 효과가 떨어진 것이 겹친 결과로 본다. 이에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