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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 학기
사랑을 말하지 않고는 이 고개를 넘을 수 없으리
만리동 고개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사랑한다 말 차마 못하고 너와 헤어지는
만리동 고개에 눈만 내려 쌓이네.
마포 용강동에서 왕십리 행당동까지
사람들은 내리는 눈을 가슴으로 받으며
걸었던 날들이 그리워지리
내 품에 얼굴 묻고 함께 걸었던
그날들을 잊지 못하리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하염없이 내리는 희미한 가등 아래
눈발들을 잊지 못하리
차마 사랑한단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만리동 고래를 넘으며 내리는 눈을 밟아 가면
이 땅 어디선가 폭설 되어 지붕까지 쌓일
깊은 밤 소리 없이 슬퍼지는 어두운 그림자 보네.
명동이나 퇴계로에 내리는 눈도 이만 못하리
종로나 충무로에 내리는 눈도 이만 못하리
꽃 피는 봄 양수리에서 한강에 밀려와
공덕동 로터리를 지나 만리동 고개 슈퍼마켓까지 이를 때
사랑하는 이 없어도 잠깐 들러 담배 한 갑을 사고
눈 내리던 날 헤어짐을 기억하며 서 있으리
그 옛날 젊은 날의 만리동 고개에서 이틀
시집<많은 날들이 지나갔다>새로운 눈 2002년
* Source: 네이버 블로그 | 서울 詩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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