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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중에 하나는 우리쪽에서 승소 시 상대방이 제 변호사비를 100% 부담하는지 여부였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 변호사비를 상대방이 100% 부담하는 확률은 드문 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승소하더라도 본인 변호사비에 대한 자비부담이 조금은 있고, 그 비율이 1/3 정도 되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10만불짜리 소송에서 승소를 했고 변호사비가 3만불이 나왔는데, 상대방에게 변호사비를 부담시킬 수 있는건 1만불정도 밖에 안되어서 변호사비 지불 후 내가 가져가는게 8만불 정도가 되는 경우입니다.
대다수의 독자분들은 법이 잘못된 것 아니냐, 승소해도 억울하지 않겠냐라고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 법에서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만큼 재판까지 오는걸 최대한 지양시키고 당사자들끼리의 이른 시기에 합의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위와 같은 경우에 어차피 이겨도 8만불밖에 못 가져간다는게 예상되기 때문에, 재판까지 가지 않고 변호사비를 적게 지불하면서 8만불에 빨리 합의를 해버리면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법원까지도 (즉 세금내는 뉴질랜드 모든 시민이) 만족하는 결과가 될테니깐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일반적인 경우 패소한 쪽에서 승소한 쪽의 2/3정도 변호사비를 부담합니다. 하지만 그 비율이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서 바뀔 수도 있게 됩니다.
그 요인들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은 합의제안이 있었는지, 언제 얼마에 했었는지 여부입니다. 소송을 하면서 “나는 옆도 뒤도 보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 달려서 재판까지 갈 것이다”라고 하시는 고객분들도 많지 않을 것이고 그걸 용인하는 변호사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고객의 경우 비용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변호사의 경우 고객에게 합의제안이 왜 있어야 하는지 그 장점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용소송이나 지방법원 소송의 대다수의 경우 조정(mediation 혹은 판사가 주재하는 Judicial Settlement Conference)을 필수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합의제안을 주고받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합의제안을 변호사비 책정 때 증거로 사용하려면 최대한 일찍 할수록 좋고, 금액을 전략적으로 적절히 잘 넣을수록 좋습니다. 원고의 경우 50만불짜리 소송으로 시작은 했지만 높은 확률로 10만불만 받고 끝날 것 같다라고 생각된다면 10만불 오퍼를 빨리 넣는 겁니다. 그렇다면 10만불보다 크게 이겼을 시에 increased costs, 즉 변호사비를 올려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이 상대방에게 “당신이 10만불 합의를 빨리 받아들였으면 양측이 전부 변호사비도 덜 쓰고 법원포함 모두가 시간도 덜 낭비하고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질책하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만큼 변호사비가 올라갈 지 여부는 그 오퍼가 언제 주어졌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합의는 재판 중간이라도, 혹은 재판 끝나고서도 판결문이 나오기 전까지면 가능한데, 만약에 합의제안을 재판 직전에 준거면 재판 전까지 쓴 비용에 대해서는 올려받기가 불가능해집니다. 반대로, 합리적인 합의오퍼를 소송 자체를 시작하기도 전에 줬었다, 그러면 재판 모든단계에서 쓴 비용에 대해서 올려받기가 가능해지고 변호사비도 100%에 가깝게 상대방에게 지불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경우와 반대로, 원고는 가만히 있거나 아니면 20만불로 오퍼를 했는데, 피고가 10만불로 오퍼를 한 후에 10만불로만 패소를 한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에는 원고가 승소를 하긴 했지만 변호사비에 있어 1/3보다 훨씬 많은 본인 부담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법원이 원고에게 “당신이 10만불 합의를 빨리 받아들였으면 양측이 전부 변호사비도 덜 쓰고 법원포함 모두가 시간도 덜 낭비하고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질책하는 것과 비슷하게, 변호사비를 깎아버릴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심지어 변호사비 책정 자체를 법원에서 거부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원고는 승소를 하긴 했지만 변호사비 3만불을 내고 7만불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합의제안 이외의 변호사비 책정에 문제가 되는건 양측에서 얼마만큼 비합리적인 행동을 했는지 등등입니다. 예를들어서 한 쪽이 서류공개 등을 회피하여서 법원이 강제로 명령을 했는데도 거부한 경우, 변호사비 전액청구 (indemnity costs)와 더불어 법정모독으로 형사처벌까지 별개로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위의 예시는 극히 일반화 된 예시로써, 어떤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는지 (혹은 고용관계청인지) 소송이 얼마나 길어지는지에 따라 해당되는 금액은 천차만별로 달라 질 것입니다. 민사소송을 준비중이시거나 진행중이시라면 항상 변호사와 내가 승소하면 (패소하면) 얼마정도 판결이 나올지, 변호사비는 얼마정도 나올지, 그러면 합의제안을 언제 얼마에 하는게 좋을지 상담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