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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타카푸나 비치에서 글을 적고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볼을 어루만지고, 건물 위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따스한 햇살을 뿜어대고 있다. 갓 구운 호떡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경이롭기만 하다.
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비치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지금 나는 그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에 작대기를 긋고 있는 중이다.
대도시인 오클랜드 투어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순전히 내 동생 덕분이다. 그녀가 10년 동안 한국에서 살다가 몇 달 전에 오클랜드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오클랜드가 내 나와바리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
오클랜드와 파미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작년 12월 25일부터 나는 자유인이 되었으며, 내가 청하기도 전에 먼저 다가오는 생활이 되어버렸다. 감사가 절로 나온다.
파미살이를 하면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느라 참 많이도 고달팠었던 20여년. 그 고달픔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 나는 자유로운 나비가 되어 훨훨 날고 있다.
나에겐 나보다 5살이 적은 친구가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자주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이다. 그 친구는 시골로 내려가서 오빠 일을 돕고 있었다. 원래 2년 계획이었으나 1달 반 만에 그 일을 접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그냥 무조건 뉴질랜드로 와서 두 달 정도 쉬었다 가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내 동생과도 친구가 된 사이이기에, 우리는 무조건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 때부터 일주일 이후 그녀는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혼자 외국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친구지만, 용감무쌍하게 에어뉴질랜드 비행기에 몸을 맡기고 훌쩍 날아온 것이다. 12시간이 3시간 정도로 짧게 느껴졌다고 한다. 완전 여행체질인가 보다.
그녀가 오자마자 우린 그 다음날부터 오클랜드 근처를 다니기 시작했다. 오클랜드에서 한 시간 거리인 마타카타에 들렸다.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토요일마다 장이 열리는지, 방문객들이 무척 많았다.
그곳에서 피자도 사먹고 과일주스와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구경 물건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로 하루도 쉬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루하루가 놀면서 배우는 배움의 길이었다. 버스 타는 법부터 배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제는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서 페리를 타고 와이헤케 섬을 다녀왔다.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10년 전 파미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한 귀한 여행이었다. 아이들이 따로 없었다. 우리를 인솔한 똑순이 친구 덕분에 우리의 여행은 더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의 인솔 하에 우리들은 버스를 타고 어느 한적한 비치에 도착하여 각자 준비해 온 맛있는 점심을 나눠 먹고 해변을 걷고 사진도 찍으면서 놀았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비치.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그곳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도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 다음 코스는 조금은 더 관광지 같은 느낌의 번화한 비치였다. 배가 든든한데도 피시앤칩이 유명하다는 카페를 갔다. 컨트리 스타일의 정겨운 카페였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니 맨 끝부분에 벽과 벽을 연결하는 길고 좁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마침 그곳에 자리가 나서 앉아 있었는데, 베란다 난간대의 역할을 하는 테이블 아래로 맞은편 쪽 카페건물의 지붕이 보이고 조그만 광장과도 같은 장소에 노천 테이블들과 파라솔들이 놓여 있었다.
그 너머로 바다가 쫙 펼쳐져 있었는데,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이런 풍광은 처음이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내 동생은 이 섬에서 사나흘 정도 지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 꿈이 조만간 이뤄지리라 믿는다.
그 다음 코스는 굴들로 꽉 차 있는 비치. 돌로 굴 껍질을 깨서 까먹는 재미를 처음으로 알았다. 신선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었다. 굴을 까먹고 나서 페리를 타고 갑판에 앉아서 미풍의 산뜻함에 취했다. 날씨만큼이나 바람도 잔잔해서 전혀 추운 줄 몰랐다.
오늘은 타카푸나 비치에 버스를 타고 왔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보니, 버스 타는 재미가 쏠쏠하여 버스 여행을 시도한 것이다. 언덕길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꼬불꼬불 가는 길이 재미있었다.
바다가 펼쳐지는 내리막길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확 트이면서, 그 아름다움에 현혹이 되어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나왔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보이는 해변길마다 그 언젠가 다 들려보겠다는 마음을 갖고 종착지인 타카푸나로 향했다.
타카푸나는 꽤 세련 된 곳이다. 높은 빌딩들도 많고, 도시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거리이다. 동생 뒤를 졸졸 따라 가면서 해변까지 가는 도중에 한국 호떡을 팔고 있는 예쁜 가게가 보였다. 무척 반가웠다. 해변에 다녀와서 호떡과 커피를 마시기로 마음을 정하고 그곳을 지나쳤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공원 한편 커다란 나무들 사이에 걸려 있는 해먹들을 보자 친구는 그곳에 얼른 누워버렸다. 나무 그늘이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고 있었다. 해먹에 온 몸을 내 맡기고 있는 그녀를 사진에 담고 나는 탁 트인 바다에 온 마음을 던져버렸다.
섬나라에 살면서도 바다를 안 보고 산지가 참 오래되었는데, 오클랜드로 오니 가는 곳마다 바다 바다 바다였다. 파미에서 초록색 풀들만 보다가 바다 냄새를 맡으니 온 세포가 파란색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어느덧 해먹에서 일어난 친구는 해변에서 예쁜 돌과 조개들을 줍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도 많이 하는지 바다를 쳐다보면서 한 참 서있기도 했다. 나름대로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으리라.
앞으로 일주일 정도 더 오클랜드에서 지내다가 파미로 갈 예정이다. 비행기로 훌쩍 날아갈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기차여행을 선택했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여행이었다.
시간이란 것은 마법의 고무줄과도 같아서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4시 15분까지의 여행이 길게 느껴질 수도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내에서의 12시간이란 시간을 3시간 정도로 느낄 수 있는 친구라면 그 시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시간에 있어서는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성격이니 둘이 함께 하는 기차여행에 있어서 지루함이라곤 전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히토리의 ‘못할 것도 없지’가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사는 내내 내가 가장 많이 했었던 말이 “못해.”였었는데, 요즘엔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좀 더 지배적이다.
40대 초반에 뉴질랜드에 도착하여 정찰했을 무렵이 생각이 난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힘든 시기였으나, 휴일이나 휴가철이면 도시락 싸들고 지도책에 의지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북섬 일대를 돌아다녔다.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었는데, 동생이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게 그런 용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못해.”가 자연스레 나오다니....... 안주하려는 마음이 내 호기심을 짓눌러버렸던 것은 아닌지.
사이토 히토리를 스승 삼아 “못할 것도 없지.”를 모토로 오클랜드 여행을 시도했다. 막상 시작해보니 못할 것도 없었다. 앞으로는 나의 나와바리를 세계로 정해야겠다. 이미 세계 여행을 내 내면은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훌쩍 뉴질랜드로 여행 온 내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 두 달의 여행이 그녀에게 큰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나 또한 그녀처럼 갑자기 훌쩍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못할 것도 없지. 아자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