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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류 시화
나는 보았다
눈이 내려 이상하게 환한 밤
모든 나무들이 눈꽃을 피우고 있는데
개암나무인지 혹은 떡갈나무인지
오열하는 나무 하나만
어깨를 들썩이며
혼자서 그 눈 녹이고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젖은 불이 몸 안에서 타는 것처럼
지독한 신열 속에서 꽃 한 송이 피어날 때
어디선가 상처 하나가 아무는 것을
무늬 중에 상처의 무늬가 가장 아름다운 것을
나는 보았다
새의 화석을 품은 돌 하나
물살에 잠겨 노래할 때
강이 울음으로 타는 것을
그 울음으로 돌이 둥글어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모든 억새들 바람에 몸을 누이는데
동행하지 않는 억새풀 하나
외곬으로 우는 풀벌레들 떨치고 일어나
전율하는 몸짓으로
그 바람 혼자서 맞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