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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천원의 아침밥’이 이슈다. 천원의 아침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학생들의 아침밥 먹는 문화를 확산하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의 학생들은 학교 구내식당에서 3500-5000원 상당의 아침식사를 1000원만 내고 먹을 수 있다. 농식품부가 1000원, 학교가 나머지 금액을 보조해 운영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 복지사업(福祉事業)으로 시작된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 결식률(缺食率)이 높은 대학생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저렴하게 제공해 학생들의 건강을 돌보고 쌀 소비도 늘리고자 농식품부가 참여 대학의 협조를 얻어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 복지사업은 정치권의 호응을 끌어내어 대학가에 널리 퍼질 조짐이다. 여당 대표는 학생들과 함께 아침밥을 먹으며 사업 확대를 밝혔고, 야당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모든 대학으로 확산하자는 의견을 냈다.
최근 물가상승으로 식비 부담이 크게 늘면서 ‘천원의 아침밥’에 대한 대학생들의 수요가 늘었고, 많은 대학이 사업 참여 의지를 밝혔다. 올해 초 대학들이 신청한 식수인원이 96만6000명에 달했지만 예산 문제로 69만명만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정치권 등 각계에서 천원의 아침밥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정부는 3월 29일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사업 예산을 7억7800만원에서 15억8800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려 식수인원을 69만명에서 15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4월에 신규 참여 대학을 모집한다. 앞서 올해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41개 대학에 대해서도 희망할 경우 식수인원을 확대한다.
내년 선거에서 대학생 청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populism)이라거나 교육용 예산이 식비로 쓰일 수 있다는 등 ‘천원의 아침밥’에 대한 반론 또한 없진 않다. 하지만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건강을 우선하는 정책을 인기 영합으로 치부해선 안 되며, 교육 여건 못지않게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건강도 중요하다. 다만 재정 여건이 넉넉지 않은 지방대학은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이런 학교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대학 살리기 차원에서 협조해야 한다.
필자가 출석하고 있는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는 매년 연세대 재학생 중 점심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을 위해 ‘점심나눔 프로젝트’를 교목실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매년 2억원이 넘는 지원금은 연세대 교직원 400여명이 매월 일정액을 급여이체를 통해 지원하며, 연세대학교회에서는 교인들의 모금으로 2019년에 4,800만원, 2020년 6,400만원, 2021년 4,349만원, 2022년 5,085만원을 지원했다.
쌀(白米)이 반만년 넘게 한국인의 주식이라고 하지만 실제 우리가 쌀밥을 풍족하게 먹게 된 건 40-50년밖에 안 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반찬은 없어도 쌀밥 한 그릇이면 진수성찬(珍羞盛饌)이라고 여겼다. 1960년대부터 쌀 생산이 크게 늘었지만 보리밥 대신 쌀밥을 마음껏 먹겠다는 국민들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전히 쌀이 부족했다. 1969년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쌀로 만든 음식을 팔지 못하는 무미일(無米日)까지 등장했다.
1970년대 정부가 대대적인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 때, 학교에서는 매일 학생 도시락 검사를 실시했다. 즉 쌀에 보리 등 잡곡을 넣어 혼식(混食)을 하고, 국수 등 밀가루 음식 분식(粉食)을 장려했다. 그 후 우리나라가 경제가 발전하여 다른 먹거리가 풍성해지면서 한국인의 열렬한 쌀밥 사랑도 빠르게 식어갔다. 1인당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 30년전에 비하면 절반도 안 먹는다. 이에 남아도는 쌀을 저장하는 데 막대한 국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376만t으로 전년(388만t) 대비 3% 감소했는데도 쌀 수요량 대비 약 9만3000t의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수확기(10-12월) 산지 평균 쌀값은 20kg당 4만6817원으로 전년 대비 12.5%, 평년 대비 6.0% 하락했다. 쌀값 안정을 위해선 선제적으로 쌀 수요량에 벼 재배면적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올해 쌀 예상 수요량은 352만t으로 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벼 재배면적은 69만ha이므로 지난해(72만7000ha) 대비 3만7000ha를 줄여야 한다. 이에 농식품부는 올해 전략작물직불제를 처음 시행하면서, 기존 벼 재배면적 감축수단의 인센티브를 크게 강화했다. 예산 1121억원을 투입하는 전략작물직불제는 논에 벼 대신 콩•가루쌀(분질미)•조사료 등을 심는 농가에 1ha당 100만-430만원(단작 기준)을 지급해 타 작물 전환을 유도한다.
정부는 밥 대신 빵이나 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늘자 가공에 적합한 쌀 품종을 개발했다. 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밀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가루쌀’은 쌀가루 전용으로 개발한 신품종 쌀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가루쌀 생산량을 20만t으로 늘려 연간 밀가루 수요 10%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짜장라면’에 가루쌀을 첨가해 글루텐프리(gluten-free)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밀가루와 달리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없어 소화가 잘된다.
우리나라의 2021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일본(50.8kg)보다 12% 높은 편이지만 1970년 136.4kg과 견줘보면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 일본 의회에서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쌀밥 더 먹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일본 중의원 농림수산위원회(우리나라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해당)에서 농림수산성(農林水産省)이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한 주장이다.
농림수산성은 농림수산위원회 회의에서 “한 명이 매일 쌀밥을 3그릇을 먹는다면 식량자급률은 칼로리 기준 6%포인트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기준 38%에 머무르고 있는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쌀소비 확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농수성에 따르면 1인당 쌀 연간 소비량을 밥으로 환산할 경우 일본인은 현재 하루에 2.4그릇을 먹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수성은 1인 1일 공급 열량이 일정하며, 일본산 쌀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밀 등의 수입 농산물 소비는 줄어든다는 가정하에 이같은 수치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수산성 관방총괄심의관은 “1965년엔 국민1인당 하루 5그릇의 밥을 먹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식생활의 다양화 등에 따라 반세기가량 지난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하루에 밥을 4그릇씩 먹을 경우 자급률은 15%포인트 상승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식량•농업•농촌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식량자급률을 45%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최근 38% 전후에서 계속 제자리걸음 중이다. 목표치와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셈이다. 이에 국민들이 지금보다 매일 밥을 한 그릇씩만 더 먹는다면 45%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국민들이 다같이 참여할 수 있는 ‘쌀밥 더 먹기’ 운동을 펼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쌀에 대한 오해로 밥을 적게 먹는 사람이 많다는 취지의 여당 정치인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쌀 소비 감소 대안을 찾기 위해 논의를 건설적으로 진전시킬 필요가 있지만 정치권은 이번 발언을 희화화하고 정쟁 수단으로 삼는 데만 골몰했다.
국민의힘 민생 특별위원회 ‘민생119’의 위원장인 조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서 특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하면서 “밥 한 공기(100g) 다 비우기, 이런 것을 논의했다. 여성 중엔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분이 많다. 그러나 쌀은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라 낮다”라고 말했다. 이는 쌀밥이 과체중을 유발한다는 오해를 바로잡아 쌀 소비를 늘리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2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밥을 먹지 않거나 횟수를 줄인 이유 중 3위에 ‘다이어트를 위해서(13.1%)가 자리했다. 특히 집에서 밥을 거의 먹지 않는 가구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40세 미만 연령층’의 비중이 크며 그중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은 집단’이 집밥을 거의 먹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이 매끼에 밥 한공기도 안 먹는 문제는 외면하면서 쌀 소비를 늘리겠다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의 전국 확대를 여야 공히 외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대학생 150만명에게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할 계획이다. 계획을 달성해도 직접적인 쌀 소비 기여 규모는 150t(150만명x100g)에 그치고, 여야의 구상대로 전국 확대는 젊은층의 아침밥 안 먹는 습관과 대학 재정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쌀값 하락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빠르게 줄면서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2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비는 1ha당 854만4610원으로 전년 792만2650원보다 7.9% 오른 역대 최고치다. 비료를 비롯한 농약비, 종묘비, 노동비 등 모든 직접생산비가 증가하면서 생산비를 끌어올렸다. 생산비가 급격히 오른 반면 농가가 쌀을 재배해 벌어들인 총수입은 전년 1ha당 1294만2430월에서 1171만7360원으로 9.5% 감소했다. 쌀값 하락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은 80kg들이 한가마당 18만1820원으로 전년의 20만8792원보다 12.9% 떨어졌다.
쌀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올바른 식생활 교육, 취약계층에 대한 쌀 지원 확대,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 대표 밥솥 업체 중 하나인 쿠첸(2015년 설립, 중견기업)은 요즘 유튜브에서 웹드라마 ‘먹어BAR’를 방영하고 있다. 청년들의 일상을 다룬 시트콤으로 매회 주인공들이 밥솥으로 밥을 지어 먹는 장면이 꼭 등장한다. 쿠첸 관계자는 “요즘 MZ세대는 밥 대신 빵, 면을 더 많이 먹고 아예 혼수품(婚需品)에서 전기밥솥을 빼는 경우도 많다 보니, 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드라마까지 만든 것”이라고 했다. ‘먹어BAR’ 웹드라마는 5부작으로 제작됐다.
곡물은 기초 식량으로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재화다. 지구촌 차원에서 인구 증가 등의 이유로 곡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곡물자급률(self-sufficiency rate of grain)이 20%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을 봤을 때도 더욱 그렇다. 식량사업은 투자 규모도 크고 위험도 높다. 하지만 중요도가 무척 높기 때문에 과거 자원개발 분야에 국가 차원에서 지원했던 것처럼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의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이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2011년 정부는 2015년까지 식량자급률 57%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2010년 54.1%에서 2015년 50.2%, 2020년 45.8%로 오히려 뒷걸음쳤다. 농식품부가 2022년 12월에 내놓은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서 제시한 2027년 식량자급률 목표는 55.5%이지만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우리나라 식량 안보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해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발표한 2022년 식량안보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2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동물 사료용 제외)은 1970년 86.2%에서 2019년 45.8%로 낮아졌으며,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1970년 80.5%에서 2019년 21.0%로 떨어졌다. 쌀의 자급률은 높지만, 수요가 많은 밀, 콩, 옥수수의 자급률은 낮다. 식량자급율의 경우, 쌀 92.1%, 밀 0.7%, 콩 26.7%, 옥수수 3.5%이며, 곡물자급률은 밀 0.5%, 콩 6.6%, 옥수수 0.7%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곡물 수입이 많은 국가이다. 곡물 수입 10개국 순위(2019년)는 중국, 일본, 멕시코, 이집트, 스페인, 네덜란드, 대한민국, 터키, 이탈리아, 베트남 순이다.
통계청의 ‘2022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비는 1ha당 854만4610원으로 전년 792만2650원보다 7.9% 오른 역대 최고치다. 비료비를 비롯한 농약비, 종묘비, 노동비 등 모든 직접생산비가 증가하면서 생산비를 끌어올렸다. 생산비가 급격히 오른 반면 농가가 쌀을 재배해서 벌어들인 총수입은 전년 1ha당 1294만2430월에서 1171만7360원으로 9.5% 감소했다. 쌀값 하락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은 80kg들이 한가마당 18만1820원으로 전년의 20만8792원보다 12.9%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식량자급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예산 편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곡물자급률 120%를 유지하는 미국 농무부 예산은 국가 전체의 5%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국가 예산 가운데 농업예산은 2010년 5%에서 2015년 3.7%, 2021년 2.9%로 매해 비중이 줄어들었다.
최근 식량안보(食糧安保)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관련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민간기업의 해외 농업개발과 곡물 유통망 확보가 활성화되도록 정책지원 강화를 통해 해외 곡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에그 테크(농업과 기술의 결합으로 정보기술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것), 푸드 테크, 바이오테크 등 첨단기술 산업을 적극 육성해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