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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2012. 16:27 피터 황 (202.♡.85.222)
신의 선물 와인의 초대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벌이는 한판승부는 이제 처절한 몸부림을 넘어서 병적인 ‘몸매강박증’에 가깝다. 전국민의 빨래판복근, 식스팩을 조장하는 프로그램들이 앞을 다투더니 급기야는 비만을 죄악시하는 시선마져 느껴진다.
대다수 뉴질랜드 국민들의 새해소망 또한 다이어트라고 하고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일단 굶고 운동해 보겠다고 했단다. 알맞게 먹고 먹은 만큼 삭신을 움직여 소진하면 그것이 최고의 건강비법이다. 하지만 비만보다 저체중일때 더 많은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고 한다. 날씬한 것이 미의 기준이 된 사회풍토 속에서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얼마전 한 건강프로그램에 소개되어 많은 파장을 일으켰던 인체의 파워 존(Power Zone)은 올바른 운동법에 대한 큰 지침이었다. 등, 배, 허벅지등 몸의 중심을 일컫는 파워 존은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이자 시작점이다. 그 중에서도 파워존의 중심에 위치해서 몸을 받쳐주는 고관절이 무너지면 각종 질병은 물론 보행에 영향을 줘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러니 복근, 허리, 하체근육등 고관절 부근의 근육을 강화하면 강한 힘이 솟아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파워존의 비밀이다.
레드와인에서 고관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닌(Tannin)이다. 레드와인의 산화를 막아주고 오랜 숙성을 가능하게 한다. 화이트와인에서는 산(Acidity)의 역할이다. 레드와인의 맛을 결정지어주는 타닌은 제조와 보관 중에도 구조변화가 일어나며 레드와인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자연합성물이다. 타닌에는 냄새나 풍미가 없지만 레드와인의 골격을 형성하는 기본 성분으로 와인의 구조, 밸런스에 큰 영향을 미치며, 천연방부제 구실을 하기 때문에 레드와인은 화이트와인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숙성잠재력(Cellar Potential)을 가지게 된다.
사실 타닌은 단일 성분의 분자가 아니고 식물의 종류와 존재조건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분자들로 알려져 있다. 레드와인에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화합물이 있는데, 이것이 폴리페놀(Polyphenol)이다.
이것은 다시 플라보노이드계와 비플라보노이드계로 나뉘고, 타닌과 안토시아닌이 플라보노이드계의 화합물이다.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껍질에 주로 존재하며 포도의 색변화를 일으키는데 이것은 새들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비플라보노이드계에는 바닐린과 프렌치파라독스의 명성을 만든 레스베라톨이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레드와인에서 떫은 맛이 타닌이다.
타닌은 오래전 가죽가공기술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가죽을 말랑말랑하게 처리하기 위한 식물성분을 말했다. 타닌은 단백질과 결합하여 가죽을 튼튼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면 왜 붉은 고기음식에 레드와인을 곁들이면 입안을 깔끔하게 하며 육질을 부드럽고 감칠 맛 나게 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타닌이 음식 속의 단백질과 결합하면서 떫은 맛을 많이 줄이기 때문인데 이러한 성질은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원리가 된다.
그러면 왜 이토록 몸에 이로운 성분이 하필이면 쓴 것일까. 이것에는 식물자신이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자연의 섭리가 감춰져 있는데 주로 떫고 기분 나쁜 맛을 내서 초식동물의 공격을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덜 익은 포도는 아주 떫고 시어서 새들이 먹을 수 없다. 열매의 살은 씨를 전파시키기 위한 미끼 같은 것으로 씨가 숙성하면 포도 색깔이 변하고 신맛이 줄어들며 당도가 증가하고 타닌이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색의 변화로 새들을 유혹해서 새들이 먹게되면 씨는 소화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설되어 새들이 포도씨의 운반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묘하고 신비한 신의 섭리를 두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자연을 해치며 인간은 병(病)을 얻었다. 그러므로 그 병을 치료하는 약(藥)은 자연(自然)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