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호객을 위해서 Loss Leader로 노마진 세일을 하는 기간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와인시장엔 그로세리(Grocery)와인이라 불리는 슈퍼마켓와인이 있다. 그로세리와인은 와인을 대중화시킨 주역이자 상업적으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와인어리들이 만드는 와인을 말한다. Church Road, Matua, Mission, Montana(Brancott), Oyster Bay, Stonleigh, Vidal, Villa Maria, Wither Hills 등 슈퍼마켓에서 스페셜을 주도하는 와인들의 대부분이다.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모두 좋은 품질의 와인들이다. 또한 전 세계에 뉴질랜드와인을 알리고 있는 선구자이기도 하다. 다만 다르다는 것이다. 열거한 와인어리들이 만들어내는 한정판(Cellar Selection, Single Vineyard Series)은 와인대회에서 무수한 상을 횝쓸기도 한다. 최고의 와인 메이커들이 모여있고 진보된 와인과학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와인어리들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뉴질랜드와인의 진화를 이끌어간다.
뉴질랜드에는 대략 550여개의 와인어리가 있고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작은 부띠끄 와인어리들이 있다. 생산량이 적어서 수퍼마켓에서 찾아볼 수 없고 와인전문숍(Wine Cellar)에서 와인매니아들에게 판매되는 와인들이다. 이 와인들 또한 와인대회에서 수상을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다. 같은 와인어리라 하더라도 그 해의 테루아에 따라 와인장인에 의해 탄생되는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우리는 정말 행복하다. 그래서 와인전문숍에는 주인이 고정손님에게만 주기위해 감춰놓은 한정판 명품와인이 존재한다.
이번엔 골프이야기를 해보자. 우리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라운드를 돌면서 치는 100번의 샷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캘러웨이의 창업자 앨리 캘러웨이가 가지고 있었던 캘리포니아의 캘러웨이 와인어리 뿐만 아니고 와인에 탐닉해서 와인사업에 빠져든 전설의 골퍼들은 많다. 집에 1000병을 보관할 수 있는 와인 셀러가 있고 그의 이름을 딴 와인이 인기만점인 아널드 파머, 닉네임처럼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는 백상어 그레그 노먼, 자신의 고향인 남아프리카에 와이너리를 세우고 자신의 인생스타일을 닮은 와인을 생산한다는 어니 엘스, 캘리포니아에서 그녀의 이름을 딴 와인을 생산하고있는 안니카 소렌스탐 그리고 닉 팔도가 그들이다.
왜일까. 와인과 골프, 이 둘은 땅을 통해서 결실을 가꾸고 만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공통분모는 한 샷 한 샷 끈질긴 인내심과 오랜 담금질을 요구하는 명품 샷처럼 와인 또한 대량생산을 위해 기계화되어 획일적이고 지루한 것이 아니고 포도알갱이 하나하나가 장인의 혼을 거쳐야 명품으로 탄생된다. 그렇기에 좋은와인이란 비료 듬뿍 준 옥토에서 듬실하게 포동포동한 포도로 만들어내는 풍선같은 풍만함이라기보다는 돌덩이로 가득한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계절마다 생존의 위기를 겪어내며 얻어지는 삶에 대한 간절하고 끈질긴 정열덩어리로 빚어지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클릭 한번으로 와인을 주문하고 배달받을 수 있는 편리한 시절이 되었지만 힘들여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결과나 소중한 추억 같은 것들을 잃고 사는 게 아닌 가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책처럼 들른 와인 셀라에서 나를 기다려 왔을 와인을 마주하고 식탁에 오른 와인이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얻어진 것에 비할 수가 있을까.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천재적인 편집자였던 클리프턴 패디먼(Clifton Fadiman)은 다음과 같이 와인을 정의한다. “If food is the body of good living, wine is its soul”. 인생이 그렇듯이 세상에 나온 와인은 어느 것이나 두 번 다시 똑같이 만들 수 없는 것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전설이 될 운명을 타고 난 와인은 오랜 시간 자숙(自肅)을 통한 내적변화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태어난 감동적인 와인 한 병이 어떤 이들이겐 단지 음식의 파트너이거나 식음료로서의 존재 의미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