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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아빠와 수미가 TV채널을 가지고 서로 실랑이를 하고 있습니다. 딸은 늘 재미있게 봐왔던 만화를 보고 싶어하고, 아빠는 꼭 보고 싶은 스포츠 중계방송이 있는 날이라서 일찍 퇴근하여 그것을 보고자 합니다. 아빠는 처음에 조용히 딸에게 부탁하는데 그래도 딸이 자기주장을 고수하자 아빠도 힘으로 주장을 관철하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래도 딸은 자기주장을 꺾지 않고 아빠한테 불평을 하고 짜증을 부립니다. 급기야 아빠는 딸이 얄밉기도 하고 무례하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서 그만 TV를 꺼버립니다.
그 상황에 직접 개입되어 있지 않았던 엄마는 딸과 TV채널을 가지고 다투는 남편이 한심스럽게 보입니다. 그리고 어른으로서 관대하고 의젓하고 무게 있게 아이들을 대하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납니다.
수미엄마는 수미에게 헌신적일 정도로 관심을 많이 쏟는 편입니다. 엄마의 노력만큼 딸도 엄마의 기대에 따라와 주기를 바라고 엄마의 말에 순종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딸이 이제 컸다고 엄마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불평을 하고 가끔은 항변도 합니다. 엄마가 화가 나서 딸에게 큰소리를 해도 딸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엄마는 화도 나고 속상하고 딸이 얄밉기까지 합니다. 힘들게 애정을 쏟아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실망감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딸에게 배신감을 토로하고 애정을 철회합니다. 그리고 나서 엄마는 골이 나고 토라집니다. 이제 딸이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엄마 팔을 잡고 애교를 부려도 엄마는 토라진 마음을 쉽게 풀지 않습니다. 한편,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수미 아빠는 어른스럽고 담대하게 딸을 리드하지 못하는 아내를 보자 답답한 마음이 들고, 딸에게 어른인 엄마로서 좀 더 담대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딸을 리드하기를 기대합니다.
부모는 어른이면서 또한 감정과 욕구를 가진 한 인간입니다. 어른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적절히 상황에 맞게 조절하여 표현하고 성취합니다. 그 반면 어린이는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거의 반사적으로 충족 시키고자 하고, 표출하려고 합니다. 부모가 항상 어른으로서만 행동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른인 부모도 삶에서 겪는 갈등과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여유 있는 어른의 마음에서 어린이의 마음으로 내려오게 되고 마치 어린이처럼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자녀에게 고집하게 되고 관철시키려 합니다. 이 때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어른 대 어린이”가 아닌 “어린이 대 어린이”의 원초적인 갈등관계가 되지요. 부모가 어른의 마음일 때 비로소 자녀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자녀와 갈등하는 순간 부모는 “내가 지금 어른의 마음인지 어린이의 마음인지” 살펴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