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딸아이와 약국에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약국에 가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약국에 가면 자신이 좋아하는 비타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기대에 부푼 아이를 곁에 두고도 나는 ‘첨가물’이라는 이유로 선뜻 고르지 못할 때가 잦습니다. 그날도 아이는 비타민 하나를 짚었습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
“그건 안 돼. 그거 말고 이거 사”
딸이 고른 비타민을 치워버리고 내가 고른 비타민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자기가 고른 비타민은 왜 안 되느냐는 표정이었지요. ‘아차! 아이의 의견을 무시했구나!’ 나는 이따금 이런 경우를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합니다.
특히 쇼핑을 갔을때나, 부모가 자녀의 물건을 고를 때 그렇습니다. 물론 아이의 선택과 판단이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부모가 나서서 ‘안 돼’ ‘이건 하지 마’ ‘이것이 옳으니까 이것으로 해’라고 명령한다면 아이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부모의 강제적인 양육태도는 아이가 본인의 생각과 선택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게 합니다. 만일 의견을 무시당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아이는 점차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을 잃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시기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생각과 행동이 위축된다는 것은 성장과 발달을 가로막는 크나큰 장해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호기심과 궁금증에 가득 찬 질문들을 쏟아내는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질문법을 통해서 아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건 첨가물이 많이 들어갔네.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우리 몸에 좋을까? 나쁠까? 둘 중에 어떤 비타민을 먹는 것이 좋을까?’ 이런 질문법으로 나는 일상생활에서 큰 변화를 여러 번 느꼈습니다.
얼마 전 동생이 들려준 얘기 입니다. 자신의 딸아이가 사촌 오빠의 장난감을 갖겠다고 떼를 쓴 적이 있었답니다. 그 때 동생이 이렇게 물었답니다.
“네 곰돌이 인형을 오빠가 갖고 싶다고 가져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가 곰곰이 생각해봐.”
질문을 하고 나서 2~3분이 채 되기도 전에 아이는 공손하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엄마! 이거 오빠 줄 거예요.”
만일 이때 “안 돼, 오빠 것이잖아. 지금 당장 돌려줘”라고 말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부모의 질문 한마디가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 생각이 쑥쑥 자라나는 아이를 만듭니다. 질문을 하느냐, 명령을 내리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