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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만 골라 정성껏 만든 밥을 삼시 세끼 대령하고, 매일 같이 재미난 곳에 가서 신나게 놀아주니 신선 놀음이 따로 없을 것 같은데 왜 짜증이 나는 건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주변에선 다들 우리 아들이 참 순하다고 한다. 사실 내가 봐도 우리 아들이 좀 순한 편이긴 한 것 같다. 떼도 많이 안 쓰는 편이고 말도 잘 듣는데다 다른 아이들을 특별히 괴롭히지도 않는다.
쇼핑몰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가지고 놀다 제자리에 놓고 오라면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얌전히 놓고 손까지 흔들고는 돌아서서 오는 기특한 아들이다.
그런데…
그런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변했다.
마트에서 물건을 꺼내 보는걸 ‘이제 제자리에 놓고 가자’라고 했더니 보란 듯이 바닥에 집어 던지질 않나. ‘우리 이거 안 살거에요’ 했더니 바닥에 죄다 늘어 놓고 도망을 가질 않나. 실컷 논 것 같아서 이제 집에 돌아가자며 카시트에 앉히려니 울고불고 온 힘을 다해 저항하질 않나. 하루에 한번만 먹기로 엄마랑 약속한 얼음을 또 먹겠다며 다짜고짜 냉장고 앞에 붙어서 대성 통곡을 하질 않나.
육아 지침서들에서 한결 같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에게 소리지르지 말고 혼을 낼 때는 짧고 강하게 ‘안돼!’라고 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에너자이저의 체력과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갖추어진 영겁의 상태에서라면 가능한 이야기일 것 같다. 19개월 동안 육아로 지쳐 바닥난 체력과 상승할 때로 상승해버린 울분 게이지 상태에서는 절대로 실천 불가능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저 현실에 충실한 이 엄마는 화가 날 땐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질러서 혼내고 나면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는 사과도 잊지 않는다. 병 주고 약 주기 같지만 아들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엄마는 부처가 아니라는 사실을. 힘들 땐 힘들다고 아들 앞에서 목 놓아 울기도 한다. 엄마도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아들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그렇듯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고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눠서일까 우리 아들은 비교적 어른스럽고 말이 잘 통하는 편이다.
그랬던 아들이 갑자기 생때쟁이 무법자가 되 버렸으니 왜일까.. 음.. 그러고 보니 아들도 자라고 있으니 그만큼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더 늘고 체력도 더 늘어나지 않았겠는가. 이전까지는 한 시간 정도 놀고 나면 체력이 방전되서 순순히 차에 올랐는데 이제는 더 소비해야 할 체력이 남아서 집에 가기를 거부하는 게 아닐까. 요 며칠 스케줄이 흐트러지면서 잠을 제때 못 자서 피곤해서 물건을 흐트러뜨리며 짜증을 부린 게 아닐까.
외부 활동 시간을 더 늘려주고 낮잠을 충분히 잘 수 있게 신경 썼더니 3일 만에 폭군의 모습에서 순한 양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닌가.
예전에 네이버 지식인 질문에 어느 아빠가 올려 놓은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우리 아들이 자꾸 ‘시바, 시바’ 하면서 욕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애 엄마가 막 때리고 호되게 야단을 치는데도 안 고쳐지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기에 혼줄을 내서 빨리 잡아야 한다는 둥, 부모가 애 앞에서 잘못 행동했다는 둥 수 많은 답글들 속에서 한 엄마가 올린 답글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혹시 아이가 ‘신발’을 말하려는 건 아닐까요..?’
받아들이는 엄마의 자세에 따라 아이는 욕을 내뱉는 나쁜 어린이가 되어 혼이 날 수도 있고, ‘신발’을 말하려는 말이 빠른 아이가 되어 칭찬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네가 표현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에너자이저 부처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께. 난.. 네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