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맞댄 채 자고 있는데 아빠는 애가 뒤척여도 꿈쩍을 안한다. 뒤척이다 깨서 울어대도 어지간히 울지 않고는 쿨쿨 잘만 잔다. 정말 안 들리는 건지 듣고도 안 일어나고 버티는 건지..
엄마는 애가 조금만 뒤척여도 잠이 깬다. 아니, 뒤척이지 않아도 종종 깨서 이불은 잘 덮고 있는지, 코가 이불에 파묻혀 숨을 못 쉬고 있는 건 아닌지 굳이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 잠 한번 푹 자보는게 소원이다. 이놈의 쪽잠 신세는 언제쯤 면할 수 있을지..
아빠는 본인 몸이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혼자 방에서 이불 쓰고 드러누워 컨디션 회복의 시간을 가진다. 밖에서 우리가 무슨 난리를 치건 절대 굴하지 않고 푹 쉬어준다.
엄마는.. 몸살이 난 것 같아 죽겠는데도 애가 엄마를 찾으니까 억지로라도 일어나서 옆에 앉아있어 줘야 하고, 식구들 굶길 수는 없으니까 밥이라도 해야 한다. 한국처럼 전화 한 통이면 만만한 짜장면이나 통닭이 배달 와주면 얼마나 좋을꼬. 어쩌다 정말로 일어날 기력이 없어 아빠한테 애 좀 맡기고 한숨 자보려 해도 밖에서 애 소리가 날 때마다 뒤척이느라 누워있어도 누워있는게 아니다. 엄마는 아플 여유가 없다. 아니, 아프면 큰일 난다.
아빠는 애랑 좀 놀아주라 그러면 한 3분 열심히 놀아준다. 그러다 어느새 각자 아이폰을 들고는 영상 삼매경에 빠져있다. 아빠한테는 애들이 TV를 많이 보면 좋지 않다는 건 머리 속에 넣고 싶지 않은 정보인 것 같다. 아니, 한번쯤은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한번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는 건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지..
엄마는 애랑 뭘 하고 놀아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가능하면 긍정적 학습효과를 내기 위해 용쓴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육아 지식은 가히 박사 수준에 달해 한 가지 놀이에서도 지능과 감성의 발달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 마디로 쌔가 빼지게 놀아준다.
아빠는 본인이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애가 옆에서 뭔 난리를 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안 들릴 정도로 초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걸까, 아니면 못 들은 척 하는 걸까. 정말이지 궁금하다.
엄마는 뭘 하고 있든 얼마만큼 떨어져 있든 항상 신경이 애한테 집중되어 있다. 그 옛날 초능력자 소머즈가 울고 갈 정도의 청력을 발휘해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도 떨어져 있는 내 아이의 울음 소리를 캐치해 달려간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중에도 신경은 온통 애한테 집중이 되어 있어 애가 하는 말에 족족 응대를 해줘야 직성이 풀린다. 그 덕에 작정하고 맘껏 수다 한번 떨려 해도 도무지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아빠는 밥을 먹을 때면 본인 밥 먹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자기도 좀 무라.’라며 날 챙기기도 하지만 말이 무색하다. 먹을 기회가 되야 먹지.. 아들한테 어떻게든 골고루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집중하다 보면 내 입에 밥 넣을 기회가 잘 없다. 아니, 밥 떠 넣을 기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덩달아 맛있는 반찬도 이미 사라졌다. 흑.. 얼르고 달래며 먹인 한 두 숟가락 차이에 애가 살이 붙고 빠지는게 확연히 보이니 억지로라도 열심히 먹이는 것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런데 아빠한테 좀 먹이라 그러면 대충 주다 안 먹으면 그걸로 끝이다. 배고프면 먹겠지? 아니, 배고프면 엉뚱한 간식으로 배 채우는 나이인 것을…
아들아, 아빠는 우리 가족을 위해 밖에 나가서 돈 벌어 오시느라 피곤하고 지쳐서 너한테 집중할 여력이 남지 않으신 거겠지? 아빠한테 섭섭해하지 말고 우리가 맞춰드리자꾸나. 아들의 재롱에, 엄마의 격려에 재충전이 되서 내일 하루도 힘차게 일하실 수 있도록. 모두 함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