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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았다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며칠 전부터 상태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급기야 아침에 일어나는데 눈이 돌아가고 방이 빙글빙글 도는 게 막 토할 것 같더니 몸이 점점 마비가 되는 게 아닌가. 신랑 손에 이끌려 응급실에 도착하니 바로 휠체어에 태워 침대로 데려다 준다. 남은 죽겠다고 비닐 봉지 들고 웩웩거리는 데 간호사는 지금 질식하려고 작정했냐며 매섭게 쏘아 붙이고는 통을 던져 준다.
시작부터 기분 나쁘더니 어지러워 죽겠다는 사람한테 일루 누워봐라 절루 누워봐라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시키는 게 많다. 피검사도 정상이고 혈압도 정상이고 소변 검사도 정상이고 뭐 다 정상인데 원인을 잘 모르겠단다.
주변에서 애 놓고 평형 기관에 이상이 와서 어지럽고 막 그랬다던데.. 라고 얘기했더니 그때부터 내 병명이 평형기관 이상이란다. 못 믿을 놈의 병원 같으니라고.. 별 달리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경과를 봐야 하니까 일단 내일 아침까지 있어 보잔다.
옆에는 마오리들 온 가족이 다 와서 가족 모임이라도 하는지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아들 넘은 죽겠다는 엄마는 아랑곳 않고 병원 구경 다닌다고 여기저기 다 쑤시고 다니고, 신랑은 안절부절 스케쥴 캔슬하느라 정신 없고, 뭐 좀 괜찮을 만 하면 의사가 돌아가며 와서는 머리를 이리로 꺾었다 저리로 꺾었다 하며 답도 안 나오는 검사만 해대고. 잠 좀 들만하면 자꾸 와서 혈압 재고 체온 재고하는 데, 아니 왜 수치가 어떤지는 안 가르쳐주나. 숫자를 제대로 보기는 하는 건가.
이건 뭐 이대로는 없던 병도 더 생길 것 같아서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몇 번 말리더니 정 나가려면 나가서 죽어도 병원에 책임 없다는 종이에 사인 하고 가란다. 끝까지 재수없다. 그나마 이젠 병원비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참아야겠다.
집에 와서 쥐 죽은 듯이 며칠 퍼져 자고 나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아들은 지라도 살아야겠다 싶었는지 끊임없이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와서 까달라고 내민다. 굶기면 다 잘 먹는다는 어른들 말씀이 하나 틀린 게 없나 보다. 제대로 끼니를 못 챙겨줬더니 빵 봉지라도 먹어 치울 기세다. 내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지 혼자 어쩔까 싶은 생각에 엄마 상태 심각해지면 아빠한테 바로 전화하라고 가르쳐 놨더니 엄마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전화 거는 데만 재미가 붙어서 계속 전화질이다.
그런데.. 그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많이 아프니까 아들이 먼저 생각난다. 내가 이걸 두고 덜컥 죽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더 무서우면서도 아들 때문에라도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밀려온다.
이래서 엄마들이 강해지는 건가 보다. 아줌마들이 맨날 뭐 이것저것 챙겨먹고 몸에 좋다는 거 쫓아다니고 하는걸 보면서 참도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다 내가 쓰러지면 내 자식이 밥도 못 얻어 먹을 까봐 걱정 돼서 이것저것 챙겨서 먹고라도 힘을 내려고 그런 거였던 것을…
죽을 만큼 아픈데 자꾸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 아들이 원망스럽고 내 처지가 서러우면서도 그런 아들 때문에 더 얼른 나아서 쌩쌩하게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라는 자리. 아무리 생각해도 참 쉬운 자리가 아닌 것 같다. 맘대로 아플 수도 없다. 평생을 알아가도 다 모를 것 같다. 지금 우리 엄마가 나를 걱정하는 건.. 내가 그 나이가 되고 내 아들이 내 나이가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들!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네 옆에서 네가 크는걸 지켜 봐줄게. 아들도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커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