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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들이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세 돌 생일부터 보내려면 지금 예약해도 안 늦겠나 싶었는데 마침 홀리데이라 빠진 아이들 덕에 빈 자리가 있어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길래 당장 보내겠다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옆에 끼고 긴긴 세월 3년을 보냈더니 어느새 우리 아들도 유치원에 갈 시기가 온 것이다. 애들 유치원에 보내고 자유 부인이 된 엄마들을 보면서 과연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는데… 이거 막상 닥치니까 실감도 잘 안 나고 내가 가는 것도 아닌데 막 긴장도 되고…
뭘 입혀서 보내야 하나… 물 싸서 보내라는데 우리 아들은 물 잘 안 먹고 우유 좋아하는데 어쩌나… 점심을 준다는데 밥은 제대로 얻어 먹을라나… 적응 못해서 많이 울면 불려 간다는데 이러다 유치원 같이 다니는 거 아닌가…
별별 걱정만 늘어간다.
적응 기간이라고 한 시간씩 엄마랑 와서 있어 보라는데 역시나 엄마가 옆에서 보고 있으니 잘 논다. 지 혼자 잘 놀다가 노란 머리 애들이 옆에 와서 뭐라 뭐라 하면 못 들은 척 은근슬쩍 옆으로 빠져나가서 또 다른 걸 하고 논다. 나름 잘 노는 것 같으면서도 노란 머리 애들이랑 못 어울리고 혼자 섬처럼 따로 노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짠하다. 서로 못 알아 들으니 얼마나 답답할고…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녔으면 얼마나 잘 놀았을고… 괜히 이런데서 나고 자라서 안 해도 될 고생을 시키나…
그래도 할거면 얼른 해야겠다 싶어서 적응 훈련도 딱 두 번만 하고 바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3년을 끼고 있던 3대 독자 외동 아들 처음으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뜻 깊은 날이다 보니 아침부터 아빠까지 동원해서 나름 꽃 단장하고 온 가족이 함께 나섰다. 노란 머리 애들 틈에서 기죽지 말고 잘 하라는 응원 차 아빠까지 대동했다고 하지만 사실 내가 더 긴장 되고 설레서 부담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오기 전에 계속 얘기해두기는 했지만 그래도 막상 엄마 아빠가 지 혼자 놔두고 간다니까 역시나 지도 긴장되나 보다. 울먹울먹하면서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서는거 ‘아들, 오늘 안 울고 잘 있으면 엄마가 이따 올 때 초콜릿 사오께~’라고 했더니 ‘응? 초코렛?’ 하면서 바로 돌아선다. 자식.. 엄마보다 초콜릿이 더 좋은겨…
설레벌레 초콜릿으로 꼬셔서 떨궈 놓고 오긴 했는데… 집에 와도 편치가 않다.
이제나 저제나 혹시라도 데리고 가라고 전화가 오지는 않을지 불안불안 한 것이 혼자 조용히 있는 집도 뭔가 낯설고… 너무 긴장을 했는지 먹은 게 체해서 속도 안 좋고.. 시간도 참 안 가는 것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신랑도 궁금한지 계속 문자로 상황을 체크하고..
그래도 어째저째 시간은 계속 가는데 유치원에서는 전화가 안 온다. 오… 잘 넘어가는 건가…
드디어 나도 픽업이라는 걸 간다. 기분이 묘한 것이 참. 이제 나도 학부형인가..
호곡. 들어가면서 창문으로 힐끔 보니 우리 아들내미 바닥에 앉아서 열심히 구슬꿰기를 하고 있다. 짜식 그래도 뭘 하긴 하는군. 나름 모자 눈물의 상봉을 기대하며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쩝. ‘엄마?’ 하고 반갑게 일어나더니 쭈뼛쭈뼛.. 뭐 이럴 땐 ‘엄마~~’ 하면서 달려와서 와락 안기고 그래야 그림 좀 나오는 거 아닌가… 아들 넘은 벌써부터 재미없군.
울어서 눈은 팅팅 불어 있고 머리는 삼발에 얼굴은 꾀죄죄한 것이 입에는 뭘 먹었는지 뭔 부스러기도 묻어있고.. 참. 상 그지가 따로 없다. 그 몰골을 해서는 ‘엄마 보고 싶어서 쬐끔 울었다.’라니 참 눈물 난다.
아들! 사회 생활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힘든 거야. 부딪히고 깨지면서 단단해지는 그 날까지 엄마 아빠가 버팀목이 되어줄게.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