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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큰일이다.
내일은 아들이 부활절 연휴 전에 마지막으로 유치원에 가는 날이라 선생님들께 드릴 브라우니를 굽고 있는데 30분이면 맛있게 굽히던 게 왜 1시간이 다 되 가도록 완성이 안 된다. 위는 타 들어가고 있는데 속은 아직도 초코렛이 묻어 나오고… 시간은 12시가 다 되가는데.. 아… 내 마음도 타 들어간다.
어디서 또 본건 많아 가지고 내 아들이 유치원 다니고 학교 다니면 선생님들한테 쿠키도 선물하고 그러는 정성스러운 엄마가 나도 한번 되어 보겠다고 누차 꿈꿔왔었던 것을…
그런데 이게 참. 막상 닥치고 보니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처음엔 물론 의욕에 넘쳐서 아들한테 밀가루 채도 좀 쳐보라 그러고 초코렛 녹인걸 저어 보라고도 그러고 나름 신나게 시작했다. 그런데 뭔 중탕이네 채질이네 이것 저것 하다 보니 설거지가 쌓여가고, 식탁이랑 바닥은 아들이 흘려놓은 밀가루 천지가 되어 있고, 급한 번역일로 전 날 밤 좀 샜더니 비몽사몽 제정신 아니어서 오븐 버튼을 베이크에 놓지 않고 그릴로 해놔서 시간만 가고 익지를 않고. 잠은 와 죽겠는데 아들은 잘 생각도 안하고 재워줘야 자겠다 버티고 있고. 아 놔.. 언제 구워서 언제 포장하고 또 언제자. 그냥 반 선생님들만 챙길걸 그랬나. 왜 또 목표는 높게 잡아가지고 센터 선생님들 전체한테 다 드리겠다고 설쳐서 이 난리를 피우고 있나…
분명 처음 의도는 아들 선생님들을 잘 챙겨야 아들이 눈길 한 번 이라도 더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들을 위해서 브라우니를 굽는 거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지르는 아들을 향해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는 지금 이거 빨리 구워야 하는데 잠 안자고 왠 방해질인가 싶어 짜증이 쏟아지는 지경에 이르러, 도대체 내가 왜 브라우니를 굽고 있는지 목적이 모호해지는 지경까지 도달한다.
요즘은 직장 일도 하면서 애도 잘 키우고 집안 일도 잘하는 엄마들을 가리켜 ‘슈퍼맘’이라고 한단다.
나도 보기에는 그럴싸한 아이를 키우며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번역사이다.
그런데 아들이 깨어있는 시간에는 집중이 잘 안 되서 번역이 잘 안되니 아들이 잠들고 난 밤 시간에 일을 주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잠자는 시간이 줄게 되고,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나니 기력이 없어 아침을 대충 챙겨 주게 되고, 맑지 않은 정신으로 놀아주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 좋게 넘어갈 것도 눈 부라리고 소리 지르게 되고, 그나마도 일이 많은 날은 마감시간 맞추려면 낮에도 컴퓨터를 붙들고 앉아있어야 하니 심심해진 아들은 옆에서 아이패드 삼매경에 빠져 있을 수 밖에 없고. 마감 넘기고 짬 좀 생기면 뭐라도 하고 놀아줘야겠단 죄책감에 아들 옆에 붙어 앉아 놀아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니 설거지나 빨래는 또 뒷전으로 밀리고. 청소라는 건 언제 해본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내가 무슨 못다한 자아 실현 위해 내 일을 하겠다는 신여성도 아니고 그저 조금이라도 벌어서 내 아들한테 더 해주고 싶어서 일을 하는 현실적인 엄마인데 정말이지 현실을 보면 이럴 거면 왜 일을 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도대체 슈퍼맘들은 비결이 뭘까. 보고 들은 건 많아서 이상은 저 꼭대기에 가 있는 이 어정쩡 맘은 우울하다.
어릴 적, 일하는 엄마 덕에 매일 엄마 없이 놀면서 난 나중에 애 키우면 일 안하고 집에 있어야지 라고 늘 생각했었는데.. 이건 뭐 몸만 집에 있지 제대로 해주는 것도 없고.
아들. 엄마가 슈퍼맘이 못 되어서 미안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요령껏 잘 해보도록 노력할게. 엄마보다 더 어른스럽게 잘 지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