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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자녀의 저항과 그 저항에 당혹스러워하는 부모의 근심은 시대를 초월하여 자녀의 성숙을 위해 부모와 자녀가 슬기롭게 넘어야 할 큰 강입니다. 다만 요즈음은 자녀의 성숙이 빨라 전형적인 사춘기 저항의 연령이 고등학생시절에서 중학생시절로 내려왔을 뿐입니다.
사춘기 자녀의 저항과 요구는 너무 격정적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행동으로 분출되기도 하기 때문에 부모가 감당하기 어려워 할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면서 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관계가 파국으로 가면서 자녀가 비행으로 빠지고 자포자기의 삶을 살게되는 중대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자녀의 저항과 요구가 너무 거칠고 심지어 무례한 행동으로까지 표출되기 때문에 부모는 쉽게 용납하지 못하고 강한 분노감과 배신감을 느낌니다. 분노와 배신감을 추스르고 타이르다가 그래도 안되면 보복적으로 공격합니다. 그렇게 해봐도 안되면 나중에 가서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됩니다. 보통 자녀가 어릴 때 부모의 의지대로만 일방적으로 이끌어가거나 자녀가 있는 듯 없는 듯 부모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경우에 자녀가 자아의식에 눈뜨는 사춘기가 되면 자녀의 거센 저항과 쉽게 들어 주기 어려운 요구에 부딪치게 됩니다. 사춘기 자녀의 저항을 겉으로 표출되는 행동으로만 보면 그동안 헌신적으로 키워온 부모의 심정으로는 쉽게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자녀의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부모에 대해 공격적으로 표출되는 사춘기 자녀의 저항은 자기도 독립적인 한 인격체라는 자기 확인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자기 삶을 자기가 주인이 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독립선언입니다. 어려서 부모가 만들어준 헌집을 부수고 자기가 살아야 할 자기에게 맞는 새집을 자기 스스로 짓기 위한 건강한 몸짓입니다.
무례하게 표출되는 자녀의 언행에 대해 부드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지만 먼저 거칠고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자녀의 언행과 요구 속에 잠재되어 있는 소중한 ‘자기’의 싹을 살려주고 키워 주어야 합니다. 무리하고 무례한 자녀의 언행과 요구에 대한 정서적 반감으로 부모가 힘으로만 누르려할 때 자녀는 건강한 ‘자기’를 만들어 가기 보다 삐뚫어진 자기를 만들어가고 세상에 대한 시각도 삐뚫어지게 됩니다. 또 한편 자녀의 몸부림에 크게 실망하여 깊은 탄식과 낙담으로 부모가 무너지면 자녀는 ‘자기’를 찾기 위한 씨름을 통해 건강한 ‘자기’를 가꾸기 보다 ‘죄책감’의 옷으로 자기를 덧씌우고 ‘자기’를 찾기 위한 시도를 멈추고 삶의 자기중심을 잃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모가 유연하고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자녀의 몸부림을 버텨 줄 때, 자녀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용기있게 도전하고 모험하면서 건강한 ‘자기’를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