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속에 길이 있다? 어느 책속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없으므로 많은 선생님과 부모는 책을 통하여 간접체험을 할 수 있는,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 합니다. 주말 서점을 방문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고르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 도서 코너도 붐빕니다. 서점의 한편에서 어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도 있고, 재미있는 책을 골라 혼자서 읽는 아이도 많습니다. 서점에 가면 아이들은 책 읽는 재미에 빠집니다. 재미있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부모들은 흐믓한 마음에 책을 몇권 사게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 또는 학교를 통해 책을 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집에서는 다른 일이 생깁니다. 책을 많이 준비했는데 아이가 책을 읽지 않습니다. 아니 우리 부모세대는 없어서 못 읽었는데, 이렇게 많은 책을 주었는데 왜 읽지 않지! 부모세대가 어렸을 때는 책이 없어 친구들에게서 빌려 읽었다던지,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어 책이 너덜해졌다는 등 여러 이야기로 아이들을 달래 보기도 하지만 생각 만큼 집에 있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책장에는 먼지가 쌓이고, 손님이 온다치면 그 날 먼지를 제거하고 책장에 장식된 책을 장식품으로 자랑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책이 장식이나 되니 다행이지만, 방문한 손님은 남의 속도 모르고, “집에 책이 많으니 아이들이 좋겠다”라고 한마디 합니다. 왜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을까요? 반면에 조용히 살펴보면 어른들이 하라고 하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것이 있습니다. 게임입니다. 공부도 잊고, 학원가는 시간도 잊고, 밥먹는 시간도 잊어가며 게임을 합니다. 멀리 자동차 여행을 다녀온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긴 시간동안 차 안에서 심심하지 않았니? 아니요, 닌텐도 게임 하다보면 도착해 있어요. 아이들은 게임기나 TV를 보면 심심하지가 않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심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심하지 않기 때문에 독서하지 않는 것이라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심심해지면 책을 읽게 되나요?”라고 반문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심심해야 책을 읽습니다. 집에서 꼼꼼이 보지 않는 신문도 출장가는 기차안에서는 꼼꼼이 읽게 되는데, 할일이 이것 외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쁩니다. 집에서 얼굴보기 힘들 정도로... 학교 가랴, 학원 가랴, 집에 오면 TV 보랴, 게임하랴, 친구에게 모바일 문자메시지 보내느라 시간이 없습니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읽기도 싫은 책을 읽을 짬이 나지 않습니다. 좋은 핑계거리입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모든 아이가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버립니다.
결국은 책을 읽으라고 윽박 지르기도 하지만, 바쁘게 보낸 시간 중 비는 시간은 놀고 싶어 합니다. 놀다가, 집 안에서 뒹굴다가, 책을 읽게 됩니다. 뒹구는 것이 심심해서… 부모를 따라 서점에 간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은 책이 재미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밖에 할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습관입니다. 한번 책을 좋아하게 되면 영원히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 있는 시간, 심심한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시간을 내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아이들에게 심심해서 책을 읽을 시간을 주는 것은 부모들의 몫입니다. 거실에서 TV를 치우고, 게임 시간을 제한하고, 학원은 꼭 필요한 것만 보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