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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들로부터 난데없는 소리를 듣고 크게 상심하고 걱정되어 찾아온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중학교 때까지 엄마 말을 고분고분 잘 듣던 애가 고등학생이 되더니 세상에서 엄마처럼 답답하고 짜증나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거칠게 화를 토해 내고 말도 못 붙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자녀를 키우기 위해 헌신적으로 애정을 쏟고 노력을 기울여 온 엄마로서는 충격적이고 섭섭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들었고, 심지어 미운 마음이 들어 어떻게 되든 그냥 내버려두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아들을 어떻게 이해해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렇게 엄마에게 무례하고 과민하게 나오는 행동에 대해 섭섭하기만 하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아들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어도 아들 눈치를 보게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은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흔히 겪게되는 심정이지요. 엄마를 부정하며 거칠게 토해내는 자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듣게 되면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키워온 엄마로서는 충격이고 배신감이 들것입니다. 그렇지만 자녀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춘기 자녀의 발달상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춘기 시기는 신체 생리적으로 가장 왕성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아직 성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신체 생리적 에너지가 가장 억압받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자기에 대해 알아가고 자아정체감을 새롭게 형성하는 시기로 타인의 자기평가에 대해서도 아주 예민합니다. 누구로부터 간섭받는 것도 싫어하고 독자적인 자기 의지대로 행동해 보고 싶은 욕구가 아주 강한 시기이지요. 이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의지가 아직 부모나 기성세대에 의해 쉽게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고 싶은 에너지와 주변 사람의 눈치를 봐야하는 에너지가 아주 팽팽하고 불안정하게 대립하는 시기입니다. 또한 정서조절과 표현이 아직 미숙하기도 해서, 감정이 예민해지고 작은 말에도 아주 과민하게 화를 내고 사소한 말에도 자기 영역을 침범한 것처럼 크게 반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특히 심하게 받는 청소년일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엄마에 대한 격한 감정 표출은 사춘기 특성상 갖게 되는 불안함과 자기 스트레스를 엄마를 통해 배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힘들면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면서 자기 부담을 줄이고 싶어 합니다. 특히 왕성한 성장기에 있는 사춘기 자녀에게는 그런 대상이 필요합니다. 엄마에게 불안정한 감정들을 쏟아 내면서 다시 자기 정화를 합니다. 엄마가 자녀의 거친 말을 액면 그대로 듣고 너무 낙심하여 배신감을 느끼거나 자녀의 행동에 대해 공격하면 자녀는 자기정화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미숙한 자기를 털어 버리고 건강한 자기인격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여유 있는 마음으로 거친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많이 많이 웃으시고, 행복한 한 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