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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009. 11:37 코리아포스트 (219.♡.218.53)
자녀교육 특강
착한 행동에 관심과 반응을 보여주세요
서양속담인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와 명심보감 ‘훈자’편에 나와 있는 ‘사랑하는 아이에게는 매를 많이 때리고 미운 아이에게는 먹을 것을 많이 주라.’는 말들은 ‘사랑의 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매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도피나 공격성, 모방, 학대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에 가능하면 처벌보다는 칭찬을 사용하라는 말씀과, 그래도 처벌을 해야만 한다면 어떻게 처벌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관하여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칭찬을 할 수도 없고 효과적인 처벌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처벌의 대안으로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처벌의 첫째 대안은 처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있다면 그 상황을 미리 변화시킴으로써 혼날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즉 ‘반응 방지’입니다.
아이가 금지된 물건을 가지고 논다면 혼날 수밖에 없지요. 이때는 금지된 물건을 아이가 가지고 놀 수 없도록 치워 버리는 것입니다. 아이가 돌아다니는 곳에 값 비싼 물건이 있다면 놀다가 깨트려 혼나기 전에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지요. 밤새도록 인터넷 게임을 한다면 인터넷을 치워버린다든가 손톱을 물어뜯는다면 장갑을 끼우는 등의 방법이 여기에 속합니다.
처벌의 여러 대안 가운데 반응 방지는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특히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크게 되면 이 방법이 효과적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도자기를 옮겨 놓은 곳까지 행동 반경이 넓어진다든가,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PC방에 간다든가, 손톱을 물어뜯지 못하게 끼워 놓은 장갑을 스스로 벗어버릴 정도로 큰 아이에게는 반응 방지보다는 혼날 행동을 왜 하는지를 알아내어 그 원인을 제거해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심리학자인 오레어리(Daniel O‘Leary)는 초등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선생님이 큰 소리로 꾸짖으면 그 행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빈번히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선생님은 언어적으로 처벌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원하는 관심이었던 것입니다. 신체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음에도 자면서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초등학교 연령의 아이들은 엄마가 꾸중을 하고, 소금을 얻어오라는 망신을 주어도 꾸중이나 망신이 처벌이 아니라 관심이었기에 오줌싸개 행동이 지속됩니다. 부모와 선생님의 무관심보다는 혼나면서라도 관심을 얻고 싶은 칭찬에 목마른 아이들에게는 처벌이라는 이름의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처벌에 대한 대안이 됩니다. 역설적이지만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처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꾸지람을 통한 관심이 목적이 아니라 또래들에게 ‘나는 어른들의 꾸중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 이라는 과시가 목적이 된다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커다란 즐거움이 된다면 처벌 형태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는 원치 않는 행동을 줄일 수가 없습니다. 이 때는 처벌받을 행동을 무시함과 동시에 바람직한 다른 행동에 관심을 보여주어야 하고 이에 더해 또래의 관심을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언제나 불평 불만이 많은 아이라면 불평 불만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아이가 긍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수업시간에 떠들다가 교실 뒤로 나가 서 있으라는 망신을 당해도 계속해서 떠드는 아이는 뒤쪽에 나가서 벌 서는 동안은 공부를 하지 않아서 좋고 더불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때문에 또래들의 부러움도 받는 것 때문에 떠드는 행동이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벌의 양을 차츰 줄여가면서 제 자리에서 공부를 하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도록 칭찬과 관심, 배려를 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입니다. 심리학 용어로 ‘차별 강화’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차별 강화라는 행동수정 방법이 너무 어려워 보이는 분들은 심리학자 카(E.Carr) 등이 최근에 내놓은 방법인 ‘비관련 이득 방법’을 사용해 보십시오. 이 방법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노력하지 않아도 얻게 해주는 것입니다. 선생님께 말 대답을 해서 혼나는 것이 즐거운 아이는 어쨌든 간에 말 대답이라는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선생님이 자주 다른 행동에 공짜로 관심을 보여주게 되면, 즉 말 대답을 하지 않아도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아이는 굳이 처벌받을 말 대답을 하지 않게 될 겁니다.
미운 아이에게 매를 주는 것보다는 떡을 주는 것이 예쁜 아이로 변화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물론 예쁜 아이에게 떡을 주면 더욱 더 예쁜 아이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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