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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2010. 14:26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자녀교육 특강
“자기 일은 자기가 스스로 하였으면 좋겠어요. 너무 산만해요.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벌써부터 조그만 것이 거짓말을 시작하니 정말 걱정이에요. 말이 통 안 먹혀가니 때릴 수밖에 없지요. 만화영화 볼 때나 게임할 때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얼마나 좋아. 어쩔 땐 저 아이가 내 아이인가 싶을 때가 많아요.”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한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가만히 듣고 보니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집, 우리 아이들 이야기 같은데. 엄마의 눈동자가 붉어지고 목소리가 메이는 걸 보니 꽤나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삼십대 중반 정도의 젊은 엄마는 말끝마다 ‘제가 교육을 잘못 시켰지요? 정말 죄책감이 들어요. 저에게 화가 나요.’ 하면서 온 몸으로 힘들어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서 더욱 분명한 것은 앳되게 보이기까지 한 엄마가 결과야 어쨌든 자녀를 위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였다는 것이었다. 사실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도 우리나라 부모의 자식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교육열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피를 빼서라도 몸을 팔아서라도 교육을 시키겠다는 일념은 가히 올림픽 금메달감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 하지 않던가? 사실 말이 교육열이지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교육열이 아니라 교육 광에 가깝다. 공부를 하는 것은 자녀인데 정작 고민은 부모가 하니 주체가 전도되는 현상이다. 공부라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과정이 필수적인 것인데 무조건적으로 공부하는 행위만 강조하니 자녀들에게 공부는 일이고 귀찮은 것이며 피하고 싶은 것이 되어 자연스레 흥미를 잃게 된다. 인간이라면 고통을 줄이거나 피하려 하는 게 본능인데 교육 광에 가까운 부모에게 걸렸으니 꼼짝달싹 할 수 없다. 공부에 관하여는 타협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 숨이라도 쉬려고 거짓말을 했다간 감시망에 걸려 그 성능만 확인할 뿐 죄인이 되고 곧바로 ‘공부 못하는 것은 하면 되지만 부모를 속이는 자식은 자식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라’ 며 칼날을 세워 인성지도를 해대니 받아들일 수 없는 전과만 늘고 아이는 강요되는 반성에 감성만 무디어 갈 뿐이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집안 분위기나 아이 능력상 불가능하고 결국 달려들거나 가출하거나 하는 것 뿐 인데 이것도 나이가 좀 들어 이런 저런 것을 탐색하고 경험한 뒤에나 가능한 일이니 아이들은 눈치꾼이나 공부 못하는 능력 없는 아이로 남을 수 밖 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원조가 가정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주체의식이 없이 성장하는 자녀들은 엄마가 주는 우유만 먹고 자라나는 것과 같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적정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음식물을 씹어 소화시키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유아기가 지났으면서도 음식물을 씹지 않고 삼키니 소화불량에 걸리게 되고 다양한 병의 원인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사람들은 나와 남을 잘 구별 못하는 경계혼란을 경험하기 쉽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임을 망각하여 피상적이고 단발 적 이며 판에 박힌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행동은 흔히 조급하고 게으르며 인내력이 없다. 한번도 천천히 씹으면서 음미하면서 자기 것으로 소화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소화하기보다는 습관적으로 그냥 ‘삼키려는’ 태도를 보이거나 씹을 것인지 삼킬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아 항상 불안하기 때문에 깊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남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우리에게 토론 문화가 없으며, 비판은 잘하나 대안이 없고, 조급증에 걸려 있다는 식의 표현들이 자기 비하 적이라고 일축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느낌이다. 콜라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차마져 마셔버리려 하는 우리의 유아기적 습성을 떼기 위해서는 우리 자녀들에게 빨리라는 이름으로 벌컥 삼키게 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화가 잘되도록 천천히 깨물고 맛을 음미하는 교육이 일상생활에서부터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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