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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2011. 12:55 안진희 (202.♡.85.222)
시티새댁의 육아일기
아… 며칠째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리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밤중 수유를 끊어야지 라고 결심한 뒤부터 이런 저런 걱정에 잠까지 설칠 지경이라니…
15개월인 우리 아들, 아직 밤에 잘 때 젖 먹으면서 자요.. 라고 하면 다들 기겁을 하며 그러다 애 이 썩으면 어쩔라 그러냐, 잠을 푹 못 자서 키 안 크면 어쩔라 그러냐며 몰아 세우는 통에 난 졸지에 무식하고 의지 약한 엄마가 되어 버리기 일수였다.
뭐 사실 나도 여태 넋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우리 아들 8개월이 되던 때 과감하게 밤중 수유를 끊으려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 삼대독자 아들내미 원래도 좀 예민한 편이긴 하지만 밤에는 특히나 두 세 시간마다 깨서 꼭 젖을 물린 버릇해서 힘들거라 예상은 했었다. 폭풍 검색으로 섭렵한 정보에 따르면 첫 날 한 두 시간 가량 죽어라 울어 댄 뒤 일주일정도 고생하고 나면 좋아진다고들 하니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었다.
그런데 유난하신 우리 아드님 새벽 3시에 깨서 울어대기 시작한 게 3시간이 넘어가도록 죽어라 있는 힘을 다해 울어대는 게 아닌가. 이리도 안아보고 저리도 안아보고 안절부절 기진맥진하고 있는데 다른 방에서 따로 주무시던 우리 신랑님, 문을 벌컥 열고선 나에게 쏘아붙인 한마디. ‘와.. 정말 독하다 독해.’ 울컥… 애끓는 모정을 순식간에 제 자식 팽개치는 비정한 에미로 전락시키다니…
그 날 이후 아들은 다시는 젖을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시도 젖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고 낮이건 밤이건 수시로 젖을 찾게 됐으니 젖떼려다 완전 혹 붙인 격이 되버렸다.
그런 경험을 다시 시도하려고 하니… 클수록 지 고집이 생겨서 더 힘들다는데… 으허…
신랑 스케줄에 아드님 스케줄에 컨디션까지 다 고려해서 나름대로 정한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밀려드는 중압감이란..
아.. 드디어 디데이.
체력을 소진시켜 잘 자게 하기 위해서 목욕도 오래 시키고 저녁 내 나름 열심히 놀아도 줬다. 목욕하고 놀아주는 동안 틈틈이 ‘아들, 오늘부터는 밤에 자면서 엄마 젖 안 먹을거야. 혹시 잠이 깨려고 하면 엄마가 뚱보 아저씨 노래 불러줄께. 힘들겠지만 우리 아들은 잘 해낼 수 있을거야.’라고 최면이라도 걸듯이 계속 얘기했다. 어디선가 그렇게 말해주면 도움이 된다는 글을 본적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아.. 드디어 잘 시간.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에 절대 잠이 오지 않는다. 역시나 아이폰을 손에 쥐고 잠든 아들 옆에서 ‘밤중 수유’ ‘밤중 수유 끊기’ ‘수유 중단’ 등의 검색어를 미친 듯이 검색하며 틈틈이 아이의 동태를 살핀다.
‘애~앵’ 으어어… 잠든지 두 시간째. 드디어 고비가 찾아온다. 재빨리 토닥토닥 모드로 돌입해 뚱보 아저씨 노래를 열심히 불렀다. 얼래? 생각보다 쉽게 다시 잠들어버린다. 흠.. 뭐야. 저녁 내 얘기한걸 알아 먹은 건가? 음…
그 날밤 뚱보 아저씨 노래를 밤새 셀 수도 없을 만큼 불렀다. 우려했던 심각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생각보다 별다른 저항 없이 잠을 잘 자고 있다.
늘 입버릇처럼 ‘이눔 말귀 다 알아먹어’라고 했지만 정말로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먹고 있었나 보다.
설마.. ‘딸이 좋아. 아들은 키워봐야 헛거야.’라고 친구에게 했던 말을 듣고 혼자서 상처받았던 건 아닐지. ‘내 자식이지만 진짜 갖다 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라고 친구와 나누던 말을 듣고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닐지.
이렇게 다 알아듣고 의젓한 애 앞에서 엄마라는 사람이 너무 생각 없이 말들을 흘린게 아닌가 싶어 미안한 마음에 또 가슴이 메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