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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0/2011. 16:37 NZ코리아포스트 (202.♡.85.222)
자녀교육 특강
자녀가 학원에서 종일 공부하다 밤늦게 돌아오면, 그것으로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있다고 안심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부모들은 어느 학원의 어떤 선생님이 유명하다는 정보를 입수하는 데 혈안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과외수업 시간표에 맞춰 밤늦게까지 여기저기 오가며 공부하느라 눈코뜰 겨를 없이 바쁨니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많은 공부를 시키고 있는데, 왜 내 아이의 성적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걸까요?
이는 많은 아이들이 ‘배우기’에만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배운 내용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도 못한 채 새로운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만 합니다. 일종의 ‘공부 소화불량증’이랄 수 있습니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입니다. 공자의 말씀을 빌리자면, ‘배우고, 틈만 나면 수시로 익히는 것(學而時習之)’이 공부입니다. ‘배운다(學)’는 것은 모르던 바를 알게 된다는 것이며, ‘익힌다(習)’는 것은 배운 것을 꾸준히 반복하여 몸에 배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공부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배우는 과정과 배운 바를 반복해서 익히는 과정이 균형 있게 조화돼야만 합니다.
공부는 곧 망각과의 싸움입니다. 인간의 두뇌는 망각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배움의 과정에 충실했다 해도 익힘의 과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배움의 효력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점차 소실되기 마련입니다.
여러 학원을 전전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정작 귀중한 시간과 돈만 허비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많은 것을 가르치려는 욕심이 앞서, 아이가 배운 것을 익히고 복습하는 시간마저 아예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움의 과정에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물론 독학으로 지식을 터득할 수도 있겠으나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익힘의 과정은 본인 스스로 능동적으로 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습니다.
익힘의 과정은 누가 시켜서 억지로 될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의 필요와 흥미를 갖지 못한 채 타인의 강요에 의해 학습에 대한 동기 없이 타율적으로 공부하다 보면, 익힘의 과정은 물론이고 배움의 과정에서도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공부가 재미없는 아이에게 학습에 대한 적극성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망한 일입니다.
아이에게 아낌없이 투자해 온갖 과외공부를 시켜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의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지 않으면 성적향상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좋은 학원이나 잘 가르치는 과외교사를 찾아 다니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입니다. 아이 스스로 공부하는 의지와 습관을 기르는 것만이 학업성적을 향상시키는 첩경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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