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친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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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친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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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오래전에 역할대행이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SNS에서 유료 아르바이트를 신청하는 것인데 애인의 역할을 하거나 부모, 친구의 역할을 대신해 준다는 것이다. 돈을 받고 하는 부업이니 능청스럽게 잘 해야 하는데 어찌 보면 사기꾼의 소질이 다분해야 잘 하는 일이다. 엄마 대신에 학교에 불려가는 엄마가 있고 데이트 장소에 나타나 집적거리다가 맞고 쓰러지는 건달 역할이 있었다. ‘애인이 되어 드립니다.’는 여성도 있었다. 처음 만나서 손을 잡고 맛있는 것을 먹고 술도 한 잔 하고..... 그러고는 언제 봤냐는 듯이 시간이 지나면 남이 되는 것이다. 애인을 챙기고 데이트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안 해도 약간의 지출로 비위를 맞춰주는 이성과 몇 시간 데이트를 즐긴다. 역할을 대행하는 쪽은 고된 일 보다는 이성과 쉬고 놀면서 맛있는 것 까지 얻어먹는 부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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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스쿨(Iloveschool.co.kr)이라고 있었다. 회원을 가입하고 출신학교와 년도를 적으면 동창들을 연락할 수 있는 곳이다.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다. 물론 스스로 거기에 등록한 사람들끼리만 알 수 있다. 먹고살기에 바빠 학교를 나와 뿔뿔이 흩어진 친구를 찾을 방법이 없던 차에 ‘옛 친구 찾을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하니 대박이었던 것이다. 이 사이트가 오래가지 못하여 애석하다. 나도 찾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찾을 방법이 없다. 주민등록 데이터베이스에 조회하면 되겠지만 사생활보호가 엄격하여 내가 접근할 방법이 없다. 아는 것은 이름과 나이, 학교 정도다. 


텔레비전에서 인기인들이 스승이나 존경하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 나서고 그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어서 잘 보았다. 내가 변변치 못해서 거기에 나갈 일이 없고 또 누가 나를 찾아줄 만한 사람이 아닌 것도 알기에 다음 생에서는 그리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남은 생이라도 베풀고 살자고, 없는 재능이라도 기부하며 살자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연애는 하지 않고 키스만 나눌 상대를 의미하는 ‘입친구(쭈이여우; 嘴友)’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입친구라니? 술친구, 밥친구, 동네 친구에 익숙한데 입친구는 생소하다. 사진과 간단한 소개를 보고 골라서 처음 만나 서로 입을 맞추어 보는 것이라는데 그게 쉬울까? 그런데 호기심에 인기 폭발인 모양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연애 경험이 부족하고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귐 없이 바로 입맞춤을 하기로 만나자고?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은 무얼 하면 좋을까? 


내가 어릴 때는 친구를 동무라고 불렀고 가깝고 친한 친구와는 어깨동무를 하고 다녔다. 아동 잡지도 ‘어깨동무’가 있었다. 북녘에서 상대방을 동무라고 부르는 바람에 어깨동무도 멀어져 갔고 사라져 버렸다. 무의식중에 동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간첩이라고 배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안 쓰다 보면 사라지게 된다. 친구는 무어라 해도 코흘리개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가 제일이다. 옛날에는 마땅한 장난감이 없었으니 대나무를 잘라 가랑이 사이에 넣고 말이라고 즐겨 타며 놀았던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있다. 순 우리말로는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바지도 입지 않고 내 놓고 놀았던 어릴 때부터의 ‘고추친구’가 있다. 감출 것도 없고 서로 모르는 것이 없는 친구인 것이다. ‘반주깨미’ 하던 친구들이 보고 싶다. 경상도에서는 소꿉놀이를 반주깨미라고 불렀다.


우정을 말하면 관중과 포숙아의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있다. 서양에서는 친구를 대신해 죽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데이먼(다몬)의 우정이 있었다. 참주 디오니소스 1세에게 사형을 선고받은 피티아스가 신변 정리를 위해 일시적인 말미를 요구하자 보증인으로 데이먼이 대신 갇혔다가 약속된 시간에 친구가 돌아오지 않아 목이 매달리게 된다. 그 순간에 피티아스가 약속대로 돌아와 제 목을 걸어달라고 한다. 참주는 우정에 감동하여 그들 두 사람을 모두 풀어주었다는 이야기다. 남을 대신해 죽을 수가 있을까. 목숨이 하나뿐이지 않은가?



친구들과 카톡방을 하는데 소위 눈팅(보기)만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 쉬운 좋아요나 이모티콘 하나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모임에 나오겠는가? 그래도 우리의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좋다. 연말에 전화번호부를 훑어보면서 정리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줄여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무얼 지울까? 그나 나나 몇 년을 소식 없었던 번호. 이를 어찌할까 생각한다. 그도 내가 싫겠지만 미운 녀석도 있다. 부탁이 있을 때만 전화를 하는 녀석이다. 그러니 전화가 올까 두렵다. 엊그제 어떤 친구로부터 몇 년 만에 전화를 받았다. 반가워서 좋아했는데 며칠 후에 청첩장이 날아왔다. 이제 몇 년이나 소식 없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오면 반갑기보다 무슨 일일까 싶다.


벗 우(友)자를 써서 친구를 친우라고 하고 학우나 교우, 사우, 전우를 들먹인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동우회가 왕성하고 문학으로 교우하는 문우들이 또 친분을 과시한다. 친구보고 그 이웃에 집을 사는데 집값 백만에 친구 값 천만이라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인생길에 친구 셋만 있어도 성공이라 하는데 늘 함께 하는 반려자가 있으면 그 얼마나 축복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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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 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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